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작은 동산 외솔봉
운해를 피해 봉우리로 올라온 늦가을. 제천 외솔봉.
제천에는 이름처럼 아담한 '작은 동산(540m)'이란 산이 있다.
하지만 그곳엔 결코 작지 않은 감동을 선사하는 봉우리가 있다.
바로 외솔봉(482m)이다.
이곳은 제천 시내에서 멀지 않은 거리라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지만, 계절과 날씨가 맞아떨어질 때는 설악이나 지리산 부럽지 않은 장대한 풍경을 품어낸다.
사진 속 장면은 늦가을, 이른 아침 작은 동산 능선 외솔봉을 담아낸 순간이다.
새벽안개가 충북의 산자락을 가득 메워 주면서 장엄한 운해를 이루었다.
태양은 동쪽 하늘을 뚫고 서서히 떠올라 온 산세를 붉고 은빛으로 물들이며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그 위로 외솔봉의 상징 같은 소나무 한 그루가 거대한 바위 꼭대기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
수십 년 세월을 견뎌낸 소나무는 고고한 기개와 함께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외솔봉을 오르는 길은 짧다.
가을철에는 붉게 물든 단풍과 노랗게 빛나는 숲길이 발길을 붙들고, 능선에 오르면 사방으로 트인 시야와 함께 제천 시내와 청풍호, 멀리 청풍호반까지 굽어볼 수 있다.
특히 날씨가 맑으면서도 계곡에 안개가 차오르는 날에는 운해가 바다처럼 펼쳐져 봉우리들을 섬처럼 둥둥 떠 있게 만든다.
그 장면을 만나려면 이른 새벽 산행이 필수다.
해 뜨기 전, 첫 여명을 머금은 순간이 가장 극적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의 촬영 포인트는 정상 직전의 암봉 위 능선이다.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지점에서 시선을 동쪽으로 열면, 마치 하늘과 맞닿은 듯 솟은 소나무와 함께 운해가 한 폭의 수묵화를 만들어낸다.
특히 가을의 붉은 단풍잎이 화면 앞을 수놓아 계절감을 더욱 선명히 한다.
외솔봉은 크고 웅대한 산은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때로는 작은 산이 큰 감동을 줄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귀한 곳이다.
2km도 채 안 되는 짧은 오름 끝에서 맞이하는 운해와 해돋이, 그리고 외솔봉의 소나무가 전하는 묵묵한 기상은 늦가을 산행의 소중한 선물이다.
촬영 당시 카메라 설정은? 카메라 소니7RM3, 초점거리 24mm, 노출보정 없음, 조리개 값 F14, 셔터스피드 1/125초, ISO 200, 화이트밸런스 자동, 플래시 사용 안 함, 삼각대 사용 안 함, 촬영 후 약간의 포토샵 보정. 산악사진가 정현석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작은 산, 큰 감동…이른 새벽이 포인트 [11월의 산악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