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회색지대]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④
● 尹·국민의힘 죄악이 李·민주당 면죄부는 아냐
● 李 사건 재판장, 질질 끌다 선고 앞두고 사표
● 22대 국회 20.3% 차지한 법조인들의 만행
● 양보 범위 논하는 게 정치인데 불법만 따져
● 민주당의 사법부 향한 ‘러브콜’과 ‘압박 전술’
● ‘만독불침’ 이재명 vs ‘희대의 방화범’ 윤석열
● 대통령 이재명과 집권 여당의 ‘대법원 죽이기’
2025년 5월 11일 전 대통령 윤석열은 국민의힘을 향해 “단결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 김재섭은 “가장이 집에 불을 질러놓고 ‘불 열심히 끄라’라고 훈수 두는 것인가”라고 어이없어했다.
그로부터 20여 일 후인 6월 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이 제2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홧김에 자기 집에 불을 지른 방화범 윤석열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과 같은 기형적 대통령제 국가에선 맨정신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
12·3계엄이라는 윤석열의 방화에서 6·3대선일까진 6개월의 기간이 있었다.
국민의힘은 방화범의 정신상태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하면서 단호한 태도로 방화범을 국민의힘과 분리했어야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선일까지 내내 방화범의 정신적 노예처럼 행동함으로써 사실상 제2의 방화범이었다는 걸 스스로 입증했다.
정신 나간 짓이었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기이한 작태를 어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국민의힘은 해산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그럼에도 한 가지 대원칙은 확인해 두자. A가 악하다고 해서 대립 관계에 있는 B가 저절로 선해지는 건 아니다.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6·3대선을 한 달 남겨둔 시점에서 존경받던 진보 언론과 지식인까지 가세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이 마치 불공정한 사법부의 희생양이나 되는 것처럼 사태를 왜곡해 대는 일이 벌어졌다.
윤석열·김건희·국민의힘의 죄악이 이재명과 민주당의 면죄부라도 되는가. ‘사법의 정치화’가 문제라면 그로 인한 수혜는 이재명과 민주당이 훨씬 더 많이 누렸다는 걸 인정할 수 없단 말인가. 지난 호에서 지적한,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이재명이 누린 3번의 큰 사법적 행운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번 호에선 2024년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해보자. 이재명 재판 16개월 끌다 사표 낸 판사 2024년 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부장판사 강규태가 이재명 재판을 진행하다 사표를 내는 ‘사건’이 벌어져 큰 화제가 됐다.
그는 지인들에게 “내가 조선시대 사또도 아니고,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며 ‘재판 고의 지연’ 지적에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형사합의부 재판장이 공직선거법 사건을 16개월이나 끌다 마무리 짓지 않고 사표를 낸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강규태는 1월 9일 서강대 법학과 동기들이 있는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명예퇴직 사실을 전하며 “상경한 지 30년이 넘었고, 지난 정권에 납부한 종부세가 얼만데 출생지라는 하나의 단서로 사건 진행을 느리게 한다고 비난을 하니 참 답답하다”는 글을 올렸다.
그의 고향은 전남 해남으로, 재판 지연을 출생지와 연결 짓는 해석에 억울함을 나타낸 것이다.
또 ‘사또’를 언급한 것은 증인이 많은 사건인데 조선시대처럼 일방적으로 재판할 수는 없었다는 뜻을 강조하려던 것으로 풀이됐다.
이 사건은 이재명이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고 말한 것과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관련 국토교통부 협박이 있었다”는 발언이 허위인지가 쟁점이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증인 진술의 디테일을 따져야 하는 뇌물 사건도 아니고, 사안 자체가 어려운 재판이 아니다”라며 “증인이 많았다지만 압축적으로 진행했다면 충분히 신속히 마칠 수 있었을 사건”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9월 8일 이재명을 불구속 기소했는데 강규태는 준비 기일만 총 4차례 열었고, 결국 첫 공판은 기소 6개월 후인 2023년 3월 3일에야 열렸다.
재판 준비 절차가 지지부진하고 첫 공판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고질적 문제가 반복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4월 11일 오후 김건희 여사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조선일보는 “李 선거법 재판 16개월 끌다 사표, 강규태 판사의 사법 농락 가담”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선거법 위반 사건은 신속한 재판을 위해 1심을 6개월 이내에 끝내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강 부장판사는 이미 10개월 동안 위법을 저질렀다.
판사로서 일말의 책임감이나 양심이 있었다면 늦었더라도 선고는 자신이 해야 한다.
그런데 선고는 고사하고 재판도 마무리하지 않은 채 사표를 내버렸다.
중요 사건 재판장이 이 정도로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 것은 유례가 드물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 대표 구속영장 심사를 맡은 판사는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은 기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논리와 법리가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그가 제시한 법리는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이 대표 사건 관련자 20여 명이 구속됐는데 정작 본인 영장이 기각된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더니 이번엔 상식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판단할 수 있는 허위 사실 공표 사건 재판장이 선고를 앞두고 사표를 내고 도망치듯 했다.
지금 이 대표 측은 재판을 지연하려고 갖은 수단을 동원해 사법제도를 농락하고 있다.
강규태 판사는 이 사법 농락에 가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 믿기지 않을 정도로 법을 사랑한 한국인 제22대 총선(2024년 4월 10일)은 야권의 압도적 승리(여당 대 야당 ‘108대 192’)로 끝났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와 이와 관련된 직언을 하면 이성을 상실하면서 광분하는 ‘윤석열 리스크’의 폭발이 가세하면서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 총선에서는 총 61명의 법조인이 당선돼 20대 49명, 21대 46명에 비해 대폭 늘었다.
동아일보 논설위원 장택동은 “법조인 과잉 국회가 걱정스러운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5월 2일)에서 “전체 국민의 0.1%도 안 되는 법조인이 당선인의 20.3%를 차지한 것은 과대 대표가 아닐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여야가 사법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궁극적 이유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상대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다.
이런 풍토에서는 정치의 본질인 타협과 양보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사법기관들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흔들리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폐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판사, 검사,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정치의 사법화에 선봉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그러나 그런 희망 사항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로 정치의 사법화가 극단으로 치달았다.
정치의 사법화에 관한 한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없었다.
조선일보 사회부장 황대진은 “변방의 변호사들이 만든 ‘사법 공화국’”(5월 31일)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노무현·문재인·이재명 세 사람은 ‘변방의 DNA’를 공유한 변호사였고, ‘중심’에 진입하는 길로 정치를 택했다.
변방의 변호사들은 민주화와 인권 향상에 이바지한 측면이 있지만, 이들이 정치권력을 잡으면서 생긴 문제도 작지 않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가장 큰 것은 정치를 사법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간 것이다.
법률 지식을 앞세워 정치를 대화와 타협이 아닌 법조문 다툼으로 만들었다.
서로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게 정치인데, 어디서부터 불법이냐만 따진다.
그 결과 국회에선 온갖 꼼수와 편법이 난무하고 사회의 도덕과 상식도 불법 바로 직전까지 후퇴했다.
노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자기 이름으로 헌법소원을 낸 대통령이다…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일반 국민을 형사 고소한 첫 대통령이기도 하다.
정치의 사법화는 결국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는 길을 열었다…법원은 7개 사건 10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미래도 손에 쥐고 있다.
나라의 대소사를 사법부가 결정하는 사법 공화국이 됐다.
” 사법 공화국의 독기는 시민의 일상적 삶에까지 스며들었다.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정원수는 6월 25일자 칼럼에서 “우리 사회가 양극단으로 갈라지면서 ‘세상만사의 사법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했다.
경제 칼럼니스트 조귀동은 “아파트 관리비까지 법으로 해결한다면”이란 제목의 조선일보 칼럼(9월 3일)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관리비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진 사건을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 대표 사퇴가 이어지면서 28동 가운데 13동이 궐위다.
소송으로 선을 넘은 갈등이 어떻게 수습될 수 있을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일상생활에 법정의 논리가 침투하면 이래서 위험하다.
전자가 조정과 타협을 근간으로 한다면, 후자는 결국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에 고발돼 진술서를 쓰거나, 민사소송 당사자가 돼 변론을 준비하는 순간 칼날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긴장감과 공포, 그리고 분노가 치밀기 마련이다.
” 사법부를 향한 ‘러브콜’과 ‘압박 전술’ 사법 공화국이니 법조 공화국이니 하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한국인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법을 사랑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으로 법원에 접수된 사건 수는 616만7000여 건에 이르렀는데, 이는 한국보다 인구가 2.4배 많은 일본의 337만5000여 건의 거의 두 배였다.
‘대검찰청 형사사건 동향’에 따르면 2023년의 고소·고발 사건 수는 33만1000여 건으로, 인구 대비로 보면 일본의 50배에 달했다.
법을 과도하게 사랑하는 한국인의 이런 심성과 행태가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를 키우는 토양이 된 건 아니었을까.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강규태 부장판사는 해당 사건 재판을 진행하던 1월 10일 사표를 냈다.
뉴스1 2024년 11월 15일로 예정된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를 1주일 앞두고 민주당의 지지자 동원령,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벌어졌다.
11월 8일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표가 본인 범죄 혐의에 대한 법원의 형사판결 선고를 1주일 앞두고 총동원령(9일과 16일 집회 등)을 내렸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특정인 범죄 혐의에 대한 법원의 유죄판결을 막기 위해 진영 전체에 총동원령을 내리는 이런 장면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인원 동원을 한 적은 있었지만, 지금은 법원의 유죄판결을 막기 위한 것이니 차원이 다르다.
물론 ‘수사 방해용 인원 동원’ 사례도 민주당이 했던 것”이라며 “(집회 동원으로 미루어) 이 대표와 민주당도 유죄를 확신하고 있다.
프로 정치인들이니 이게 얼마나 무리한 일인지 모르지 않을 텐데”라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무죄가 날 거라고 예상했다면 이런 초유의 극단적인 총동원령, 하지 않을 거다.
판사도 사람인지라 이런 극단적인 겁박엔 공포를 느낄 거다.
공포는 어쩔 수 없는 반응이니까”라며 “이런 겁박에 사법부 독립·공정성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당이 국민과 함께 온 힘을 모아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성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내년도 법무부와 검찰 예산을 정부안 대비 500억 원 가까이 삭감했지만, 대법원 예산은 240억 원 넘게 증액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 판사 출신 의원 박범계는 법원행정처장에게 “의원님 ‘(이 예산) 꼭 살려주십시오’ 이렇게 말해 보라”고 해 논란을 빚었는데, 결국 대법원은 해당 예산을 포기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그동안 민주당이 법원에 대해 이토록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적은 별로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22년 말 기준 법원에 접수된 사건 수는 616만7000여 건으로, 이는 일본의 337만5000여 건의 거의 두 배가량 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 뉴스1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법무부·검찰청 국감은 자정까지 강도 높게 진행하면서도 법원 국감은 일찌감치 끝냈다.
법원의 숙원 사업이던 판사 임용 법조인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발의 한 달 만에 신속 처리했다.
21대 때 같은 법안을 부결시켰던 것과 대조적이다…이 대표 방탄에 앞장선 민주당이 이 대표 판결을 며칠 앞두고 법원에 러브콜을 보내며 속 보이는 일을 하고 있다.
” ‘러브콜’과 더불어 ‘압박 전술’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한동훈은 2024년 11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범죄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결 선고를 6일 앞두고 이 대표의 총동원령에 따라 오늘 ‘판사 겁박 무력시위’가 벌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아닌 척해도 실질은 바로 그것”이라며 “역풍을 받을까 두려워 마치 따로따로 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누가 봐도 ‘민노총+촛불행동+민주당’이 한날 한 무대에서 ‘원팀’으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1월 9일 오후 6시 30분부터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는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 행동의 날’ 행사를 열었다.
이에 앞서 오후 4시 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가, 오후 5시에 촛불행동의 촛불 대행진이 같은 무대에서 이뤄졌다.
  한동훈은 11월 10일에도 페이스북에 이재명을 겨냥해 “만약 죄가 없어서 무죄라면 생중계만큼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이익이 되는 이벤트는 없을 것”이라며 “무죄라면 ‘판사 겁박 무력시위’ 대신 ‘재판 생중계’하자고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절대로 생중계 못 하겠다고 하고 있다.
자신들도 유죄라고 생각하니까 유죄를 무죄로 바꾸라고 ‘판사 겁박 무력시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의 주말 시위를 민주노총과 연결 지어 공격했다.
그는 “법원의 선고가 앞으로도 계속될 테니 민주당이 다음 주에도 ‘판사 겁박 무력시위’ 또 한다던데, 앞으로 이 대표 모든 범죄 혐의 판결 끝날 때까지 몇 년이고 아름다운 서울의 평온한 주말을 민노총과 합체해 폭력으로 어지럽히겠다는 건가”라고 했다.
11월 11일 민주당 내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주도하는 이재명 무죄판결 탄원 온라인 서명의 서명자 수가 이날 오전 11시 기준 102만4508명을 기록하자, 민주당 최고위원 한준호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 무죄판결 탄원 서명이 100만을 넘었다.
이제는 김건희 특검 촉구 1000만 돌파”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광역의원들로 구성된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제1야당 대표 무죄 탄원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제1야당 대표가 이렇게 치졸한 탄압을 받은 적은 없다”며 “이미 수백 번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를 받았고, 일주일에 3~4일씩 100차례 이상 법정에 출석하며 사실상 법정 연금 상태로 원내 제1당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몇 년째 계속되는 도돌이표 수사에 국민도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탄식을 내뱉을 지경”이라며 “정치검찰의 교활하고 무자비한 탄압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한국일보는 ‘매주 장외집회 민주당, 제1당의 마땅한 자세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민주당이 지난달부터 ‘롱패딩을 준비하겠다’며 장외집회 장기화를 예고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건으로 1심을 앞둔 이 대표 상황과 무관치 않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대표 선고와 무관하다지만 재판부 압박과 동시에 유죄 가능성에 대비한 지지층 결집을 위한 속내일 것이다.
민주당이 수권 정당이 되고자 한다면 틈만 나면 정부와 사법부 압박을 위해 거리로 나가려고만 해선 안 된다.
국민이 우려하는 김 여사 문제와 고물가 등 민생 해결을 위해 국회에서 정부·여당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견제하면서 야당의 본분을 다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 여론을 악화시킨 윤석열·김건희·국민의힘 이상한 일이었다.
12·3계엄 이후 민주당 인사들은 국민의힘을 향해 구구절절이 옳은 말만 했다.
그건 칭찬을 해줘도 좋을 일이었다.
그러나 ‘이재명의 법적 리스크’로 대변되는 자기들의 문제에 이르러선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위험한 일만 골라서 했다.
이에 대해선 나중에 자세한 기록을 제시하겠지만, 이들은 윤석열이 저지른 죄악이 자신들을 백설처럼 순결하게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한다는 신앙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더욱 흥미롭고도 놀라운 건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필사적으로 그런 신앙에 부합하는 일만 골라서 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재명이 저지른 모든 범죄 혐의는 윤석열 정권의 검찰 독재가 조작했거나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이재명과 민주당의 주장이 여론의 지지를 꽤 받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윤석열 검찰이 공정했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이재명 죽이기’를 위해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신공을 부렸다는 것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검찰이 정권 편을 드는 불공정성은 역대 민주 정권에서도 자주 문제가 됐거니와 특히 문재인 정권에서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지만, 사건을 완전 조작하거나 날조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건 충분히 입증된 사실이 아닌가. 달리 말해, 검찰 수사의 불공정성은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이었고, 그 수준의 기반 위에서 그간 모든 정치가 이루어져 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근데 유독 이재명에 대해서만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검찰 독재의 정치 보복이 가해졌다는 것인가.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이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악랄했기 때문에? 분명히 그런 점도 있을 것이니, 이건 진지하게 논의하면서 분석해 볼 사안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재명이라는 인물의 특수성에도 어느 정도의 진실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할 필요는 없잖은가. 그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모험주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위험한 일을 많이 벌인 인물이다.
중요한 건 그의 ‘유능’을 ‘위험’과 분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재명은 경기도지사 시절 “무협지 화법으로 말하자면 난 ‘만독불침(萬毒不侵)’의 경지”라고 호언장담했는데, ‘어떠한 독에도 당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만독불침’이야말로 바로 그의 그런 거친 삶을 웅변해 준 게 아니고 무엇이랴. 이재명이 처음부터 대통령직을 염두에 두었더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모험’이었겠지만, 그가 대선후보로 드러난 건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라고 하는 특수한 사건의 와중에서 잃을 게 없는 언더도그(underdog)으로서 과격한, 때론 무모한 선동을 구사했기 때문이 아닌가. 이재명이 과거에 했던 위험한 일들의 업보로 인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의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게 됐다는 것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6월 2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에 출연,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사전에 ‘기각’될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유튜브 캡처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하나 마나 한 것이다.
윤석열이라고 하는 희대의 방화범 때문이다.
그의 존재 자체가 이성적이고 합리적 논의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에 관한 논의는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 여론 투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사들은 여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사실상 여론의 노예일 때도 있다.
그런데 그 여론을 윤석열·김건희·국민의힘이 삼위일체가 되어 망가뜨리는 데에 최선을 다했으니  어떤 정상적 논의가 가능했겠는가. 윤석열은 욱하면서 격노하는 폭군 기질과 더불어 ‘우둔’하고 ‘멍청’한 지도자요 정치인이었다.
이건 부당한 인신공격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팩트다.
대부분의 사람처럼 그걸 12·3계엄 이후에야 알게 된 나 역시 정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글쟁이로서 그런 팩트를 좀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책임에서 면책될 수는 없다.
그런데 그런 무능한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을까. 크게 보아 세 가지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째,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만든 문재인 정권의 무책임한 포퓰리즘 인사정책. 둘째, 12·3계엄 이후 잘 드러났듯이 권력에 맹종하는 국민의힘이라는 집단의 노예근성 체질. 셋째, 증오·혐오가 정치의 원동력이 된 한국의 극심한 정치 양극화와 진영주의 때문이다.
이재명과 민주당의 ‘대법원 죽이기’ 윤석열의 몰락은 비극적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코미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스토리 자체가 엉터리였다.
픽션을 그렇게 쓴다면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욕먹기에 십상인 그런 스토리였다.
윤석열이 4월 11일 관저에서 퇴거해 서초동 사저에 도착했을 때 그를 기다리던 일부 주민과 악수하며 했던 말을 기억하는가.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뭐 5년 하나 3년 하나…” 이게 말인가 똥인가. “내란 개그맨, 진정 모지리 같아 보인다”라는 어느 누리꾼의 논평이 인상적이었다.
이렇듯 윤석열은 희대의 ‘분노 유발자’이자 ‘경멸 유발자’였다.
  2025년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자, 야권은 일제히 사법부 공격으로 돌아서면서 그간 이재명과 민주당이 사법부로부터 엄청난 불이익을 받은 것처럼 과장하고 왜곡했다.
아,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여. 1개월 후, 대선 전날인 6월 2일 이재명은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 공장’ 인터뷰에서 이 파기환송과 관련, “일종의 특종이 될 수 있는 얘기를 하자면, 대법원 쪽에서 소통은 일부 있지 않나. 사람이 사는 세상이기에 없을 수가 없다”며 “제가 들은 바로는 빨리 깔끔하게 기각해 주자는 쪽이었다고 한다”고 했다.
이재명 스스로 이렇게 실토했듯이, 이재명과 민주당은 대법원 쪽에서 ‘기각’이라는 말을 은밀하게 전해 듣고 신속한 판결을 환영하는 자세를 취했고 실제로 그런 발언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자 이재명과 민주당은 표변해서 신속한 판결 자체를 ‘사법 쿠데타’로 몰아가며 노골적인 ‘대법원 죽이기’에 나섰다.
이상하지 않은가. 결국 신속한 판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판결 내용이 문제였다는 것인데, 어린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이게 무슨 추태란 말인가.  이재명의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대선후보 김문수는 “대법원에 내통자가 있다는 실토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대법원은 당장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공식 견해를 내놓아야 한다”며 “만일 대법원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다면, 오늘 이 후보의 발언은 중대한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라고 했다.
또 그는 “(대법원과의 소통이) 사실일 경우에는 심각한 헌정 질서 붕괴, 사법 농단”이라며 “과거 대법원에서 이재명을 살려준 재판 거래 의혹이 권순일 한 명으로는 부족했던 것인가”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따져봐야 소용없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 싸움은 여론투쟁이기 때문이다.
윤석열과의 관계를 끊지 못한 채 어정쩡한 자세로 대선후보가 된 김문수가 아무리 외쳐봐야 귀담아들어 줄 사람은 없었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이재명은 위험하다”라고 외쳐댔지만, 이재명이 아무리 위험하다고 한들 계엄령을 발동한 윤석열보다 더 위험할까. “계엄은 고도의 통치 행위”라는 억지 주장을 하며 윤석열 탄핵 반대에 앞장선 윤상현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한 김문수의 정신상태를 무슨 수로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대부분의 유권자에게 12·3계엄은 몸서리칠 정도로 용납하기 어려운 만행이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이재명에 대해 대법원과의 ‘내통’ 의혹을 제기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대선일인 6월 3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용태는 “보름 후인 6월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파기환송심이 진행된다”라며 “두 달 안에 대통령선거를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설사 이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 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용태는 “이를 막기 위해 민주당은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정지’를 핵심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과 ‘당선 목적으로 한 허위 사실 공표 처벌 조항 삭제’를 내용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즉시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묻는다”며 “위 두 개의 ‘이재명 방탄법’ 추진이 민주당 당론이냐. 만약 그렇다면 이 개정안이 헌법 정신과 국민 상식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그러나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여론 투쟁에서 처절하게 패배했으니 말이다.
(다음 호에 계속)  강준만 ‌●1956년 출생 ‌●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캠퍼스 언론학 박사 ‌● 저서 : ‘발칙한 이준석: THE 인물과사상 2’ ‘싸가지 없는 정치’ ‘부동산 약탈 국가’ ‘한류의 역사’ ‘강남 좌파’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김대중 죽이기’ 外
이재명 대통령을 탄생시킨 방화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