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목표 요란하지만 기업 원하는 실전형 인재 배출되지 않아
‘투쟁형 노조’ 아닌 미래형 ‘전환형 노조’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6월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 세리머니에 참여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명 대통령, 아마존웹서비스(AWS) 프라사드 칼야나라만 인프라 총괄 대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사진 연합뉴스] [이근면 사람들연구소 이사장] 인공지능(AI)이 열풍이다.
AI가 대한민국이자 미래고 5000P라 한다.
전국민이 열광하는 AI는 우리 옆에 성큼 시대의 선물로 올 것만 같다.
그런데 자동차의 겉모습만 화려하다고 자동차 시대가 될까? 고속도로, 정비 능력, 주유소, 엔진, 특히 운전자는? 환경과 생태계가 시급한데 우선순위를 차분히 생각할 때이다.
좋은 숲을 만들고 싶다면 못생긴 소나무만이 산을 지킨다는 경귀를 잊지 말자. 세계적 인재 쟁탈의 시대이다.
인재가 나고 일 할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은 시대의 책임이다.
  국가전략의 총체적 재구성 필요 AI는 이미 산업의 판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기술 자체가 아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이 기술을 다룰 ‘사람’, 그 사람을 품은 ‘기업’, 그리고 그 기업을 규율하는 ‘국가의 제도와 법’이 어떻게 설계돼 있느냐에 달려 있다.
말로는 ‘AI 강국’을 외치면서 정작 그 기반이 되는 인재는 없고 기업은 법에 묶여 있으며 노동 제도는 과거 산업사회의 유산에 갇혀 있다면 그 나라는 혁신의 주도권을 가질 수 없다.
인공지능은 이제 과학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된 것이다.
기술은 사람이 만들고 그 사람은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을 설계하며 다양한 분야를 연결할 줄 아는 융합형 인재가 중심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대학 중심, 학력 중심, 정답 중심의 인재 양성 구조에 머물러 있다.
'AI 인재 10만 명 양성'이라는 정부 목표는 요란하지만 정작 기업이 원하는 실전형 인재는 배출되지 않는다.
결국 해외 인재를 수입하거나 우리 청년들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해외로 빠져나간다.
이제는 숫자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
실무 중심의 AI 교육 플랫폼 구축, 학위보다 역량을 중시하는 인증 제도 도입,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협력하는 실전 훈련 체계, 청년 대상 AI 창업 전용 지원 시스템이 함께 돌아가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단발성 예산 지원이 아니라 국가전략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진부한 대학교육의 가두리를 벗어나 기업형, 실전형 인재양성 실행 시스템이 절실하다.
  AI 기술은 실험과 반복, 속도와 민첩성이 생명이다.
그런데 주52시간 근로제처럼 정해진 시간만큼만 일하고 그 외에는 연구실조차 출입하지 못하는 제도 아래서 혁신이 가능할까? 특히 스타트업은 낮에는 회의하고 밤과 주말에 코드를 짜고 테스트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현행 노동법은 안전망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모든 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도리어 과거 산업의 틀이 신산업의 싹을 자르고 있다.
AI 시대에 맞는 노동 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근로시간 총량제를 기반으로 한 근로 시간 자율화가 필요하다.
둘째, 성과 기반 계약제의 유연한 적용과 고용의 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재택·원격근무 등의 근무 형태 다양화를 수용하고 멀티 JOB 종사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산업 특성별 차등 적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는 노동자의 희생 강요가 아닌 기업의 성장과 개인의 자율을 동시에 보장하는 상생 구조로 가는 길이다.
그릇을 지키려면 깨지 말아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6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 엑스포 MARS 2025에서 로보틱스랩과 기아 부스를 각각 마련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 연합뉴스] 노조도 시대에 맞춰 진화해야  노조는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는 중요한 조직이나 산업이 바뀌면 그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AI는 전통적인 노동을 빠르게 대체한다.
자동화, 로봇, 생성형 AI가 이미 금융, 물류, 교육, 서비스 분야의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규직 중심의 강성 노조가 기존 일자리를 절대적으로 지키려 하거나 신규 고용을 제한하려 든다면 전체 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투쟁형 노조’가 아니라 미래형 ‘전환형 노조’다 역량과 직무 전환 훈련에 적극 참여하고 기업과 공동으로 기술 내재화에 나서며 성과에 따른 보상 시스템을 수용하는 성장형 파트너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노조가 산업 전환의 주체로 진화하지 못하면 그 틈을 다국적 기업과 플랫폼 기술이 가져가 내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일자리 기반 자체를 갉아먹게 된다.
AI 기술을 둘러싼 규제는 아직도 ‘무엇을 하면 안 되는가’에 집중돼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의료정보 활용 제한, 데이터 이동 제한 등은 AI 산업의 생태계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심지어 ‘AI 윤리’라는 이름으로 기술 개발 자체에 부담을 주는 움직임도 있다.
물론 기술은 윤리와 함께 가야 하지만 그것이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국가는 이제 산업의 심판자가 아닌 코치가 되어야 한다.
선허용-후규제 원칙으로 신기술 실증특구 확대, 정부 주도의 간접 기술 투자와 규제개선 컨트롤타워 구축, AI 기술과 사회적 안전망을 병행 발전시키는 전략적 접근의 선택 없이는 한국은 규제의 정글 속에서 다른 나라가 만든 AI를 수입만 하게 될 것이다.
결국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는 생태계를 설계하는 일이다.
인재가 모이고 기업이 자유롭게 실험하며 성과에 따라 보상이 돌아가고, 실패에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제도. 이것이 AI 시대 일자리 정책의 핵심이다.
정답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방향은 있다.
규제보다 실험을, 통제보다 신뢰를, 고정보다 유연함을 선택하는 것. 이것이 국가가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다.
  미래는 지금 시작된다.
AI는 국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지만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기술을 움직일 사람, 그 사람이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제도, 그 제도를 설계할 국가 전략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생태계가 결정한다.
인재가 울창한 숲, 국가가 그 길을 열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이근면 사람들연구소 이사장
국가 바뀌지 않으면 AI 한국 떠난다 [이근면의 시사라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