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와 드라마 제작의 중심에 있었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이번에는 속 레이싱 서킷으로 손을 내밀었다.
<탑건: 매버릭>의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연출을 맡고 브래드 피트가 직접 운전대를 잡은 는 단순한 속도감의 레이싱영화가 아니다.
제리 브룩하이머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어떻게 서킷 위 레이싱을 실제 현장의 질감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려 했는지에 대해 풀어놓았다.
- 는 아이맥스 영화를 긍정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어떤 계기로 포뮬러원(이하 F1)을 소재로 한 아이맥스 영화 제작을 결심했나.
시속 320km로 달리다가 80km까지 급감속하는 것만큼 짜릿한 건 없다.
여기에 엔진 소리, 음악이 어우러진 압도적인 사운드와 함께 거대한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구현하면 대단한 몰입감을 준다.
브래드 피트와 댐슨 이드리스는 영화에서 레이싱카를 직접 운전한다.
우리는 드라이버가 실제로 어떻게 운전하는지를 보여주려 했고 관객이 실제 F1의 세계로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하길 바랐다.
서킷에서의 장면은 그린스크린 앞에서 촬영된 것도 아니고 조작된 것도 아니다.
이것은 모두 실제다.
- F1 레이싱을 영화화하는 데 제작 과정에서의 가장 큰 도전은.
어려웠던 점 중 하나라면 레이싱카 한대에 카메라 15대를 어떻게 장착하느냐는 문제였다.
배터리는 어디에 넣을 것이며 무게와 크기는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이번에 사용된 카메라는 <탑건: 매버릭>에서 사용된 카메라보다 3분의 1 정도 더 작았다.
제작팀은 차량 설계에 참여했는데 카메라 본체와 배터리를 분리해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냈다.
그리고 원격 카메라 시스템으로 배우의 얼굴에서 다른 차량이 옆을 지나가는 것까지 부드럽게 패닝하는 장면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 레이싱 장면의 준비와 촬영 과정은 어떻게 설계되었나.
레이싱카를 운전할 수 있게 되기까지 넉달간 전세계 여러 서킷을 돌며 배우들을 훈련시켰다.
처음에는 일반 도로용 차량으로 시작해서 그다음 F4 차량, F3 차량으로 단계를 올려가다가 최종적으로 작품에 등장한 실제 레이스카에 탑승하게 했다.
점진적으로 더 빠른 차량을 운전하면서 속도의 차이를 체험할 수 있게 한 거다.
차량 주변에는 카메라가 최대 15대까지 설치되어 있었는데 어떤 경우에는 4면에 카메라가 붙어 있기도 했고 배우의 얼굴 바로 앞에도 카메라가 있었다.
당연히 운전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 상태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
애플은 아이폰 카메라를 개조해 레이스마다 두대의 차량에 장착했다.
그래서 영화에 나오는 차량 내부에서 찍은 시점숏의 상당 부분이 실제 레이스 중에 촬영되었다.
- 진짜 드라이버가 되기 위한 배우들의 트레이닝은 어느 정도 수준이었나.
사람들은 잘 모를 테지만 F1 드라이버들의 체력 훈련은 올림픽 선수들과 비슷하다.
차량이 주는 물리적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
브래드와 댐슨은 신체적으로 단련된 배우들이지만 이번 준비 과정에는 그 어떤 훈련과도 차원이 다른 혹독함이 요구됐다.
F1 드라이버에게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 중 하나는 목이다.
배우들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차 안에서 수백 바퀴를 돌았는데 이 훈련의 핵심은 목 근육을 강화하는 데 있다.
동시에 상체와 코어 근육도 중요하다.
코너를 돌 때마다 차량에 가해지는 5G의 강한 중력을 온몸으로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 두 주연배우의 균형감이 중요해 보인다.
F1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은 제작뿐 아니라 캐릭터 구축에도 도움이 됐다고.
브래드를 섭외할 당시에 출연 조건으로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이 영화를 하게 된다면 차에 앉아 바람 기계 앞에서 있는 식으론 안된다.
실제로 운전을 해야 이 영화가 진짜가 된다.
” 댐슨은 시리즈물에서 호연을 보여준 바 있고 레이싱카에 탑승해 운전할 수 있을 만큼의 신체적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루이스 해밀턴은 두 배우와 운전 장면을 함께 지켜보면서 서킷 위에서의 장면을 최대한 현실감 있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왔다.
- 메르세데스와 F1 조직까지 긴밀한 협업이 이뤄졌는데.
<탑건: 매버릭> 촬영 당시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루이스를 알게 되었는데 이번 영화에 프로듀서로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루이스는 당시 메르세데스팀 소속이어서 우리를 메르세데스와 연결해줬고 메르세데스가 영화에 나오는 차량을 제작해주었다.
디자인은 메르세데스 디자이너들과 조셉 코신스키가 공동으로 참여해 완성했다.
실제 레이스 현장 안에 깊숙이 들어가 우리만의 피트 개러지 세트를 설계하고 직접 제작해 총 9개의 서킷에 이동 설치했다.
레이싱카도 실제 F1 경기가 열리는 사이사이에 주행할 수 있도록 했다.
연습 세션과 예선, 또는 경기 직전 시간대를 활용해 촬영용 차량을 투입했다.
이 때문에 F1 조직, 국제자동차연맹(FIA)과 긴밀하게 협조했고 실제 F1 직원 한명이 제작팀에 상주하며 모든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관리했다.
그 덕분에 필요한 트랙 접근 권한을 확보할 수 있었다.
- 촬영감독인 클라우디오 미란다와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다시 협업했다.
클라우디오 미란다는 이번에 <탑건: 매버릭> 때는 없었던 새로운 카메라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앞서 말했던 원격 패닝이 가능한 카메라인데 이전에는 이런 카메라가 없었다.
트랙마다 안테나를 설치해서 카메라를 원격 조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술을 큰 폭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클라우디오 미란다와 조셉 코신스키 감독 덕이다.
- 한스 짐머 특유의 낮은 음정으로 이룬 음악이 화면 구성과 절묘히 맞아떨어진다.
음악이 영화의 흐름과 어떻게 맞물리길 바랐나.
한스와 작업할 때는 먼저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그 후에 촬영된 장면을 공유한다.
그러면 알아서 만들어낸다.
정말 천재다.
사운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의 기반까지 함께 구축한다.
드라이버만 조명하는 게 아니라 레이싱을 위해 무대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는 게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이다.
케리 콘돈과 하비에르 바르뎀까지 모든 배우를 한데 모아 감정의 서사를 만들고, 진짜 레이스 현장에서 진짜 레이싱카에 태웠다.
이건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진짜 감정이 살아 있는, 재미있고 현실적인 극장 체험이다.
[인터뷰] 재미를 위한 최대치의 현실감,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