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당 지도부가 나를 끌어내리기 위해 불법 수단 동원”
● 권영세 “긴 말 않겠다.
큰 지도자 되려면 자신 버릴 줄 알아야”
● 대선 25일 전...커지는 파열음에 국힘 후보는 여전히 안갯속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의총장을 나오고 있다.
왼쪽은 권성동 원내대표. 뉴시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덕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와의 단일화를 사실상 거부했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대통령 후보를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반민주적 행위를 즉각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11일 후보등록 마감 전까지 한 후보와 단일해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 요구를 거부한 걸 넘어 면전에서 비난한 것이다.
김 후보 발언 이후 연단에 선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긴 말은 하지 않겠다.
김 후보가 더 큰 지도자가 되려면 자기 자신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밝힌 뒤 굳은 얼굴로 의총장을 떠났다.
권 비대위원장 퇴장 이후 김 후보 역시 의총장을 나서자 의원들은 “일방적으로 얘기하지 말고 (의원들) 얘기를 듣고 가라” “혼자 떠들려면 뭐 하러 온 거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는 ‘즉각적인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더니 후보가 되자 ‘딴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오늘 의총에 참석한다니 허심탄회하게 그 이유를 들어보려고 했다”며 “그런데 자기 할 말만하고 의총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니 ‘몽니’를 부리는 거 같아 허탈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김 후보가 3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의총에 참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권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5일과 6일 잇달아 의총을 열고, 김 후보와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촉구했다.
특히 6일 의총에서는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대선 관련 주요 현안 조사 실시하기로 했고, 7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7%가 ‘후보 등록일 이전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는 7일과 8일 두 차례 한 후보를 만나 단일화 담판에 나섰지만 단일화 시기와 방법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단일화 담판은 소득없이 끝났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5월 8일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후보 단일화를 위한 2차 회동을 마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대선 25일 앞...국힘 최종 후보는 여전히 안갯속
한편 두 후보간 단일화 담판은 무산됐지만 8일 오후 5시부터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 중 누가 더 나은가’를 묻는 단일화 여론조사는 진행 중이다.
당 지도부가 이처럼 단일화 수순을 밟는 근거는 당헌 74조의 2 특례조항. 이 조항은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대통령 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후보자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의(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정한다’고 돼 있다.
당 선관위원장인 이양수 사무총장은 9일 오전 한 인터뷰에서 “당원 여론조사에서 87%가 ‘단일화를 해야 된다’고 한 것은 엄청난 ‘상당한 사유’”라며 당헌 당규에 따라 오늘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후보자 교체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를 근거로 당 지도부는 최종 후보 지명을 위한 전국위원회를 11일 소집한 상태다.
당 지도부가 사실상 후보 교체 수순을 밟자 김 후보 측은 가처분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김 후보 측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당 지도부가 추진해 온 단일화 절차는 중단될 수 밖에 없다.
6‧3 대선은 2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가 누가 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김문수 ‘몽니’에 단일화 사실상 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