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尹 시정연설' 불참했던 민주당
3년 후 '李 시정연설' 보이콧엔 맹비난
與 "특검, 추경호 영장구속 인해 불참?
정당해산감…과거·현재 단순비교 안돼"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본청을 나서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데일리안 = 김찬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보이콧(불참)한 국민의힘을 향해 "대선 불복" "정당 해산" 등 연일 맹비난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최초의 선례를 남긴 쪽은 오히려 민주당이라는 점에서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시정연설에 불참한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혐의자를 두둔하기 위해 책임을 내던지다니 유감"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내란특검이 당 원내대표를 지낸 추경호 의원을 '계엄해제 표결 방해' 의혹으로 구속영장 청구한 것에 반발해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정 대표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의 마지막 예산안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대선 불복 선언"으로 규정, "장 대표야말로 국민의힘 당적으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 시정연설을 들을 마지막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닌지 한번 돌아보기 바란다"고 위헌정당 해산을 우회 언급했다.
특히 "추 전 원내대표가 국회 계엄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가 될 것"이라며 "그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내란에 직접 가담한 국민의힘은 열 번이고 백번이고 정당 해산감"이라고 주장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국민 앞에 엎드려 사과해야 마땅함에도 후안무치하게 정치탄압 운운하며 대통령 시정연설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이냐"라며 "국힘은 위헌정당 해산심판 마일리지가 차오르고 있음을 명심하라. 제발 정신 차리길 바란다"고 했다.
이처럼 여당이 시정연설에 불참한 국민의힘을 향해 십자포화를 가하고 있지만, 오히려 선례를 남긴 쪽은 민주당이란 지적이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야당 시절이던 지난 2022년 10월 25일 취임 첫 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보이콧하고 로텐더홀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대통령 시정연설을 제1야당이 보이콧한 것은 헌정사 최초로 기록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검찰이 이 대통령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전 부원장을 둘러싼 대장동 사건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 증거 채집을 위해 사무실이 있는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한 것이 계기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의원총회에서 "국회의 권위를 부정하고 야당을 말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개한 바 있다.
다만 민주당은 내란혐의에 대해 특검이 국민의힘 인사들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것과, 3년 전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으로 윤 전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데 대한 사안의 경중이 같을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3년 전 민주당이 윤석열정부 시정연설에 불참한 선례를 남기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과거의 일을 현재로 평행 이동해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좋은 비교가 아니다"라며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고, 지금은 개혁과 청산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대선에서 본인들(국민의힘)이 약속했던 것과 이재명 대통령 연설 내용이 유사한 점이 너무나 많은 데도 그것을 불참한 것은 스스로를 부정한 것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AI(인공지능) 시대라는 문명사적 전환이 중요한 시점에 제1야당이 불참한 것은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같은 당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도 라디오에서 "그것(검찰의 중앙당사 압수수색)과 지금 내란을 겪고 나서의 상황들은 다르지 않겠느냐"라며 "본인들이 내란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해 많은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정연설에) 참여해서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을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가, APEC의 얘기도 듣고 하는 것이 기본적 자세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시정연설에 불참한) 근거가 야당 탄압이라고 하는데, 특검이 우리들하고 소통하거나 정부의 얘기를 듣는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라며 "당시 윤석열 검찰독재라고 했던 상황들과는 천지차이고 영장 청구 주체도 다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