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중국 전문가’ 이철 전 삼성SDS 중국법인장
● 중국 경기침체는 사실, 붕괴론은 과장
● 中, 트럼프 1기 행정부 겪으며 대외의존도 줄여와
● 미래산업에서 美, 대중국 우위 장담 못해
● 양안전쟁은 기정사실…2027~2029년 위험
이철 전 삼성SDS 중국법인장은 유수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 책임자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중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홍태식 객원기자
트럼프발(發) 폭풍이 세계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강도와 파장은 훨씬 크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전쟁의 칼을 빼 들었다.
우방도 예외는 없었다.
매년 대(對)미국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을 ‘지저분한 15개 국가(Dirty 15)’라고 지칭하며 보복성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 일본, 대만 등 주요 아시아 국가가 목록에 올랐다.
일단 트럼프가 90일 관세 유예 기간을 부여해 한숨 돌렸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최종 목표는 분명해 보인다.
‘중국 붕괴’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경제력에서 미국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던 일본, 독일(서독) 등을 주저앉혔던 것처럼 관세전쟁으로 중국을 압박해 굴복시키고자 한다.
미·중 관세 전쟁의 전망도 엇갈린다.
혹자는 미국의 승리를 점치지만 반대의견도 있다.
고래 싸움 속 새우 처지에 놓인 한국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이쑤시개부터 항공기까지 공급망 갖춘 유일한 나라
이철(65) 박사는 현장 경험과 이론적 분석 능력을 겸비한 중국 전문가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만 출신인 아내와 결혼 후 30년 가까이 중국에 체류하며 현장을 관찰하고 분석했다.
KT 기술협력부장, 삼성SDS 중국법인장, SK 전문위원 등 유수 한국 기업의 현지 책임자로 일했고 중국 전자기업 TCL 최고정보책임자(CIO), 인터넷 기업 디지카이스트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유튜브 채널 ‘이박사 중국 뉴스 해설’을 통해 현지 소식을 전했고, ‘삼프로TV’의 ‘언더스탠딩’ 등 다양한 채널에 출연하며 최신 중국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 명성을 얻었다.
저서로는 ‘중국의 선택’ ‘디커플링과 공급망 전쟁’ ‘이미 시작된 전쟁’ 등이 있다.
4월 8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이철 박사를 만나 한국에 백척간두의 위기라고 평가받는 미·중 관세전쟁, 중국붕괴론의 허와 실, 양안전쟁 가능성과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중국 경제 붕괴론이 제기되고 있다.
과장이라는 평가도 상존하는데 어떻게 보나.
“한국인의 중국관(中國觀)을 지적하고 싶다.
현재 한국에서는 반중(反中)을 너머 혐중(嫌中) 정서가 고조됐다.
반중·혐중 정서에 기반해서 중국을 관찰하는 사람들이 ‘중국 경제는 국가 주도 계획경제·통제경제다’라고 지적한다.
‘경제가 붕괴할 것이다’라고도 한다.
그러나 국가가 경제를 통제한다면 무너지기 쉽지 않다.
중국 관련 보도도 걸러 봐야 한다.
중국발 관영 매체는 ‘중국공산당이 잘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다.
해외 반중 성향 인사나 화교 매체 영향력도 지대한데 이들은 ‘중국공산당은 무조건 잘 못한다’고만 한다.
균형 감각을 가지고 봐야 한다.
중국 경제에 심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나 붕괴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다.
”
그 판단은 중국 산업구조 특성과 관련 있는가.
“중국은 이쑤시개부터 항공기까지 모든 산업망·공급망을 자국 내 갖춘 세계 유일한 나라다.
산업 가치사슬을 보자. 전방산업은 공산당과 정부가 장악한다.
국유기업이 대표적이다.
고부가가치산업, 기간산업에 해당한다.
후방산업 쪽으로 내려오면 민간·시장 위주로 돌아간다.
중국 경제는 일선 소매업이나 서비스업 관점에서는 심각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전방산업 쪽은 타격이 크지 않다.
지역적으로 동북부 중화학 공업지대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 하지만 경공업 위주의 동남부 해안지대는 타격이 크다.
”
중국 경제의 근본 문제는 무엇이라 보나.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시행 이후 중국은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인민의 미래 기대치도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오늘보다 내일 더 잘살 것이다’라는 장밋빛 전망 속에서 소비 지출을 늘려오고 있다.
부채도 증가했다.
부동산도 ‘가용 재원 범위 내에서 최고의 것을 사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정부와 기업도 다르지 않다.
부채를 끌어서라도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고 신사업을 벌였다.
1990년대 말 동아시아 경제위기,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공산당 내에서 비판과 분석이 제기됐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구조적으로 피해 갈 수 없는가’와 ‘왜 외부 요인으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아야 하나’가 핵심이었다.
”
논의로 도출한 결과는 무엇인가.
“두 가지다.
‘중국이 과도하게 대외 경제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줄여야 한다’는 것과 ‘맹목적 생산을 하고 있다.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수경제 규모를 키우고 생산을 통제해야 하는데 생산 조절을 할 수 없었던 것이 시진핑 체제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시진핑 체제가 출범했다.
시진핑 파벌의 특징은 이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력을 쥐고 나서 이권을 추구하려 했는데 마땅한 분야가 없었다.
상하이방(上海帮)이라 하는 장쩌민 파벌이 이미 장악했기 때문이다.
남은 영역인 공공부문이나 지방정부에서 이익을 취하려니 긴축재정이 필요함에도 팽창재정이 이어졌다.
이들 분야 지출을 줄이면 시진핑 파벌의 이익도 줄기 때문이다.
재정적자는 누적되고 부동산을 중심으로 거품은 커져만 갔다.
시장에서 위험신호가 울리자 등장한 것이 2020년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 △순부채비율 △단기부채 대비 현금비율을 제한하는 ‘3대 레드라인’이다.
공공부문 개혁은 힘드니 민간 분야를 통제한 것인데 이를 두고서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 ‘버스 터미널 운영하던 마인드로 국제공항 경영하려 든다’는 식으로 공산당을 비판했다 눈 밖에 나고 고초를 치렀다.
”
시진핑 주석의 당권·군권 장악은 문제없다
시진핑 체제 불안 관련해서 나오는 키워드가 경제 문제와 더불어 권력 기반 자체 약화설이다.
군부와 갈등설도 제기됐다.
혹자는 쿠데타 가능성도 제기하던데.
“군부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로켓군 수뇌부와 방위산업 국유기업 수뇌부를 숙청했다.
주지할 점은 이 문제와 시진핑의 권력 기반 문제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당권·군권 장악은 문제없다는 의미다.
실각한 리상푸(李尚福) 전 국방부장 등이 로켓군 출신인데 시진핑 입장으로서는 배은망덕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미사일 기지 좌표 등 중대 기밀을 유출하고 로켓 연료 대신 물을 채우는 등 부패가 극에 달했다.
타군(他軍)에서는 ‘로켓군만 총애한다’는 불만이 팽배했는데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다.
장유샤(張又俠)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갈등설도 불거졌는데 과장이라 본다.
장유샤는 군부의 다거(大哥·큰형님) 같은 존재다.
군 내부의 불만 목소리가 쏠릴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그 속에서 시진핑과 장유샤 혹은 군부와의 갈등설은 침소봉대된 것이다.
”
시진핑 체제가 극복해야 할 외부 요인으로 트럼프발 리스크가 있다.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는 형국인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중국은 준비가 돼 있지만 미국은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미국 소비자가 중국산 저가 제품 없이 생활이 가능한지를 보면 알 수 있다.
20% 관세율은 타격은 입어도 기본적으로 수출 자체에는 문제없는 수준이다.
관세율 40%를 넘어가면 대미 수출은 막히기 시작한다.
50% 넘어가면 관세율 100%냐 200%냐는 의미가 없다.
대미국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를 겪으면서 중국은 대외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경제 규모를 늘리는 등 준비해 왔다.
정치 역학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선거로 대통령과 의회 지형이 주기적으로 바뀌지만 중국은 다르다.
”
트럼프가 관세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붕괴를 겨냥한 ‘큰 그림’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트럼프와 행정부 핵심 인사들은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이 국익에 도움이 안 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미국 내수경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트럼프는 자동차산업을 강조하는데 실질적 일자리 창출,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정책은 간단명료하다.
관세율 높여서 수입을 규제하고 관세로 정부 재정 확충하고, 공무원을 해고하고 지출을 줄여서 정부 재정수지 맞추는 것이다.
‘트럼프 웨이’에서 관세는 수단이 아닌 목적이다.
”
트럼프는 쌍둥이 적자 해소를 내걸었다.
미국은 달러화 발권국이고 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인 이상 쌍둥이 적자가 문제 안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
“쌍둥이 적자 문제는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시절부터 누적된 문제다.
이제까지 미국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신사업 분야, 첨단기술 산업 영역을 개척하며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창출해 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과학기술 혁신이 성과를 내고 있다.
핵융합발전, 전기 대신 빛을 이용하는 광자반도체 분야 등에서 괄목할 진전을 이뤘다.
미국이 미래 신시장 선도가 불확실해진 상태에서 쌍둥이 적자는 당장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로서는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문제다.
”
트럼프 웨이대로라면 외교적으로는 고립주의, 경제적으로는 블록경제가 강화될 듯한데.
“세계경제가 미국 시장과 비(非)미국 시장으로 나눠지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니 비미국 시장에 주력할 것이다.
인도, 브라질 등 브릭스(BRICS) 국가군은 어떤 선택을 하든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한국, 일본, 대만 같은 나라가 문제다.
”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개별 기업, 개별 산업군 차원으로 대응할 수 없는 문제다.
국가 차원의 상위 전략이 부재한데 세부 전략·전술을 기대할 수 없지 않나. 잠정 중단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진행해 새로운 경제블록을 구성할지 여부도 정부가 판단해야 하는데, 대통령 궐위로 컨트롤타워가 없다.
예를 들어 미국 시장에서 분리되는데 중국 시장에도 접근 못 한다.
한국은 나락으로 가는 것이다.
누가 적과 동맹인지 알 수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는데 한국은 수십 년 동안 이념이나 사상 발전이 없다.
근본 문제다.
”
역사성 중시하는 공산당, 100년 내다보고 대만 침공할 것
중국 경제 문제, 미·중 경쟁 문제로 시작한 대화는 양안 관계로 이어졌다.
이철 박사는 2023년 출간한 ‘이미 시작된 전쟁: 북한은 왜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가’에서 “양안전쟁에 남북한도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대만에서 독립 성향 민주진보당이 3연속 집권한 후 대만해협에서 파고가 높아지는 형국인데.
“양안 통일전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판단이다.
대만에서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긴장 고조는 피할 수 없다.
라이칭더(賴清德) 현 대만 총통의 ‘중국은 해외 적대 세력’ 발언은 부적절했다고 본다.
대만 사람들이 불안해하는데 중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한 것이다.
개인 성격과 관련지으면 라이칭더는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
여우같이 처신하는 지도자가 필요한데 곰같이 처신한 셈이다.
위험도는 10점 척도로 9.2 내지 9.4라고 생각한다.
일촉즉발 위기다.
”
‘2027년 대만 침공설’은 널리 알려졌다.
밍쥐정 국립대만대 교수는 “TSMC가 있어서라도 대만 침공은 힘들 것”이라고 하던데.
“TSMC 때문에 대만 침공 못 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TSMC가 생산하는 고정밀도 반도체 제품 고객은 거의 100% 미국이다.
중국으로서는 TSMC가 생산을 중단해도 피해가 없는 셈이다.
중국공산당은 경제 가치보다는 역사성을 더 중시한다.
3개월 정도 앞을 내다보면 전쟁을 벌이는 건 손실이다.
100년 앞을 내다보면 전쟁을 해서라도 통일하는 게 이익이다.
2027년 침공은 어렵다고 보지만 2027~2029년 3년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전망한다.
”
양안전쟁 발발 시 한국의 선택은 어떠해야 하나. 한국군 장성 출신 전문가는 지상군 위주의 주한미군은 실질적으로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안 유사시 한국도 100% 휩쓸려 들어간다.
주한미군 역할, 한국군 역할 관련해서는 육·해·공군 의견이 다르더라. 육군은 ‘우리가 굳이 참전해야 한다’는 식으로 바라보는데 해군은 함대 파견 등을 기정사실로 보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군이 동맹군으로 참전해 주기를 희망한다.
지상군을 파병해서 대만에서 같이 싸우기를 원하는 것이다.
한국군도 양안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
인민해방군이 움직이면 북한군도 움직일 것이라 주장하는데.
“북한군이 도발해서 주한미군, 한국군 발을 묶을 것이다.
양안전쟁을 벌일 때 인민해방군은 한국군과 전면전을 각오할 것이다.
평택 주한미군기지 공격도 할 것이고. 한국도 선택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시나리오에 따른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밀실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론화하고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
여전히 ‘대만해협 분쟁은 남의 일이다’ ‘전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식으로 대응하는데 위험하다고 본다.
”
“관세전쟁, 중국은 준비 完 vs 미국은 준비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