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속으로] 거절·실패에도 활로 여는 ‘옆문 전략’ 라유진 작가
● 자신의 경험 담은 ‘옆문 전략’ 최근 출간
● 의전 전문가로 일하던 외교부 퇴직 후
● ‘옆문’ 열며 주부에서 강사, 컨설턴트로 변모
● 난관에 포기 말고 역량 총동원해 대안 찾아야
● 안 되는 이유보다 될 방법 찾는 자세가 중요
‘옆문 전략’의 라유진 작가. 홍태식 객원기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사정상 어렵습니다.
” 누군가를 설득했을 때 들을 수 있는 상투적인 거절이다.
더는 설득할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혹자에게는 이 거절이 기회가 된다.
지금의 설득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고, 이제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 보면 설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부류다.
최근 출간한 ‘옆문 전략’(행성B)의 저자 라유진(42) 작가가 바로 이 부류의 사람이다.
4월 8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난 그는 “옆문 전략은 정문(기본적인 해결방안)이 막혔을 때, 포기하기보다는 바로 대안이나 다른 해결책을 찾는 전략적 태도”라고 소개했다.
라 작가는 또 “‘어렵다’는 이야기는 ‘안 된다’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어렵다는 말에 포기하지 않고 대안을 찾는 것이 옆문 전략의 시작”이라 주장했다.
그의 삶은 옆문 전략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인턴을 거쳐 외교부에 입부해 대통령과 해외 국빈 의전을 맡아 일하다가 자녀 양육 문제로 돌연 사직했다.
사직 후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으나 그는 달랐다.
오히려 사직이 기회가 됐다.
외교부 동료였던 남편을 따라 북미, 유럽, 동남아, 중남미 등 여러 국가를 경험했다.
사직의 이유가 양육이니 양육에 집중하면서도 새로운 문화와 언어를 공부해 나갔다.
외국인이 배우기 어려운 언어라고 악명 높은 베트남어도 중급 자격증을 취득했을 정도다.
이외에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를 익혔다.
어학은 또 다른 기회를 낳았다.
외교부 재직 당시 영어교육 전문가 과정(TESOL)을 이수하고, 퇴직 후에도 어학 시험을 보며 실력을 갈고닦았다.
최근에는 미국 휴스턴 교육청에서 비영어권 출신 최초로 언어능력평가위원회(LPAC·Language Proficiency Assessment Committe) 위원이 됐다.
한국에서는 공무원 면접 컨설팅에 도전했다.
의전 등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해왔으니 상대방에게 호감을 얻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다.
컨설팅이 성과를 내자 입소문을 탔다.
이제는 항공사, 대기업 면접 컨설팅까지 하고 있다.
외교부에서 의전을 맡아왔던 이력과 다양한 외국어 구사 능력을 활용, 국내외 행사 의전 총괄 컨설팅 일도 하고 있다.
역량을 총동원해 성과 내는 방식
라 작가는 본인의 커리어를 “옆문을 잘 열다 보니 얻은 성과”라고 말했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레 지금의 자리에 와 있었다는 것. 그는 “실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도 상황이 어려워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상황을 고려할 시간에 해결할 방안을 찾는 사고방식을 갖추면 생각보다 쉽게 문제가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라 작가는 과거 파나마 제도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며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자녀들은 파나마 제도의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한인이 거의 없는 지역이라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했다.
당장 친구를 사귀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엄마인 라 작가가 직접 아이들의 친구를 만들어주기로 작정했다.
그는 현지인 아이들의 부모를 공략했다.
정문은 부모들과 대화를 통해 친분을 쌓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라 작가는 스페인어를 완벽히 익히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그는 “지금도 내 스페인어는 겨우 여행 다니기 불편하지 않을 정도지만, 그때는 더 서툴렀다”며 “현지인 학부모들과 대화하며 친해질 정도는 아니었으니 다른 옆문(방식)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말 대신 행동으로 나섰다.
학교 행사가 있을 때마다 스마트폰을 두 개씩 들고 사진작가를 자청했다.
학생들의 사진을 깔끔하게 편집해 학부모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했다.
작품을 본 현지 학부모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관계를 다지자 학생들이 여는 주말 파티에 초대받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현지인 친구들의 파티에 참여하며 금방 친구를 사귀었다.
라 작가는 “언어가 안 된다고 지레 포기해 버렸다면 아이들은 학교 적응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을 것”이라며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총동원해 아이들을 도왔고, 덕분에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웃었다.
포기보다 대안 찾는 방식 공유하려 책 발표
라 작가는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돈의 속성’의 저자 김승호 스노우폭스 그룹 회장의 추천으로 ‘옆문 전략’을 쓰게 됐다.
김 회장은 글로벌 외식기업 스노우폭스그룹을 창업했고, 2023년 6월 일본 최대 규모의 식품 서비스 기업 젠쇼에 6억2100만 달러(약 8000억 원)에 회사를 매각했다.
이후로는 분기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백옥희 이사장이 설립한 최고경영자 전문 교육기관 ‘한국사장학교(KCA)’에서 후배 사업가들을 위한 강의를 진행했는데, ‘옆문을 여는 방법’은 강의 주요 주제 중 하나였다.
이후 김 회장은 라 작가의 가족과 우연히 친분을 갖게 되며 그 재능을 찾아냈다.
책 추천사에서 김 회장은 “(라 작가는)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결국 더 나은 결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었다.
단순히 (상황이 어렵다는) 보고에 그치지 않고 본능적으로 해결책을 찾아내는 사람은 흔치 않다”고 적었다.
라 작가는 처음에는 책 쓰기를 저어했다.
그는 “절실한 상황에서는 누구나 ‘안 된다’는 말에 포기하기보다는 다른 방식을 찾는다”며 “누구나 한 번쯤은 옆문을 열어본 경험이 있을 테니, 내 경험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던 그가 용기를 낸 것은 김 회장의 추천 덕분이었다.
라 작가는 “옆문을 열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많지만, 이를 문제 해결의 원칙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은 적다는 이야기를 듣고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며 “난관에 봉착했을 때 지레 포기해 버리기보다는, 옆문(다른 해결책)을 찾는 삶의 방식을 공유하자는 의미에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옆문 전략은 그 이름 때문에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다른 해결책을 뜻하는 ‘옆문’이 마치 편법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라 작가는 편법을 이용한 해결책을 “‘뒷문’이라 부르며 옆문과는 다르다”고 역설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옆문은 해결이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다른 방식으로 도전해 봐야겠다는 유연한 사고다.
반면 뒷문은 편법적 수단을 활용하면서까지 문제 해결에 나서는 방식이다.
라 작가는 “‘옆문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포기하지 않고 대안을 찾는 ‘적극성’과 가진 능력을 모두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추진력’”이라며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 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어렵다’와 ‘안 된다’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