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의 장미>
넷플릭스 / 감독 요시무라 아이 / 한국어 더빙 성우 서혜정, 윤성혜, 엄상현, 양석정, 홍범기, 성완경 / 공개 4월30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휘황찬란한 팬서비스 다발을 움켜쥐면 허술한 뮤지컬의 가시가 아프게 찔러댄다
1972년 이케다 리요코의 펜 끝에서 시작해 일본 NTV 애니메이션과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무대를 거친 반세기의 문화현상, <베르사유의 장미>가 2025년 디지털 캔버스에 재탄생했다.
마리 앙투아 네트와 그의 여성 호위 기사 오스칼 프랑수아 드 자르제가 프랑스대혁명 속에서 사랑의 결단을 내린다.
지난 1월 일본 개봉 후 한국 넷플릭스에 공개된 <베르사유의 장미>는 다카라즈카 뮤지컬 버전에 기반한 극장판으로, 매체간 횡단의 시도가 품은 빛과 그림자 모두 적나라하다.
오스칼의 탐미적 재구성, 원작의 상징적 대사인 “두려워하지 마”를 그대로 구현한 베드신, 일명 ‘비디오판’으로 불린 35년 전 TV애니메이션의 더빙을 맡았던 서혜정 성우(오스칼)의 귀환은 마력적인 팬서비스로 각인될 만하다.
셀애니메이션의 향수와 고아함이 휘발된 자리엔 18세기 프랑스 궁정의 장식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마파(MAPPA) 스튜디오가 미끈거리는 광채를 채워넣었다.
화려한 영광을 위협하는 공허함은 방대한 원작을 113분 안에 응축하는 가운데 발생한 서사적 빈약함에서 나온다.
정치적 격변기를 지나는 인물들의 정서적 맥락이 흐릿해졌고 복잡한 열정이 뒤얽혔던 관계망은 지나치게 단순화됐다.
음악의 부피감에 비해 감정의 밀도가 성글 때 뮤지컬 세트피스의 반향은 급격히 줄어든다.
한국어 더빙판을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일본어로 진행되는 뮤지컬 신이 불가피한 단절을 초래하는 아쉬움도 감내해야 한다.
<베르사유의 장미>의 귀환은 문화적 아카이브와 현대적 재해석 사이의 딜레마를 담은 흥미로운 사례다.
열렬한 팬층에는 분명한 단점을 상쇄할 만한 유려한 시청각적 헌사로, 초심자들에게는 원전의 아우라를 뒤늦게 탐구하게 만드는 기회로 닿는 것이 최선의 운명일 것이다.
/ 김소미 <스타워즈: 언더월드 이야기> 디즈니+ / 6부작 / 연출 데이브 필로니 / 목소리 출연 니카 퍼터먼, 코리 버튼 / 공개 5월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스페이스오페라에 사이버펑크 감성을 더한다 분리주의 운동의 최전선에서 활약한 벤트리스는 죽음 이후 두 번째 삶의 기회를 얻는다.
조용한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벤트리스는 제국군에 쫓기는 어린 제다이를 구하며 다시 전장에 발을 들인다.
숙적이었던 두 사람은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며 제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한다.
한편 무법자 캐드 베인은 동료를 죽인 보안관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복수를 마치고 감옥에 수감된 그는 옛 친구가 새 보안관이 되어 자신의 연인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스타워즈: 언더월드 이야기>는 <스타워즈> 단편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15분가량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리즈는 대화를 통해 폭력의 대물림을 끊어내자는 전형적인 교훈을 담고 있다.
하층민의 시선에서 제국 시기를 그려낸 이야기는 스페이스오페라에 사이버펑크 감성을 더한다.
다만 <스타워즈> 팬이 아니라면 전반부와 후반부의 느슨한 연결고리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 김현승 객원기자 <신병3> 티빙 / 16부작 / 연출 민진기 / 출연 김민호, 김요한, 김현규, 오대환 / 공개 4월7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슬슬 늘어지기 시작하는 박민석의 시계 촌철살인 군대 코미디물 <신병>이 시즌3로 돌아왔다.
주인공 박민석 일병(김민호) 도 어리숙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잘 적응한 듯 보인다.
평탄한 군 생활을 잠시 기대했지만 이전보다 더 난처한 상황들이 닥친다.
자신을 능가하는 폐급 신병 문빛나리(김요한)가 전입을 오고 구속된 줄 알았던 성윤모(김현규)가 부대에 복귀한다.
군 생활에 쉬운 건 없다지만 이쯤 되면 2중대에는 마가 낀 것이 아닐까. 원작자 장삐쭈가 빠진 <신병>은 시리즈의 프랜차이즈화를 위해 여러 사건을 벌여놓는다.
그 과정에서 연예인 출신 병사의 등장이나 덕장을 자처하는 중대장처럼 흥미로운 인물도 등장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익숙한 인물의 복귀가 난삽하게 되풀이된 인상이다.
시즌2에서 호평 받았던 강찬석의 갱생을 떠올리는 성윤모의 복귀 서사가 대표적이다.
이젠 전역해야 할 이들을 쉽게 보내지 못하는 시리즈의 미련 가득한 전개가 마치 <푸른거탑>이 겪었던 매너리즘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 최현수 객원기자
[OTT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