설악산 귀때기청봉
설악산 귀때기청 털진달래
요즘 우리 산하는 수목이 울창하고 겨우내 쌓인 낙엽이 수북하며 극심한 건조기여서 산불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의성, 영덕, 청송, 산청 지역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인해 수많은 인명 피해와 산림 훼손이 발생했다.
앞으로는 더욱 더 3~4월 산불방지 입산통제 기간에는 산행을 자제해야겠다.
국립공원 역시 비슷한 시기에 입산이 통제된다.
설악산의 경우 매년 5월 15일까지 입산이 막히며 5월 16일 새벽 4시에 산문이 개방된다.
어느 해 5월 16일, 입산 통제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귀때기청봉(1,576m) 정상부 아래 털진달래를 찾아 나섰다.
들머리인 한계령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드물게도 이틀 동안 많은 비가 내려 새벽 4시가 되어도 산문은 굳게 닫힌 채 요지부동이었다.
짙은 운무와 함께 보슬비는 4시간여 계속되었다.
그리고 오전 8시가 되자 입산통제가 해제됐다.
내리는 보슬비로 인해 5월 중순 1,000m 고지대는 아직 서늘했다.
판초우의를 뒤집어쓰고 짙은 안개 속을 뚫고 묵묵히 귀때기청봉을 향해 올랐다.
너덜지대가 시작되는 귀때기청봉 초입은 이미 진달래꽃이 피었다가 떨어진 상태였다.
입산통제만 없었다면 누구나 큰 발품 들이지 않고 쉽게 이 귀한 털진달래를 감상할 수 있을 터다.
하지만 산불방지를 위해 온 산을 걸어 잠그는 통에 이렇게 산꼭대기까지 가야 계절 따라 흘러가지 않은 꽃들을 만날 수 있다.
사실 날씨에 따라 그렇게 올라도 꽃을 못 만날 수도 있다.
희망을 품고 기어가다시피 하면서 천천히 사람 허리만 한 너덜지대를 올랐다.
목적지는 귀때기청봉 정상 8부 능선 한계령 방향 등산로 지점. 여기에 양방향으로 짙은 색감의 털진달래가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다.
고생 끝에 오르자 다행히 꽃은 지천에 피어 있다.
다만 안개가 자욱해
한 치 앞을 구분할 수 없다.
이럴 때 사진가는 그저 묵묵히 기다릴 뿐. 그렇게 두세 시간이 지났을까. 순식간에 앞을 가리던 안개들이 걷히면서 멀리 속초 앞바다까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황홀한 순간! 그저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산악사진가 정현석
촬영 당시 카메라 설정값
카메라 니콘D850, 초점거리 24mm, 노출보정 +0.3, 조리개 값 F11, 셔터스피드 1/320초, ISO 100, 화이트밸런스 자동, 플래시 사용 안 함, 삼각대 사용 안 함, 세로 5장 촬영 파노라마 합성.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통제 풀리기만 기다린다, 산악사진가의 최고 명당 [5월의 산악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