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로 숫자놀이 하며 웃는 아기
17kg의 무게가 쉽지 않을 텐데 엄마 오언주씨는 산행 내내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오언주(34)씨는 출산 하루 전까지도 산을 오른 등산 마니아다.
등산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가장 큰 에너지원이었다.
주호가 태어났다.
24시간 집에서 아기를 돌봐야 하니 체력은 떨어지고 마음은 외로워졌다.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사라졌다.
"어느 날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거예요. '나를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가장 좋아하던 것을 주호와 함께 해보기로 했다.
용기를 내 집 앞의 산을 찾았다.
엄마로서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주호는 특히 나뭇가지와 돌멩이를 좋아한다.
주운 돌멩이들을 모아두고 숫자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주호는 생후 50일부터 산에 갔다.
작은 몸으로 자연을 마주했다.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으로 모든 작은 것들을 쫓아다녔다.
산에는 처음 보는 것들 투성이였다.
돌멩이, 나뭇가지나 낙엽은 장난감이 되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멈춰 서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관찰한다.
진지한 그 모습이 작은 모험가 같다.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걷지도 못하는 아기를 데리고 산에 가는 것은 낯선 일이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위험해 보이네' 하는 부정적인 시선이 그려졌다.
하지만 막상 산에 가니 그 반대였다.
사람들은 아기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넸고 엄마에겐 응원의 말을 전했다.
아기와 함께 찾은 산에서는 항상 웃음이 가득했다.
지금 주호는 13kg 정도 된다.
등산 캐리어와 짐까지 포함하면 총 17kg를 메고 산을 간다.
선뜻 용기내기 쉽지 않은 무게다.
처음엔 지치고 힘들었다.
시간이 쌓이며 몸이 점차 적응해 갔다.
"등에 업은 무게가 벅찰 때도 있지만 뒤에서 조잘조잘 들리는 옹알이를 들으면 힘이 나요."
캐리어 안에서 웃으며 손 흔드는 주호의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아기와의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안전이다.
아기의 시야와 위치를 항상 의식하고 신경 쓰며 걷는다.
아기의 상태를 최우선으로 살핀다.
고도나 거리를 따지기보다 컨디션과 계절에 맞는 코스를 천천히 걷는다.
작은 숲길도 아기와 함께 걸으면 나뭇잎 하나, 꽃 한 송이도 소중한 추억거리다.
산행을 끝내니 주호 손이 흙투성이다.
계곡에 내려가 흙묻은 손을 씻었다.
산에는 도심과는 다른 평온함이 있다.
자극이 많은 세상, 아기와 일대일로 깊게 연결되는 시간이 귀하다.
산에 오를 때마다 주호와 언주씨에게 그 귀한 시간이 찾아온다.
"엄마 품에서 자연을 함께 느끼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자연 속에서 주호가 더 따뜻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아기에 배낭까지 17kg…옹알이 들으면 힘나요 [아기랑 산에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