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사전 (31) 하이킹 vs 트레킹
하이킹Hiking과 트레킹Trekking은 모두 자연 속에서 걷는 활동을 말한다.
비슷하게 들리지만 그 의미와 성격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하이킹은 비교적 짧고 쉬운 코스를 걷는 가벼운 산책에 가깝고, 트레킹은 더 길고 험난한 여정을 의미한다.
둘의 차이는 거리, 시간, 난이도 등에 있다.
하이킹은 보통 하루 안에 끝나는 코스를 걷는 활동이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접근성이 좋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하이킹 코스는 특별한 장비 없이 즐길 수 있으며 초보자나 가족 단위의 가벼운 야외 활동으로도 적합하다.
서울의 북한산둘레길은 전형적인 하이킹 코스에 해당한다.
반면 트레킹은 며칠에 걸쳐 걷는 장거리 야외활동으로, 캠핑이나 숙박을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산악 지형이나 오지를 대상으로 한다.
접근이 어렵거나 높은 수준의 체력을 요하기도 한다.
장비 준비도 하이킹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야영을 위한 숙영 장비나 큰 용량의 배낭, 기능성 의류 등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로는 네팔의 안나푸르나 트레일,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등이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에서 행해지는 당일 등산은 대부분 하이킹에 해당된다.
하지만 흔히 '트레킹'으로 표현된다.
평지나 완만한 산길처럼 등산화보다 가벼운 산행을 위해 만들어진 신발을 트레킹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하이킹과 트레킹은 명확한 구분 없이 사용된다.
이러한 현상은 해외에서도 볼 수 있다.
여행 상품 소개나 행사 안내문 등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용어가 아닐 경우 둘을 상호 호환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이킹, 트레킹과 같이 자연에서 걷는 행위를 부르는 용어들이 더 있다.
영국에서는 산에서 걷는 활동을 '힐워킹hillwalking'이라고 하며, 아이슬란드어,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등 북부 게르만어로 '산'을 뜻하는 펠fell을 사용해 '펠워킹fellwalking'이라 부르기도 한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쓰는 '트램핑tramping'도 자연에서의 걷기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목적 없이 돌아다니며 걷는 행위'라는 뜻의 '램블링rambling' 또한 자연 속에서의 걷기 활동을 부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부시웨킹bushwacking'은 걷기 힘들 정도로 우거진 숲에서 나무, 수풀 등을 손으로 헤집으며 걸어야 하는 산행을 말한다.
이러한 용어들은 뚜렷한 구분 없이 지역의 문화에 따라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