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민주당 대선캠프 국민대통합위원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
● 尹 비상계엄은 헌법 유린, 내란 세력 반드시 척결해야
●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냐, 헌법주의자이자 헌법적 자유주의자
● 민주당 대선캠프 합류, 지난 대선 때 진 마음의 빚 정리
● 이재명, 헌법적 시장경제 신념 투철한 실용주의자
● 성향 따지지 않는 인사·정책 탕평이 국민 대통합 해법
● 임기 단축은 어불성설, 개헌은 임기 말에 할 얘기
6·3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 겸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활약한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 출신 이석연 변호사. 지호영 기자
이번 21대 대통령선거는 많은 이의 예상대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으로 끝났다.
관심이 쏠린 건 득표율이었다.
지상파 3사는 출구조사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50%가 넘는 지지율로 당선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득표율(49.4%)은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어대명’은 맞았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이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 대통합’이 민생 안정과 경제회복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우려스러운 점은 지금까지 국민 통합을 강조한 역대 대통령 중 누구도 제대로 된 ‘통합’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통합은커녕 보복 정치에 매몰되거나 갈등을 조장해 국론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이도 있다.
이번 대선 승리로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하며 역대 최대 권력을 손에 쥔 이재명 대통령은 과연 다를까. 새 정부가 국론을 모으고 갈등을 풀어 국민 대통합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에 합류해 공동선대위원장 겸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활약한 이석연(71)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에게 그 가능성을 물었다.
다음은 6월 6일과 10일까지 그와 전화로 인터뷰한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대선이 끝나고 처음이자 유일하게 하는 인터뷰”라고 강조했다.
  대선 승리, 위대한 명예혁명 완수한 것 민주당의 대선 승리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번 대선 승리는 단순한 정권교체에 의미가 있지 않다.
헌정 질서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우리 국민이 위대한 명예혁명을 완수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계엄은 헌정 질서를 파괴한 행위였고,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4월 4일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이때 명예혁명이 시작됐는데 이후에도 계속 승복하지 않고 극렬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이들이 있어서 상당히 염려된다.
” 어떤 의미에서 영국의 명예혁명과 닮았다는 것인가.  “영국의 명예혁명이 피를 흘리지 않고 영국의 의회민주주의, 입헌민주주의를 확립해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한 획을 긋지 않았나. 우리도 한국에서 유혈 사태 없이 헌정 질서를 바로잡고, 내란 세력에 쐐기를 박았기에 명예혁명이라고 한 것이다.
나는 보수진영에 오래 있었다.
그럼에도 일부 비판을 감수하면서 민주당 대선캠프에 합류했고, 이재명 대표를 앞세워 명예혁명을 완수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
이제는 그 바탕에서 국민한테 보답해야 할 때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명을 가지고 선거에 임했기에 계속 그런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보좌하는 것이 중요하다.
” 옆에서 지켜본 이재명 대통령의 강점은 뭔가.  “악마화 프레임이 덧씌워져 있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인간적이다.
많은 접촉을 해봤기에 알 수 있었다.
또 우리 경제가 활성화하는 계기를 만들 실용주의 정신이 강한 점도 이 대통령의 강점이다.
실용주의는 헌법적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서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재산을 모은 기업이나 개인에게 그 성과를 반드시 보장해 줘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재산을 모으는 과정에 불법이 없는 한 말이다.
집권 초에 주가도 계속 올랐는데 (이 대통령이 언급한) ‘주가지수 5000 시대 도래’는 허언이 아니다.
외교에서도 실질적 이익을 추구하는 실용 외교를 펼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미·일에 지나치게 치중하다 보니 대중·대러시아 외교에 소홀해 여러 문제가 파생됐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 정신과 실리를 추구하는 면이 아주 강하다.
” 보수진영에서는 이 대통령이 사회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해 안보에 문제가 생길까 우려하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잘못된 인식이라고 본다.
정말 그런 성향이면 민주당 대선캠프에 합류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 기업에 대한 확보한 부양책을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펼치는지 지켜보면 국민도 안심하리라고 본다.
” 이 대통령과 원래 알던 사이인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때 내 사무실에 찾아와 현안을 놓고 상의하면서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어떤 내용인지 밝힐 순 없지만 그때 1시간 넘게 얘기했다.
그때부터 서로 연락하고 지내다가 비상계엄 사태가 나기 5일 전인 지난해 11월 말, 여의도 63빌딩에서 회동해 2시간 반 동안 여러 얘기를 나눴다.
” 2024년 11월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지난 20대 대선 때 선거를 이틀 남겨놓고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한테서 연락이 왔다.
‘지지 선언을 좀 공개적으로 해달라. 큰 힘이 될 거다’라고 간곡히 요청했는데 그때 내가 정중히 거절했다.
윤석열 캠프에서도 무슨 위원장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때는 어느 편에도 서지 않았다.
나를 보수성향이라고들 말하지만 나 스스로는 그런 생각을 갖기보다 헌법주의자라고 여긴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의 청을 거절한 게 항상 마음에 걸렸다.
당시 0.7%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윤 전 대통령에 패하지 않았나. 그때 내가 이재명 후보에게 ‘직접 지지 선언을 하진 못하지만 이 두 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얘기했다.
하나는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사회의 소위 잘나가는 기득권층에 대한 한풀이식 정치를 안 하겠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이 후보가 바로 다음 날 성명을 냈다.
나와 통화하고 나서 이렇게 밝힌다고도 했다.
” ‘李 잘못하면 돌 맞아라’는 얘기도 들어 한풀이식 보복 정치를 안 할 것이다? “그렇다.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면 보복 정치를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잘못된 인식이다.
절대 안 할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한 또 다른 이유는 그런 잘못된 인식을 벗기는 데 있었다.
실은 인간적이고, 실용주의적이며, 보복 정치를 안 할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예외는 있다.
내란 세력에 대한 철저한 단죄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란 세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정치 보복과 별개라고 생각한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는데 내란 세력을 이야기하면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이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지지한 국민은 불안해할 거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국론이 분열되지 않겠나.  “내란 세력은 내란을 주동했고, 주요 임무를 맡고 이를 방조한 사람들이지, 윤석열이나 김문수를 지지한 국민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내란 세력을 단죄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 역시 확고하다.
그러지 않으면 헌법을 유린하는 어떤 군사 쿠데타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국정에 필요하면 손을 내미는 스타일인가.  “그렇다.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말한 것은 실용주의를 지향하기에 가능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실용주의에 입각해 때에 따라선 보수주의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얘기로 이해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진보 문제도 없고, 보수 문제도 없다.
오로지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본다.
실용주의 정책을 펼치려면 보수 성향이냐, 진보 성향이냐를 따지지 않고 자질과 의지, 열정을 보고 인재를 기용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협치라고 생각하며 그런 기준으로 인사를 하리라 믿는다.
그러지 않을 경우 나라도 나서서 조언하겠다.
” 보수진영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처음엔 못마땅해하던 많은 보수진영 원로와 전문가와 지식인들이 지금은 나를 격려해 준다.
‘(민주당 대선캠프에) 잘 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끝까지 잘할 수 있도록 네가 책임감을 가지고 조언하라’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잘못하면 네가 돌 맞아라’ 하는 사람도 있다.
” 국정 운영에 성공한 대통령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자질은 무엇인가.  “개인적 일관성, 소명의식, 설득력, 다른 정치인과 협력하는 능력, 취임 초기의 순발력, 숙달된 능력과 직언을 마다하지 않는 참모진, 대중을 움직이는 능력을 꼽고 싶다.
”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취임 초기의 순발력과 더불어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분열된 때가 또 있었나 싶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서로 등을 돌리고 원수처럼 지내는 상황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 대통합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됐다.
국민 대통합이 전제돼야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정치가 가능하고, 경제회복과 실리 외교, 통상 교섭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 대통합과 민생 안정, 실리 외교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 이석연 변호사는 현 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국민 대통합을 꼽았다.
지호영 기자 국민 대통합 = 국정 운영 성공 열쇠 새 정부의 성공적 국정 운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그것은 대통령이 나를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다만 경제위기 극복도, 각종 개혁도, 외교·안보도 국민의 협력을 얻지 않고서는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보수도 철저히 하면 혁신에 이른다는 투쟁적 보수주의자의 신념으로 어떻게 하면 국민 통합,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국민 대통합에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
”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했다.
이는 절반 이상이 반감을 갖고 있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대통합을 이룰 만한 묘안이 있나.  “인사 탕평, 정책 탕평이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인사도, 정책도 진보와 보수 차원에서 접근했는데 이제는 과학적 분석과 객관적 평가를 기반으로 인사를 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 분열과 이념 논쟁을 줄일 수 있다.
우선 인사 탕평을 실현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부터 이어져 온 사회갈등의 뿌리를 뽑으려면 이념보다 헌법적 가치관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 그는 선거 전날인 6월 2일 자정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 강금실·정은경 민주당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민주당 유튜브 채널인 ‘델리민주’에서 유권자를 향해 투표와 지지를 호소했다.
이런 그에게 자신의 정치 성향을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고 주문하자 “보수도, 진보도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헌법주의자이자 헌법적 자유주의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단축 개헌을 할 가능성이 있을지 물었다.
이석연 변호사는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후 임기 1년 단축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실의 눈총을 받은 바 있다.
그의 답은 다음과 같다.
  “개헌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개헌 얘기를 꺼낼 때가 아니다.
훨씬 시급한 국가적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3년쯤 지난 임기 후반기에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국가의 틀을 바꾸는 전면 개정이 돼야 한다.
4년 연임 대통령제가 바람직하리라고 생각하며, 임기 단축 개헌은 반대한다.
” 
“악마화 덧씌워진 이재명, 알고 보니 인간적…정치 보복 안 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