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일 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위기는 올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이어졌다.
정권 교체 직후 내란 특검 정국이 이어지면서 2025년의 캘린더는 유례없이 촘촘했다.
정치·사회적 격랑 속에서도 산업 현장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관세 전면전, 대형 보안 사고가 한꺼번에 쏟아지며 한국 산업 지형은 이전과 전혀 다른 판으로 재배치되는 한 해를 보냈다.
계엄 사태 이후 정책 기조 전환 속에 디지털데일리는 각 분야 결산을 바탕으로 2025년 한국 산업의 흐름을 종합 정리한다.
<편집자 주>
티몬이 11일 다시 오픈한다고 4일 밝혔다.
[ⓒ티몬]
올해 유통업계는 극심한 소비 부진과 경쟁 심화 속에서 인수합병(M&A)가 본격화되며, 한 해 내내 격변의 중심에 섰다.
'티메프 사태'부터 홈플러스, SK스토아까지 M&A로 진통을 겪고 있다.
각 기업의 향후 거취가 내년 유통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끝나지 않은 '티메프 사태'…다른 듯 같은 두 기업
지난해 7월 발생한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판매자들이 대금을 받지 못하고, 티몬과 위메프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던 대기업 유통회사 중심으로 판매 계약을 취소하며 소비자들도 금액을 지불했음에도 상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같은 해 티몬과 위메프는 대규모 환불 사태와 거래처 이탈 등 재정 상황을 자체적으로 회복할 수 없다며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두 회사는 회생 계획 인가 전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인가 전 매각을 추진해 왔다.
이후 티몬과 위메프는 비슷한 절차를 밟아왔다.
두 기업은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거친 끝에 2024년 9월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이후 오아시스가 티몬 인수에 나섰으며 올해 4월 최종인수예정자로 선정됐다.
이후 지난 8월 오아시스가 최종인수자로 결정돼며, 티몬 회생절차가 종결됐다.
지난해 7월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 1년여 만이다.
반면 위메프는 1년 4개월에 걸친 회생절차 끝에 파산 선고를 받았다.
위메프 역시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됐으나, 끝내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9월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을 발표하고, 한달여 만인 11월10일 파산을 선고했다.
회생과 파산으로 두 기업의 운명이 엇갈려보이지만, 비슷한 부분도 있다.
본래 오아시스는 지난 6월 티몬의 인수를 확정하고 8월11일 리오픈을 준비했다.
리오픈을 5일 앞둔 8월6일 "기업회생절차 최종 종결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며 리오픈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이후 다시 영업 재개를 위한 시동을 걸어왔으나 지난 9월1일 "오픈을 잠정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아울러 "피해자분들의 고통이 다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 재개 시기를 약속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알렸다.
이에 티몬의 영업 재개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 [사진=디지털데일리]
◆'벼랑 끝' 홈플러스…인수 공백 속 위기 장기화 전망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도 M&A 대상자를 찾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이유로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같은해 3월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다만 별도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기로 결정해 홈플러스 현 대표가 관리인으로 간주돼 현재 임원진이 그대로 회사를 경영하는 체제가 유지됐다.
이후 지난 6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을 선언하고 인수자를 찾아왔다.
우선협상대상자를 미리 정해두고 공개입찰을 진행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인수자가 나타날 경우, 계약을 변경할 수 있는 조건부 M&A 방식인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추진했다.
이마트, 쿠팡, 네이버, G마켓 등 주요 기업들이 인수 후보에 오르내렸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인수자를 찾지 못한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을 다섯 차례 연장한 끝에 12월29일까지로 연장한 상태다.
비공개 입찰로 인수자를 찾지 못한 홈플러스는 지난 10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에 두 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인공지능(AI) 유통기업인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개발업체 스노마드이다.
해당 기업들은 예비실사까지 진행했으나 최종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다시 비공개입찰로 전환해 물밑에서 인수자를 찾고 있다.
다만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인 12월29일까지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아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은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농협 내부에서는 재정 상황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크다.
인수자를 못 찾는 상황에서 법원이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파산 절차로 돌입하게 된다.
이 경우, 임직원 2만명을 포함해 간접 고용인 약 10만여명이 연쇄적으로 타격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명확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내년에도 진통이 계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스토아 노조가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매각 반대 집회를 열었다.
[사진=유채리기자]
◆1위 기업의 매각 위기…SK스토아 인수전의 변수들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1위 기업이자 SK텔레콤 자회사인 SK스토아가 매각 추진이 본격화되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SK,스토아 매각설은 올해 초부터 지속됐다.
이에 백화점, 버티컬 패션 플랫폼, 중소 백화점 운영사, 대형 통신사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매각을 검토한 사실이 없다며 매각설을 부인해왔다.
상황이 반전된 건 지난달 초부터다.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라포랩스'를 운영하는 퀸잇이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1월 중순에는 라포랩스가 SK스토아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인수 여부를 결정할 마지막 단계에 다다랐으며 SK텔레콤은 11월27일 이사회를 열고 SK스토아 매각 안건을 상정해 승인했다.
이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홈쇼핑 시장 M&A는 지난 2007년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가 유일하다.
만약 SK스토아가 매각되면 홈쇼핑 M&A가 18년 만에 이뤄지는 셈이다.
두 기업의 핵심 타깃이 겹친다는 점, 홈쇼핑의 라이브 커머스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 시너지를 불러일으키고 홈쇼핑 업계에도 변화의 촉진제가 되리란 기대감이 나오기도 한다.
반면 우려 목소리도 크다.
사업 영역이 완전히 다르며, 라포랩스의 경영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서다.
라포랩스는 지난 2020년 설립된 패션·식품 중심의 모바일 커머스다.
외형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나, 지난 2021년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 기반이 탄탄하고 외형도 큰 SK스토아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현금 유동성 우려까지 겹쳐지며 SK스토아 협력사 이탈도 가시화되고 있다.
노조 반발도 거세다.
본계약이 이뤄진다 해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의 승인도 얻어야 한다.
이번달 본계약이 체결돼도 방미통위 승인까지는 60일 정도가 걸려 내년 2~3월 즈음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수 여부는 SK스토아뿐 아니라 커머스 시장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25결산/커머스] 유통업계 흔든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