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정치적 사건이 나라 경제 망쳐서야…
● 탄핵안 ‘의결’만으로 직무 정지, 행정부 마비 시켜
● 日 트럼프 당선 직후 손잡아…우리는 탄핵으로 속수무책
● 트럼프 2기 출범 78일 만에 韓 대행 트럼프와 통화
● 전 정부적 TF 설치하고, 전략 책임질 경제 컨트롤타워 구축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22대 국회는 2024년 5월 30일 출범했다.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22대 국회는 역사상 가장 많은 탄핵안을 의결했다.
지금까지 헌법재판소(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 것은 대통령 탄핵안뿐이다.
우리나라에서 탄핵안이 의결되면 해당 공무원의 직무가 정지된다.
탄핵안 의결 자체가 행정부의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할 수 있다.
법의 흠결을 이용해 실제로 마구잡이 탄핵안 의결이 추진됐다.
그동안 관행으로 맡겨졌던 영역이 정치의 부재로 허물어졌다.
  야당이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해도 탄핵안 의결로 행정부의 권력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다는 걸 미처 예상하지 못한 탓에 탄핵 정치가 이어졌다.
명시적으로 탄핵 정치를 막는 제도를 갖추지 못한 것은 뼈아픈 부분이다.
헌법재판소는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탄핵안을 각하해야 했다.
그러나 흠결 있는 탄핵안을 심의하느라 오랜 시간 탄핵된 공무원의 직무 정지를 용인함으로써 정치세력의 탄핵 정치에 힘을 실어줬다.
이런 제도의 흠결은 결국 불행한 헌정사를 남겼고, 국민은 분열됐으며, 국정은 혼란을 거듭했다.
  우리가 탄핵 정치에 빠져 있을 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무역 질서를 바꾸는 경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유럽, 중동, 동아시아 등 전 지역이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기 전까지 예상할 수 없는 큰 위험에 빠졌다.
지혜를 모아 새로운 대안을 토의해야 할 국회가 분열했고, 누구도 아무런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국가 발전에서 사회제도는 얼마나 중요한가 카메르 다론 아제모을루(Kamer Daron Acemoğlu)와 제임스 로빈슨(James Alan Robinson)은 국가 발전에서 사회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한 공으로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들은 제도가 경제적 풍요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두 석학이 공동으로 저술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남한과 북한의 경제력 차이를 한 장의 위성사진으로 표현했다.
반만년 역사를 함께해 온 두 지역은 분단 이후 다른 길을 걸었다.
77년이 지난 지금 체제의 차이로 인해 경제력의 차이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시장경제는 분업과 거래를 통해 수많은 사람이 경제활동에 참여해 그 과실을 나눈다.
엘리트나 각 분야의 장인뿐 아니라 미숙련된 인력과 취약계층 모두가 실질적으로 시장경제에 참여한다.
두 석학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포용적 경제는 정부가 주도해 보조금을 나눠주는 경제가 아니라 시장경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도 정부는 여러 정책을 통해 시장의 성과를 개선한다.
시장경제 체제가 외부 충격을 받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부는 시장경제 체제 내에서 이런 충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경제 문제를 해결한다.
의원내각제나 대통령제, 그리고 여러 형태의 권력구조를 불문하고 정부의 운영은 행정부가 단독으로 수행한다.
같은 일을 복수의 정부 기구가 수행하는 경우는 없다.
행정부가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정책을 집행하기 때문에 행정부의 대통령과 장관 등은 고유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권한을 특정 정치세력이 근거도 없이 탄핵을 남발해 제한하면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만 떨어뜨릴 뿐이다.
  지난해 11월 6일 트럼프가 당선되고 세계가 요동쳤다.
12월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트럼프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대선 승리 이후 처음으로 연 생중계 기자회견이어서 세계가 주목했다.
이후 2월 7일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트럼프를 만나 그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면서 트럼프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세계경제 3위의 일본이 보인 태도는 ‘철저히 미국과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었다.
일본의 미국의 관세정책과 관련해서도 여러 차례 통화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행정부의 여러 책임자가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됐고, 대행의 대행 체제하에 책임자들은 과부하가 걸렸다.
경제를 뒷받침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경제를 붕괴시키는 형국이었다.
  트럼프를 장사꾼으로 비하하면서 미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올바른 대응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카리스마가 강한 지도자일수록 개인적 특성으로 조직을 이끄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 특성은 정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국민적 지지는 이유 없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개인적 특성 분석으로 정책을 분석하는 것은 오류를 낳거나 대응 자체를 경솔하게 만든다.
상대방이 어떤 이유에서 정책을 내놓는지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그 정책에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시바 시게루(왼쪽)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7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의 전략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이야기할 때, 우리나라 언론은 뚱딴지같은 이야기라고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린란드에 관해서 미국인들은 다른 반응을 한다.
그린란드는 미국 역사의 시작을 알린 곳이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서양인 최초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은 아니다.
바이킹과 그린란드, 그린란드와 미대륙은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미국인들은 배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17년 전 하버드대에서 미국 역사를 수강할 때 작성한 노트에도 이러한 사실이 나온다.
트럼프는 그린란드 스토리를 이용해 지지율을 높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관세전쟁은 오랜 역사를 가졌다.
영국은 미국 식민지에서 일어나는 저항에 대응하기 위해 1775년 무역 금지법(the Prohibition Act)으로 영국 식민지가 영국 이외 다른 나라와 교역하는 것을 막았다.
이에 미국 식민지 대륙회의는 1776년 7월 독립을 선언하게 된다.
물론 독립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으나, 영국의 무역 금지가 큰 영향을 주었다.
미국은 이후 프랑스와 다른 유럽 국가들과 손을 잡고 영국의 무역 금지의 악영향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은 최혜국대우를 요구하며 다른 나라와 무역을 확대해 나갔다.
  연방정부에 무역 권한을 부여하는 데에는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의 역할이 컸다.
그는 연방주의 논설(the Federalist Papers)에서 영국이라는 왕국과 대항하기 위해 무역에 관한 정부의 권한을 강조했다.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이 연방정부 초대 대통령이 되자마자 의회와 함께 추진한 첫 번째 조치가 관세를 부과하는 일이었다.
관세는 정부 재정에 도움을 주었다.
알렉산더 해밀턴은 무역에서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과 대립했다.
이 대립은 지금도 미국 정치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트럼프는 미국의 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William McKinley)를 ‘관세의 왕’이라며 치켜세웠다.
매킨리는 민주당의 관세 인하 주장에 대해 “관세를 내리면 맨 먼저 고통받는 사람들은 미국의 노동자”라고 주장하면서 관세 인하를 반대했다.
1890년 매킨리는 보호돼야 할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인상하는 법안을 준비하면서 관세 인상이 미국 내 생산을 증가시키고, 더 다양한 생산 기업들이 미국에서 활동할 것이며,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킨리와 함께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애국심에 호소하면서 이에 동조했다.
매킨리의 관세 법안은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일정 제시, 설탕에 대한 무관세와 설탕 생산자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 국내 대체 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관세 인상, 상호 협정 조항 등의 특징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고 및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매킨리의 관세 인상법은 각 주의 상황에 따라 많은 논란을 일으켰으나, 결국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 1890년 10월 1일 실행됐다.
미국은 당시에 가장 큰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였기에 관세 인상은 세계 무역 흐름을 바꿨다.
이로 인해 캐나다 농산물의 대미 수출이 급격히 줄었고, 캐나다 경제가 추락했다.
당시 미국인들은 캐나다가 미국에 합병될 것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캐나다는 미국 대신 영국을 선택했고, 캐나다와 영국의 관계는 더 가까워졌다.
  매킨리의 관세정책은 당시로서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1891년부터 보호된 산업의 국내 생산은 급증했으며, 1896년에는 수입액을 초과했다.
1899년에는 미국 국내시장의 90%를 미국 기업들이 장악했다.
그리고 관세 인상의 성공적 결과가 매킨리를 1901년 재선에서 성공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당시의 경제성장이 관세 인상 때문인지에 대해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우리 언론들이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인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미국인들은 그들의 경험 속에서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물론 관세정책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훗날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대공황을 악화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향후 타협 가능하다고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 정치에서 지지자를 결집할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으로 이익을 보는 산업과 지역,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도 보호무역에 대한 지지세가 존재한다.
트럼프가 역사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지지세를 공고히 하고 관세 인상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난다는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4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복잡한 셈법이 필요한 트럼프의 관세정책 그러나 관세 인상으로 미국의 경제 지표가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장기적으로 효과가 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시간을 앞당기는 유일한 방법은 해외자본 유치다.
트럼프가 기업인들을 만나서 관세를 안 내는 방법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일본과 한국 등의 기업인들이 미국 내 투자를 늘리는 것이 현재 트럼프 입장에서는 가장 반가운 일이다.
투자를 약속한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가 가시화하기 위해서도 시간은 걸린다.
관세 인상으로 미국 내 투자가 증가하고, 보호되는 산업의 생산 증가로 일자리가 증가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기는 어렵다.
  오히려 관세 인상은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관세 인상으로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재정적자가 감소해 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관세 인상은 미국의 물가에 영향을 준다.
바이든 행정부의 물가 관리 실패를 공격해 왔던 트럼프에게 물가 인상은 치명적이다.
트럼프가 물가 인상의 우려에도 관세 인상에 매달리는 것은 관세 인상의 역효과를 저지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유가 하락이다.
트럼프가 대선 유세 도중 셰일가스 증산을 외친 것도 유가 하락을 통한 물가 관리를 염두에 둔 행동으로 이해된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각국 대비 올라갔다면 관세 인상의 영향은 그만큼 줄어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관세 인상의 단기적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관세 인상으로 트럼프가 충격을 주고자 하는 대상은 미국의 주요 수입 상대국이다.
미국의 주요 수입 상대국은 멕시코, 중국, 캐나다, 독일, 일본, 베트남, 우리나라 등이다.
우리나라의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24년 기준 각각 19.5%와 18.7%다.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우리나라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의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1기의 미·중 무역전쟁을 상기하면 된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중국은 강하게 대응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출에 큰 충격을 줬고, 부작용을 우려한 트럼프는 협상에 들어갔다.
중국은 협상을 완전하게 이행하지 않았다.
트럼프 2기 개막과 동시에 트럼프는 더 큰 관세전쟁을 시작했는데, 이는 누구를 상대로 한 것일까.  나라별로 상황을 살펴보면 멕시코와 캐나다는 국경 문제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도 중국의 우회 수출 등을 봉쇄하는 선에서 협상안을 찾아 나가고 있다.
일본은 미국 내 투자 확대로 바로 타협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남는 것은 중국뿐이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대미 협상에서 비슷한 위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전략을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전담반을 설치하고 정부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응 기조는 상호 윈-윈(win-win) 전략을 찾는 것이다.
일본의 전략은 미국이 고민하는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가스 도입을 통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인다는 것이다.
자동차와 농산물 등 미국의 관심 품목에 대해 미국에 양보해 자유무역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입장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고도 통화 한 번 못 하다가 78일 만에 한덕수 대통령 대행이 트럼프와 통화했다.
야당은 이 통화도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다음 대통령이 당선될 때까지 협상은 한 발짝도 진전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다.
대미 협상 전에 정치 리스크부터 걷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컨트롤타워의 중요성 트럼프의 전략을 읽었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해법은 중국과 같은 입장으로 대응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과 같은 노선에 합류할 것인가 둘 중 하나다.
일본은 미국의 노선에 합류하고 오히려 미국과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군사적 협력이 필요하기에 일본은 방위비 문제는 더 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중국은 대미 우회 생산국들과 한배를 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 시장을 열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이 중국과 한배를 탈 리가 없다.
결국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전략도 일본의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처럼 동북아 안보에서 미국이 우리나라가 필요하도록 한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문제는 정치 리스크다.
이 모든 논의가 정치적으로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정치 리스크를 관리하고 합리적 전략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전 정부적 TF를 설치하고 이를 책임질 경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과 양허안을 만들고, 관련 협상안을 만드는 데에는 여러 부처의 논의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궐위된 상황에서 이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 확고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적 혼란이 나라 경제를 위기에 빠뜨리지 않게끔 컨트롤타워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중심으로 정치 리스크를 관리하고, 미국과 협상을 통해 미국과 우리나라의 상호 호혜적 협상을 하루빨리 추진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공백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 컨트롤타워 절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