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AI 데이터센터 시대] ②
AI 수요 늘지만 공급은 부족한 데이터센터
과거 혐오시설에서 지금은 미래형 첨단시설로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전이 뜨겁다.
포문은 SK그룹이 열었다.
지난달 20일 울산광역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을 잡고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설립을 알렸다.
총 투자 금액만 7조원에 달한다.
2029년까지 103㎿(메가와트) 규모의 시설을 갖추는 게 목표다.
사실 한국은 IT 강국으로 불리면서도, 데이터센터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구축된 데이터센터는 총 43개에 불과하다.
미국(5426개)과 독일(529개), 중국(449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데이터센터 불모지'라는 오명이 붙은 이유다.
실상은 더 참혹하다.
국내 구축된 데이터센터 중 'AI 특화 설비'를 갖춘 곳은 단 한곳도 없다.
SK그룹이 이번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완공해야만 첫 AI 전문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게 된다.
AI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면서 AI 모델을 가동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확충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AI 가동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를 많이 보유하는 국가가 그만큼 AI 시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는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최대 22%씩 증가할 전망이다.
  2019년 주민 반대로 난항 겪은 네이버  이 같은 상황에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밝히며, AI 사업에 대한 국가의 전반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대통령실 산하 AI미래기획수석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 센터장을 임명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지명하는 등 현장형 AI 전문가를 대거 등용함으로써 대대적인 AI 국가 사업의 변화도 꾀하고 있다.
  또 이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SK그룹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을 찾아 “경부고속도로가 대한민국 산업화 성공을 이끌었던 것처럼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시작으로 과감한 세제 혜택, 규제혁신을 통해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고 대한민국 AI 대전환의 성공을 이끌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도 "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 에너지 고속도로를 비롯한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전력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수급 등을 비롯해 투자 세액 공제와 같은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 방안은 앞으로 커질 전망이다.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모습. [사진 네이버] 그러나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다른 어려움도 있다.
바로 지역 주민들의 날선 시선이다.
실제 지난 2019년 네이버는 경기도 용인시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했으나, 지역 주문들의 반대에 부딪혀 설립을 포기한 바 있다.
당시 네이버는 구체적인 중단 배경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사업 취소를 계속해서 요구해온 주민들의 반대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의 용인 데이터센터는 약 13만2230㎡(4만평) 부지에 5400억원을 들여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었지만, 당시 주민들이 건립반대 비상대책위를 만들고, ‘전자파, 비상발전시설과 냉각탑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주민 건강에 위협을 준다’고 용인시와 네이버에 건립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최종적으로 네이버는 건립 계획을 철회하며 공문을 통해 “데이터센터 건립 추진을 회사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중단한다”며 "지역과 함께 하는 좋은 모델을 만들고자 했으나 진행하지 못하게 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사업이 중단됐지만, 앞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협력모델을 만들어보겠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 카카오 등 6000억원 투자 나서  카카오의 데이터센터 안산의 내부 모습. [사진 카카오] 하지만 이 같은 주민들의 날선 시선도 국가적 지원 사업으로 지지를 받으면, 수그러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전까지 데이터센터가 혐오시설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AI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미래형 첨단시설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 대한 이해도가 생기면서 최근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며 “특히 데이터센터의 전자파 수치는 가정집의 전자레인지 전자파 수치보다 낮고, 냉각수 등은 일반 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정적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SK그룹 외에도 LG유플러스, 카카오 등이 대규모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파주시에 6156억원 규모 AI 특화형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내놨고, 카카오는 6000억원을 투자해 남양주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구축키로 했다.
한편 정부는 AI 데이터센터 외에도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모델 개발 지원에도 나선다.
지난달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할 국내 정예팀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최대 5개 정예팀을 선발해 단계평가로 5개팀, 4개팀, 3개팀, 2개팀 등 경쟁형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선발된 정예팀엔 올해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민간이 보유한 GPU를 임차해 지원하고(1차 추경 1576억원), 그 이후는 정부 구매분(1차 추경 첨단 GPU 1만장)을 활용해 지원하며 팀당 GPU 500장 등부터 시작해 단계평가를 거쳐 1000장 이상 규모의 GPU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팀당 데이터 공동구매는 연간 100억원, 데이터 구축·가공은 연간 30억~50억원 규모로 지원다.
송상훈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AI 시대 대한민국의 기술주권 확보와 모두의 성장을 도모하는 생태계 구축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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