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르파 글로벌 선수 유리 요시즈미Yuri Yoshizumi(왼쪽)와 마리나 쿠그네토Marina Cugnetto(오른쪽).
장수에서의 2박 3일 동안 유독 빛난 두 사람이 있다.
많은 참가자가 이들과 사진 찍기를 원했다.
사람들이 내미는 스마트폰 카메라 속에 파묻히기 일쑤였다.
두 사람은 손바닥이 얼얼했을지도 모른다.
모든 참가자와 "짝" 소리가 나도록 하이파이브를 했으니까. 스카르파 글로벌 선수 유리 요시즈미Yuri Yoshizumi(일본)와 마리나 쿠그네토Marina Cugnetto(이탈리아), 둘은 장수트레일레이스에 출전해 정말 열심히 뛰었고, 서울에서 만난 트레일러너들에게도 친절했다.
두 선수를 인터뷰했다.
장수트레일레이스 어땠나요? 유리 대회 첫날 있었던 4K 버티컬 레이스, 둘째날 38K-J, 마지막 날 5K 쉐이크아웃런까지 세 개의 레이스에 참가했습니다.
3일 내내 대회를 즐길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바글바글 모여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신나는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리나 70K 레이스를 참가했습니다.
참가한 러너들에게서 느껴진 열정적인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응원하는 분들이 많아서 활기찬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고, 경기 중 CP에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즐거운 대회였어요. 트레일러닝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유리 저는 오르막 달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트레일러닝에서는 로드와 달리 다양한 지형을 맛볼 수 있어요. 산길을 오르내리며 뛰는 것이 재미있어요. 자연 속에서 뛴다는 점도 좋습니다.
바람 소리나 새 소리, 동물들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해요. 산에 올라 내려다보는 풍경도 트레일러닝의 매력입니다.
마리나 자연 속에 파묻혀 달릴 수 있다는 거요. 산길을 달릴 때면 그 속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게 됩니다.
다른 방해요소가 없으니 더욱 달리기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고요. 뛰고 나서 항상 놀라요. '이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그 몰입의 순간이 좋습니다.
어떻게 훈련하시나요? 유리 직업 선수이기 때문에 매일 뜁니다.
혼자 훈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한테 맞는 페이스로 훈련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보통 매주 100km 이상 달리는 것 같아요. 달리는 것 말고도 사이클링 훈련도 합니다.
낮에 달리는 것을 좋아해요. 마리나 저는 알프스에 카파나 마우티노capanna mautino라는 산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거기 살기도 하고요. 일 하지 않을 때 훈련하는 시간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산장 운영에 쏟는 시간이 시즌별로 달라서 상황에 맞게 훈련량을 조절합니다.
매주 60~125km 정도 달려요. 트레일러닝 말고도 로드러닝, 사이클링, 산악자전거, 산악스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훈련해요. 일을 병행하며 훈련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훈련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저를 뛰러 나가게 만들어요. 의지만 있다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선수로서 불편한 점이 있을까요? 유리 대회에서 가끔 불편한 점이 있어요. 출발 지점에서 몸싸움할 때 어려움을 겪습니다.
초반에 밀리게 되면 병목현상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저는 괜찮지만 훈련을 위해 혼자 산을 찾는 것이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대회에 여성 참가자 비율이 작은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마리나 대회에서 선수에 대한 차별이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같은 1등인데 남녀 상금에 크게 차이 났던 적이 있어요. 스폰서십에서도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가 받는 금액의 차이가 큽니다.
선수 대기실 크기나 시설이 다를 때도 있었어요. 여성 선수를 위한 대기실이 훨씬 작은 적이 있었죠. 아무래도 남성 선수들에 비해 비율이 작아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성 선수가 늘어 대우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리 선수에게) 체구가 작은 편인데 뛸 때 장단점이 있나요? 유리 일단 다리가 짧기 때문에 속도가 느립니다.
키 큰 사람이 걷는 것과 제가 뛰는 속도가 비슷할 때도 있어요. 계단에서 키 큰 사람보다 훨씬 느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점이 분명히 있어요. 가볍다 보니 무릎이나 발목에 부상을 입은 적이 거의 없어요. 매일 장거리를 뛰어도 부담이 없다는 점이 좋아요. (마리나 선수에게) 흔히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다는 인식이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트레일러닝에서도 과연 그럴까요? 마리나 저는 여성 트레일러너가 남성 트레일러너에 비해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수의 비율을 봤을 때 남자의 비율이 많지만 완주율은 여자가 더 높습니다.
여성 트레일러너가 더 강하다고 말하는 지표라고 생각해요. 트레일러닝은 단순히 '힘이 세냐 약하냐' 뿐 아니라 정신력과 지구력 등 다른 요소들이 작용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뛸 때 무슨 생각을 하나요? 유리 끝나고 무슨 음식을 먹을지 생각해요. 다음 대회에 대해 생각하기도 하고요. 어떤 대회를 나가고 싶은지, 혹은 선수로서 꿈을 이루는 상상도 합니다.
장수트레일레이스를 뛰면서는 한국 음식을 생각했어요. 비가 오고 추운 날이었기 때문에 얼른 끝내고 빨리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었어요. 마리나 온갖 생각을 다 하는 것 같아요! '빨래해야 되는데…', '일본 가서 뭐하지…', '다음 CP에서 뭘 먹지' 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뜁니다.
장수에서는 너무 추워서 얼른 도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또 CP에서 먹은 떡과 주먹밥이 생각났습니다.
너무 맛있었거든요! 최고의 CP였어요. 마리나 선수는 식단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다고 들었어요. 마리나 셀리악병(글루텐에 의해 발생하는 알레르기성 소화 장애 질환. 글루텐이 들어간 밀, 보리, 호밀 등을 피해야 한다)을 관리해야 해서 식단에 제한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장거리 대회를 준비할 때 힘든 점이 많습니다.
CP에 제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항상 제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들고 뛰어야 해요. 길고 중요한 대회에서는 팀의 지원을 받기도 합니다.
보통 글루텐이 들어 있지 않은 빵이나 젤 같은 것을 준비해서 먹어요. 한국에는 떡이나 주먹밥 등 제가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아 정말 좋았어요! 선수로서 꿈이 있나요? 유리 구체적인 대회를 목표로 두고 있지는 않아요. 세계에서 유명한 러너가 되고 싶다는 것이 제 꿈입니다.
모두가 아는 멋진 선수가 되고 싶어요. 또 오랫동안 부상 없이 건강하게 뛰고 싶습니다.
마리나 미국에서 열리는 웨스턴스테이츠 100마일 대회가 큰 목표 중 하나입니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또 저는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대회를 뛰고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어요. 뛸 수 있고 여행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갈 수 없는 곳은 없을 거예요.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트레일러닝은 머리로 하는 달리기" [글로벌 프로 트레일러너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