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고충 반영해 조사 방식 바꾸고 민생 현장 직접 챙겨
실용성 있는 AI 혁신 집중.. 출범 앞둔 체납관리단도 성과
한강벨트 조사로 탈세 '철퇴'.. 변호팀 등 직원 처우 개선도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9월 10일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실시한 인적용역 소득자 초청 간담회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이재형 기자)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달 30일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현직 국회의원에서 국세청장으로 변신한 임 청장은 지난 7월 23일 취임식 당시 "공정하고 합리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국세청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이후 임 청장의 행보는 발 빠르고 실용적이었다는 평가다.
최근 성과로 주목 받는 것은 국세청 세무조사 방식의 대변신이다.
임 청장은 "낡은 세무조사 관행을 버리겠습니다"라고 공언했고, 실제로 60년 넘게 이어진 '현장 상주식' 세무조사를 바꿨다.
지난 9월 30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임 청장은 기업인들을 만나 "이제 세무조사는 서면이나 전화로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짧게만 방문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간 세무공무원이 기업에 몇 주씩, 때로는 몇 달씩 머무르며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인터뷰, 자료제출 요구에 대응하느라 정작 회사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국세청장이 본인 입으로 과거 세무조사의 폐단을 인정하는, 이전까진 당국에 기대하기 어려웠던 광경이다.
세무공무원들이 회사에 며칠씩 눌러앉아서 세무조사를 하던 모습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무조사 기간 내내 조마조마했던 스트레스가 확 줄어들 거란 기대가 기업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임 청장은 '국민 삶의 현장을 지키는 국세청'을 표방하며 민생현장도 직접 챙겼다.
취임 직후인 7월 24~25일 연이틀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충남 예산과 경남 산청을 찾아갔다.
특별재난지역 세무서에 전용 지원 창구를 만들고, 납부기한을 연장해줬다.
납세자의 고충은 현장에서 직접 들었다.
8월 소상공인연합회 간담회에서 영세자영업자가 부담하는 국세 신용카드납부 수수료를 대폭 인하했다.
9월에는 배달라이더 단체를 만나 147만 명에게 총 1985억 원의 환급금을 안내했다.
인공지능(AI) 업계와의 간담회도 최근 진행했다.
그 결과 AI 중소기업 약 4800곳에 대해선 아예 정기 세무조사를 면제하거나 최대 2년간 유예하는 방침을 내렸다.
■ "AI로 세금 문제 해결하는 세계 최고 AI 국세청"
◆…지난 3일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대강당에서 열린 2025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이선주 국세청 혁신정책담당관이 국세행정인공지능(AI) 대전환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재형 기자)
임 청장 체제의 국세청은 현재 이재명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인공지능(AI) 혁신에서도 속도감 있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 청장은 취임하자마자 '미래혁신 추진단'을 꾸리고 국세행정의 AI 대전환에 속도를 냈다.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는 게 아닌, '진짜 써먹을 수 있는' AI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국세청은 개인별 맞춤형 AI 세무컨설팅과 AI 탈세적발, AI 체납관리까지 국세행정의 모든 프로세스를 혁신해 2028년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방대한 세무 데이터를 AI와 결합해 납세자의 세금 신고 전 과정을 돕는 수준으로 나아가는 게 임 청장의 구상이다.
AI는 지난 3일 국세청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도 중요 화두였다.
이날 임 청장은 국세청의 향후 목표로 '세계 최고의 AI 국세행정 실현'을 내걸며 거듭 AI 혁신을 강조했다.
이를 본 국세청 관계자는 "임 청장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국세행정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 체납·탈세 대응 강화.. "공정세정으로 조세정의 실현"
◆…4일 국세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세 체납관리단'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국세청)
작년까지 110조 원 쌓인 국세 체납액의 처리도 임 청장이 힘을 쏟는 주요 과제중 하나다.
임 청장은 "체납정리의 왕도는 현장을 발로 뛰는 것"이라며 현장을 직접 챙길 조직으로 '국세 체납관리단'을 새로 만들었다.
이를 두고 "국세청 개청 이래 최초의 담대한 프로젝트"라고 말할 정도로 임 청장의 의지가 강하다.
내년 정식 출범을 앞둔 국세 체납관리단은 지난 9월 시범운영에서 벌써 성과를 냈다.
교통사고로 두 눈을 실명한 뒤 사회활동이 불가능해진 체납자의 생활실태를 확인했고, 관할 지자체에 긴급복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이 조직을 통해 체납자를 전면 재분류할 계획이다.
생계 곤란형 체납자는 복지서비스를 연계해 재기를 지원하는 한편, 악의적 체납자는 징수를 강화하는 것이다.
조세정의의 또 다른 과제인 '탈세'는 엄정 대응으로 일관했다.
임 청장은 취임 일주일만인 지난 7월 29일,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행위에 빠르게 세무조사를 단행했다.
이어 8월에는 부동산 시장을 흔드는 외국인 부동산 투기혐의자 조사를 실시하고, 10월에는 '한강벨트' 초고가주택의 거래과정도 집중 검증했다.
임 청장은 과거 코로나19 기간 마스크 폭리 조사와 법인명의 슈퍼카 조사를 이끈 '기획조사의 달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임 청장 취임 이후 이러한 명성답게 각종 이슈에 대한 국세청의 대응도 유달리 날카로워졌다는 평가다.
국세청은 이처럼 시기와 분야를 예리하게 포착한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는 어림도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고 있다.
■ "직원이 즐겁게 일하는 국세청을 만들겠습니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3일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대강당에서 열린 세무관서장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재형 기자)
한편, 임 청장은 국세청 구성원을 위해 취임 직후 '직원보호 전담 변호팀' 출범을 준비했다.
청장으로 컴백하기 전에 국세청 차장으로 퇴직했던 임 청장은 국세청을 떠나면서 당시 악성 민원 등 현장의 문제를 조직이 해결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것에 미안함을 느꼈었다고 한다.
이달부터 가동되는 변호팀은 일선 직원들의 이런 고충을 한결 덜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격무부서 직원들에 대한 처우개선에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특히 부과·징수·송무 분야는 포상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악성민원을 직접 상대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발탁승진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