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오디션·서바이벌프로그램. 어쩐지 낯선 조합이지만, 최근 몇년간의 오디션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이 말이 더 이상 모순으로 들리지 않는다.
독한 평가를 내리는 심사위원, 경쟁자를 향한 스왜그 넘치는 도발, 빌런과 갈등 서사 부각 등 기존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던 장면이 요즘엔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서로를 향한 존중, 자신의 업(業)에 대한 자부심, 선의의 경쟁을 통한 성장 서사가 중심이 된다.
경쟁 중심 사회의 반동이랄까. 쿠팡플레이의 <저스트 메이크업>은 그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1세대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그들을 보며 꿈을 키운 신예 아티스트,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제목처럼 오롯이 메이크업으로 경쟁한다.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상 누군가는 탈락하지만, 출연자들은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 바라보며 견제 대신 감탄을, 비난 대신 칭찬을 주고받는다.
심사를 맡은 정샘물, 서옥, 이사배, 이진수와 사회를 맡은 이효리 또한 결과보다 과정에 주목하며 출연자들의 작품을 정성껏 해석하고 평가한다.
그 덕분에 메이크업을 잘 모르는 사람도 그 세계의 매력에 빠져든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백스테이지 서사’로 이해하고 싶다.
각종 ‘K’의 부상과 함께 ‘K-beauty’ 산업 또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저스트 메이크업>은 그 화려한 전면이 아니라, ‘백스테이지’에서 성실히 기술을 갈고닦으며 예술의 경지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세계를 보여준다.
화려함보다 성실함이, 경쟁보다 업의 자부심이 화면을 채운다.
check point
오디션·서바이벌프로그램의 진화 버전을 보여준 <싱어게인>(JTBC),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넷플릭스)을 기획한 윤현준 PD가 기획에 참여했다.
<흑백요 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계급’ 구도 안에서 경연을 펼쳤다면, <저스트 메이크 업>은 모두가 평등하게 경연한다.
다만, 특정 브랜드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패자부활전은 조금 민망했다.
[오수경의 TVIEW] 저스트 메이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