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국립공원 카운트다운 (5)
금정산 산행 후 맛집을 부산 산꾼들에게 물었다.
범어사 상마마을과 산성마을 일대 다양한 식당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는데 대부분 흑염소, 삼계탕 등 꽤 가격이 나가는 메뉴들을 내는 가게들이었다.
한 끼를 1만 원에 해결하라고 받은 출장비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서 조금은 덜 거론됐어도 갈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물론 맛은 보장돼 있었다.
생오리양념불고기. 경주집 범어사 아래에 위치한 오리불고기 맛집. TV에도 곧잘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가 높다.
1981년생 김시형 사장이 어머니의 뒤를 이어 식당 운영을 하고 있는데 "40년 전부터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한다"고 했다.
"이곳이 범어사 스님들의 가족이나 절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살던 마을이었어요. 옛날엔 마을 앞에 흐르는 용소골 계곡이 부산 사람들의 주요한 피서지였죠. 놀러온 사람한테 머리에 음식을 잔뜩 이고 날라 팔면서 지금처럼 금샘로 먹거리타운이 형성된 거죠." 역사가 긴 만큼 수십 년 단골들도 허다하다.
메뉴 선택은 세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상기의 메뉴는 실제 메뉴판에 적힌 순서 그대로인데 젊은 층은 앞에서부터 선호하고, 나이가 지긋한 이들은 뒤에서부터 선호한단다.
재료는 전부 국산. 주방 이모님들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산지직송으로 직접 키운 걸 요리해서 판다.
조미료는 일절 안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 사장 본인이 조미료를 먹으면 배탈이 나서 잘 못 먹는 체질이기 때문에 음식을 천연재료로만 만들게 됐다.
그래서 조미료에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들은 음식 맛이 잘 안 맞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담백하다.
김 사장이 알려주는 오리불고기 잘 굽는 법은 오래 굽는 것. 오리는 익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속까지 다 익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그래서 돼지고기처럼 겉만 봐서 익은 줄 알고 급히 먹은 사람들이 오리불고기를 먹고 탈이 나곤 하는 것. 10분 정도는 센 불에서 달달 볶아 익혀야 한다.
그리고 80% 정도 익으면 그때 부추와 팽이버섯 등 채소를 넣고 또 한 번 볶는다.
양념은 조미료를 쓰지 않고도 감칠맛을 내기 위해 과일과 어포 등 천연재료를 듬뿍 넣어 만든다.
어지러이 산간도로를 흔들리며 내려가는 90번 버스가 배 안을 휘저어도 부담이 전혀 없다.
한편 국립공원 지정으로 인한 걱정이 크다.
김 사장도 산꾼이었다.
무릎 부상을 입기 전까지 산악마라톤을 했을 정도다.
그래서 설악산이나 지리산 일대에 있던 식당들이 어떤 식으로 문을 닫는지 다 봤다고 했다.
입산통제를 걸어서 사람들의 발길 자체가 끊어지는 것이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경주집 부산 금정구 하마2길 6 0507-1330-4265 생오리양념불고기·생오리소금구이 2만1,000원. 상황오리백숙 6만5,000원. 상황닭백숙·옻오리백숙 6만 원. 옻닭백숙 5만6,000원. 오리백숙 5만2,000원. 닭백숙 4만6,000원. 오리탕·오리찜 5만6,000원. 닭도리탕·닭찜 5만2,000원. 숲404 100여 개 넘는 추천 식당 중에서 유독 눈길을 잡아끄는 곳이 있었다.
유일하게 식당이 아닌 곳을 추천하고 있었다.
바로 카페 숲404다.
문을 연 지 3~4년도 채 되지 않은 곳인데 주말이면 넓은 카페 홀이 손님으로 가득 차 북적거린다.
금정산을 산행하고 하산한 사람뿐 아니라, 산성마을의 맛집에서 식사한 사람들이 후식을 찾아 이 카페까지 찾아온다는 것. 신승찬 매니저는 "아이스아메리카노가 가장 잘 나가지만 사과매실차가 잘 나간다"며 "여름메뉴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판매해 유명해진 애플망고빙수를 내놓고 있는데 이게 꽤 인기를 몰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 원두는 브라질과 에티오피아산을 섞어서 사용한다.
커피만큼 빵도 잘 나간다.
늘 매일 아침 직접 굽고, 남은 빵은 재사용하지 않고 폐기하거나 주변 보육원이나 도움이 필요한 시설에 기부한다.
인기메뉴는 황치즈식빵, 월넛브레드, 바질 소금빵. 달달한 맛이 특징인 황치즈식빵은 아이들부터 나이든 세대까지 두루두루 좋아하며, 호두가 중심인 월넛브레드는 빵 안이 폭신폭신한 식감을 내 젊은 세대가 주로 좋아한다.
소금빵은 남다르게 바질을 섞어 독특한 풍미를 준다.
무엇보다 이곳 카페 최고의 메뉴는 전망이다.
시원시원한 통창으로 금정산 산줄기가 한눈에 보인다.
2층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도시의 카페와 달리 일하다 힘들 때 허리 한 번 펴면 맞은편에 우뚝 솟은 파리봉을 감상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또 웨딩홀처럼 꾸며놓은 3층은 예쁜 사진을 찍기 좋다.
"가을이면 파리봉 전체가 단풍으로 물들고, 봄이면 카페 앞 도로의 가로수들이 벚꽃라인을 만듭니다.
이곳에 오실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50대 정도 주차할 공간이 있지만 주말에는 이마저도 모자라서 주차대란이 있다는 거예요. 대중교통으로 오시면 더욱 편하게 금정산 뷰를 즐기면서 커피 한 잔을 여유롭게 드실 수 있으십니다.
" 숲 404 부산 금정구 동문로 99 (금성동) 051-517-7172 아메리카노 6,000원. 카페라떼·카푸치노 6,500원. 복숭아아이스티·사과매실차 5,500원. 팥빙수 1만8,000원. 애플망고빙수세트 4만3,000원. 황치즈 식빵 6,800원. 바질 소금빵 3,500원. 월넛브레드 7,500원. 메이플·솔티드 카라멜 휘낭시에 2,500원.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無조미료 오리불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