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반차장] 미국 봉쇄 속에서도 중국 최첨단 칩
MWC25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 전시관 1홀에 마련된 화웨이 부스.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중국 화웨이(Huawei)와 SMIC가 미국의 기술 제재 속에서도 반도체 공정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테크인사이트(TechInsights)는 화웨이 최신 모바일 칩이 SMIC의 N+3 공정으로 생산됐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 대상은 화웨이 메이트 80 프로 맥스(Mate 80 Pro Max)에 탑재된 기린 9030(Kirin 9030)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다.
테크인사이트는 구조와 치수 분석을 통해 해당 칩이 SMIC의 7나노 계열 기술을 확장한 N+3 공정으로 제조됐다고 확인했다.
이는 현재 중국이 확보한 가장 진보된 반도체 제조 공정으로 평가됐다.
기린 9030은 12코어 구성이다.
프로 버전은 14코어다.
이는 2020년 TSMC의 5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8코어 기린 9000 대비 코어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전력 소모 증가 없이 코어 수를 확대한 점은 공정 미세화와 설계 최적화가 동시에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다만 N+3 공정은 업계가 분류하는 5나노급 공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테크인사이트는 N+3를 기존 7나노 N+2 공정의 확장된 진화로 규정했다.
세미애널리시스 역시 해당 공정이 7나노와 5나노 사이에 위치한 기술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SMIC는 트랜지스터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축소하기보다는 심자외선(DUV) 기반 멀티 패터닝과 설계기술 공동 최적화(DTCO)를 통해 밀도를 끌어올렸다.
이는 극자외선(EUV) 장비 없이 구현할 수 있는 한계선에 근접한 접근으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수율 리스크도 커졌다.
금속 배선 간격을 공격적으로 줄이면서 공정 정렬 오차와 결함 발생 가능성이 확대됐다.
테크인사이트는 N+3 공정이 비용 부담과 수율 저하 가능성을 동시에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SMIC의 N+3 공정은 TSMC와 삼성전자가 상용화한 5나노 공정보다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은 최첨단 기준으로 약 6년가량 차이가 난다는 분석도 유지됐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제재 환경 속에서도 점진적 진전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SMIC는 EUV 장비 없이도 기존 N+1과 N+2 공정을 넘어선 기술을 구현했다.
이는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 반도체 생태계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대 70조원 규모의 반도체 인센티브 패키지도 검토 중이다.
화웨이와 SMIC는 이러한 정책 기조의 핵심 축이다.
다만 N+3 공정은 도약이라기보다는 연장선에 가깝다.
EUV 부재라는 구조적 제약이 명확히 드러난 사례이기도 하다.
향후 중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미세화 자체보다 설계 최적화와 패키징 전략에 더 크게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 EUV 없이 여기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