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 마신 차와 함께한 다구
야외에서 차를 마신다고 하면 간단히 찻주전자와 찻잔 정도를 챙겨가거나 보온병에 담아가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차는 내 마음대로, 편하게 마시는 게 최고다.
차를 마시는 데 정답이란 없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어렵지 않은 산길, 명당 바위를 배경 삼으니 마음이 달라졌다.
제대로 된 다도를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도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를 넘어 선다.
차를 준비하고 대접하며, 그 과정을 통해 자연과 어우러지고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까지 담아내는 일이다.
재연씨에게 집에 있는 다구를 챙겨와 달라고 부탁했다.
재연씨는 평소 아끼던 찻잔까지 몽땅 다 챙겨와 주었다.
가져와 준 장비들을 이고 지고 사패산을 올랐다.
보부상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이번 '다도 산행'은 아주 특별한 경우다.
야외에서 즐기는 다도는 도심의 찻집에서 느끼는 정적인 아름다움과는 또 다르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 아래 시원한 바위 위에서, 가을 오는 소리를 곁들여 찻잔이 오고간다.
다도 기본지식
팽주와 손님
찻자리를 주도하는 사람, 차를 우려 주는 사람을 팽주라 하며 차를 받아 마시는 사람을 손님이라 한다.
차 우리는 순서
예열:
찻잔과 다관에 뜨거운 물을 부어 예열 후 물을 버린다.
찻잎 넣기:
다관에 적당량의 찻잎을 넣는다.
물 붓기:
적정 온도의 물을 다관에 붓는다.
우리기:
차는 보통 1~2분 정도 우린다.
따르기:
우려낸 차는 숙우에 덜어 놨다가 찻잔에 따라 마신다.
*보통 다관에 차를 우려, 숙우에 덜어 놨다가, 찻잔에 따라 마신다.
차가 오래 우려지면 떫은 맛이 날 수 있어 적당시간 우린 후 숙우에 옮겨 놓는다.
차 마시는 예절
·차를 받을 때는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다.
·마시기 전에 차의 향을 음미하고 마신다.
·소리 없이 천천히 마신다.
·마신 뒤에는 감사의 인사를 한다.
·차를 다 마신 후에는 다기를 잘 세척하고 건조해 정리한다.
차 종류
1 대만 우롱차
(송백 조춘 사계춘) 밝은 느낌의 차로 봄, 여름에 마시기에 좋다.
2 한국 쑥차, 홍차
(맥파이앤타이거) 한국 차로 구수한 향미가 특징적이다.
3 대만 우롱차
(왕덕전 금훤안상오룡) 진한 맛의 차로 날이 쌀쌀해질 때 마시면 잘 어울린다.
4 대만 우롱차
(진발차행 우롱 숙차) 우롱차 특유의 향긋함 덕분에 적당한 바람과 공기가 통하는 곳에서 마시면 더욱 맛이 좋다.
5 일본 현미녹차
녹차의 생그러움이 잘 느껴지는 차로 현미가 함께 있는 것이 특징이다.
6 중국 백차
(운남 백호은침) 은은하게 달콤한 맛이 나는 백차. 백호은침은 '흰 호랑이의 털'이라는 뜻의 이름이다.
보송보송한 잎의 모양이 특징이다.
다도 장비
다관
찻주전자. 차를 우려내는 다구다.
차관이나 차호라고도 불린다.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뚜껑과 주둥이가 있는 모양이다.
찻잔
차를 마실 때 쓰는 그릇. 이천에서 만들어진 청화 연꽃 백자다구다.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한국식 우아함이 있다.
유리 숙우
숙우는 다관에 우린 차를 덜어 놓는 용도로 쓴다.
다관에 계속 두면 찻잎이 계속 우러나서 쓴 맛이 날 수 있다.
유리 숙우는 투명하기 때문에 탕색을 관찰하기 좋다.
보온물병
뜨거운 물을 담아가 차를 우리거나 차를 미리 우려 보온병에 담아간다.
더운 날은 얼음만 넣어 가 냉차를 마시기도 한다.
(스탠리 제품)
차통
찻잎을 적당량을 덜어 놓을 수 있는 작은 함. 팽주로서 손님들에게 차를 보여 주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아직 우리기 전 마른 상태의 차를 관찰할 수 있다.
차탁
찻잔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잔이 뜨거우면 잠시 올려두어 식히기도 하고 팽주가 손님에게 차를 건네어 줄 때 사용하기도 한다.
차총(다우)
차를 마실 때 차판 위에 올려두는 장식용 인형. 차 친구라고도 한다.
혼자 차를 마실 때 앞에 두거나 세차한 물을 부어주기도 한다.
용 모양 차총은 재연씨가 직접 만든 친구다.
미니소반
작은 이동용 차 테이블.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차를 덜어두는 숙우를 올려놓아도 좋고, 혼자일 때는 나의 찻잔을 올려놓아도 좋다,
차판
찻잔과 다관, 숙우 등의 차 살림을 펼쳐놓는 용도. 부채처럼 접고 펼칠 수 있어
휴대용으로 좋다.
차함
이동식 차함. 다구들을 넣어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차함 위에 차판을 덮어 올리면 차 소반이 된다.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멋진 바위 옆에 늙은 소나무 이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