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에도 제5회 장수트레일레이스는 무사히 끝났다.
둘째날 비 때문에 어수선했지만 대회는 더 풍성하게 치러졌다는 평가다.
그 중심에는 메인 스폰 업체 넬슨스포츠가 있다.
넬슨의 대표 브랜드 아크테릭스와 스카르파가 대회 분위기를 한층 더 달궜다.
스태프 중 몇몇은 휴가를 내고 선수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들만의 뒷이야기가 궁금해 행사가 끝난 다음 찾아가 인터뷰했다.
넬슨스포츠 정해빈 상무.
"단체나 선수 지원, 홍보 효과 따지지 않겠다"
넬슨스포츠 정해빈 상무
이번 행사를 마친 소감이 어떨까요?
굉장히 감동받았어요. 대회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서요. '어떻게 이런 대회를 만들 수 있었을까?' '이걸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했을까?' 감탄했죠. 또 산에서 뛰는 건 보통 격렬한 액티비티가 아니에요. 산에서 20km, 38km, 70km를 뛰겠다고, 그걸 기꺼이 하겠다고 2,500명이나 되는 선수가 장수까지 내려왔다는 것에도 놀랐어요. 그들의 각오가 느껴졌는데, 보통의 커미트먼트Commitment(전념) 없이 참여할 수 없는 종목이라고 새삼 깨달았습니다.
저도 클라이밍과 스키마운티니어링을 해요. 거기에 못지 않은 치열함이 여기에도 존재한다는 걸 알았어요.
이번 장수트레일레이스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10점 만점에 몇 점 정도 될까요?
음, 8.5점 정도요. 날씨가 좋지 않았죠.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대비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이것은 대회 운영진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우리 회사의 대응과 관련 있는 겁니다.
빅아그네스의 대형 텐트를 대회장 한편에 설치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싶어요. 골인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좀 부족했다고 할까요? 악천후 속에서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과 따뜻한 물 등을 준비했으면 더 좋았겠어요. 사고 없이 이런 악천후를 경험한 것은 우리 말고도 대회 본부 측에도 엄청나게 좋은 경험이었을 거예요. 대회 수준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선수들도 교훈을 많이 얻었을 거예요.
왜 하필 장수트레일레이스를 지원하게 됐나요? 결과적으로 계획했던 성과를 얻었을까요?
이런 대규모 행사를 지원하기 전 매번 고민해요. '우리 같은 규모의 회사에서 할 수 있을까?'라고요. 이번에는 작년보다 규모가 커져서 걱정했어요. '큰일났네!'했죠. 그럼에도 잘 치렀어요. 장수트레일레이스를 지원하게 된 계기는 직원들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들이 적극 권유했는데, 살펴보니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지역과 아주 밀착되어 있었어요. 대회가 열리게 된 배경도 흥미로웠고요. 대회 본부 측이 아웃도어 활동을 대하는 진정성 같은 것이 엿보였다고 할까요? 우리가 추구하는 비전과 철학이 서로 맞닿은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죠. 그것이 좋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어요. 지역 활성화에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큰 영광이라고도 생각했죠. 이번에는 스카르파와 아크테릭스가 같이 참여했는데, 스카르파에 더 중요한 대회였어요. 한창 브랜딩을 해나가는 단계인데, 글로벌 선수까지 합세해 비교적 행사를 잘 치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넬슨스포츠의 마케팅 계획, 홍보 방안은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 선수나 단체 등에 후원할 때 꼭 비용대비 효과를 노리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된다면 지원할 계획이에요. 이번 장수트레일레이스도 그런 면에서 나섰습니다.
트레일러닝이라는 종목의 활성화, 여기에 참여하는 트레일러너들을 후원하겠다는 의미가 컸죠. 나름 아웃도어 분야에서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신경을 쓰고자 합니다.
넬슨스포츠 기획팀 김찬희(오른쪽), 마케팅팀 김진영.
"대회 각 분야와의 놀라운 협업! 의미 있었다"
넬슨스포츠 실무자 김찬희(기획팀), 김진영(마케팅)
이번 대회 때 초대된 업체 스태프들은 대체로 대회를 즐기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대회장에 일하러 온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스태프들 중 다수가 아웃도어 활동을 취미로 즐기고 있다는 점 덕분인 듯한데, 대회장 곳곳에서 활약한 직원에게 소감을 물었다.
*김찬희씨는 캠핑과 스키를 즐기며, 김진영씨는 UTMB, TDS 등 유럽에서 열리는 트레일러닝 경기에 여러 차례 참여한 트레일러너다.
이번 대회 참가 소감이 어떤가요? 작년과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죠?
김찬희
지역 주민들의 대회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것 같아요. 장수읍에 있는 식당이나 마트에 가면 먼저 알아보고 응원하기도 했어요. 너무 따뜻하게 우리를 환대했어요.
김진영
장수트레일레이스에 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접했어요. 직접 대회에 선수로 참가해 달리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업무로서도 장수를 직접 경험할 수 있어 매우 기뻤어요.
스카르파 부스 앞에 모인 넬슨스포츠 직원들.
대회 진행을 하면서 좋았던 건 뭘까요?
김찬희
선수들이 완주하는 모습과 마주했을 때요. 감동이었어요.
김진영
넬슨스포츠 직원과 대회 본부 측의 적극적인 협력이 인상 깊었어요. 스태프들 한 명 한 명부터 글로벌 초청 선수들과 대회 운영진들이 짜맞춘 듯 움직였어요. 의미있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넬슨에서 가장 야심차게 준비했던 기획은 무엇이었죠? 결과는 어땠나요?
김찬희
저는 이번에 글로벌 선수단 의전을 담당했어요. 기획 자체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죠. 선수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대회를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장수에서 좋은 기억을 남기도록 돕는 것이었죠. 결과가 어떤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저의 진심이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김진영
여러 가지를 기획했는데 그중 참가자들을 위한 진심어린 응원 연출이 기억에 남네요. CP를 이용해 여러 응원 메시지를 전달했어요.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그 순간 선수에게 진짜 필요한 한마디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많은 선수에게 이 진심이 닿기를 바랐는데, 실제로 많은 분들이 덕분에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장수트레일레이스의 올해 가을과 내년은 또 어떻게 변할까요?
김찬희
장수 지역 대표 행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장수의 지역 주민들도 선수로 참가해 함께 달린다면 더 의미있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지역 주민과 함께 달리기! 그 자체로도 여러 선수에게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김진영
9월에는 100마일(160km) 코스가 만들어진다고 해요. 이에 맞춰 장거리 레이스에 도전하는 러너들에게 실질적인 서포트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스카르파와 아크테릭스가 단순한 스폰서를 넘어 러너들의 든든한 동반자로 기억될 수 있도록 준비를 더 탄탄하게 할 계획이에요.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후원사 가슴을 뛰게 한 달리기 대회" [제5회 장수트레일레이스 후원사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