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미국 에너지위원장’ 더그 버검의 에너지정책 주시해야
● 트럼프, 원자력규제위원회 개혁 지시
● 국가안보 시설에 선진화된 핵재처리 기술 융합·접목
● 에너지부 내의 핵재처리 시설 간소화
● 원자력산업 활성화 프로그램 개발
● 글로벌 차원 지배적 에너지로 만드는 게 목표
필자(맨 왼쪽)는 지난해 10월 15일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더그 버검 내무장관(당시 미국 노스다코타 주지사)과 의견을 나눴다.
전쟁기념사업회 연일 발표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귀를 쫑긋 세워 듣고, 때로는 눈을 지그시 감고 본다.
왜 저럴까. 이해해 보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
갑자기 짐을 꾸려 학적을 버리고 귀국하는 미국 유학생들에게는 날벼락이 아니겠는가.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미국 대통령의 포용적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살펴보면 닮은 데가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할 때 연설한 내용에서 상황을 인식하는 관점이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8월 31일 아프간 종전과 관련해 장문의 입장문(Remarks by President Biden on the End of the War in Afghanistan)을 발표했다.
여기서 그는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
미국은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러시아와 여러 전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은 새로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했다.
“경쟁력을 제고해 중국 등의 도전을 막아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절박한 인식이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국민 상당수가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군함’이라는 19세기식 제국주의의 양검을 통해 미국의 위엄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와 군함만으로는 위엄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
특히 국가경쟁력 회복의 관건인 인공지능(AI) 산업의 경쟁 여건은 중국에 비해 절대 불리하다.
AI산업의 핵심적 경쟁 여건은 △데이터의 양, △데이터 사용의 국내법적 여건, △양질의 전기 생산 능력이다.
중국 14억 명 대 미국 3억5000만 명이라는 전체 인구수의 차이, 전체주의 체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법적 여건을 고려하면 양국의 AI 산업 여건은 농업 경제시대의 옥토와 사막만큼이나 큰 차이가 난다.
그만큼 미국은 중국을 이기기 어려운 여건 속에 있다.
  원전 관련 트럼프의 4가지 행정명령 AI 산업에서 미국이 중국과 벌이는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의 AI 산업 기술 기반 공유를 막고, 양질의 전기를 확보하는 방법밖에 없다.
5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원자력발전(원전) 관련 4개의 행정명령, 새로운 에너지정책이 미국 국가경쟁력 회복에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4개의 행정명령과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개혁 지시다.
원자력규제위원회 개혁의 핵심은 신속한 인허가다.
새로운 원자로 건설 및 운영에 대한 인허가 기간을 18개월로 강제 설정하는 등 모든 승인 절차를 신속하게 한다.
이러한 개혁을 통해 미국을 원자력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재건해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 번영과 회복력을 창출한다.
  둘째, 국가안보 시설에 선진화한 핵재처리 기술을 융합·접목하는 것이다.
미국은 AI데이터센터를 군사시설로 지정하고, 이를 동력으로 하는 원자로를 국방 핵심 전력 인프라로 지정한다.
주요 군사시설에 첨단 원자로를 통해 전력 공급을 적극 검토한다.
셋째, 에너지부 내의 핵재처리 시설 간소화다.
첨단 원자로의 검토, 승인, 배치를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원자로 시설을 신청하면 2년 이내 운영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넷째, 원자력산업 활성화 프로그램 개발이다.
연료 가용성을 높이고 생산량을 늘린다.
민간 원자력 공급망을 확보하고, 첨단 원자로 허가의 효용성을 개선한다.
사용 후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정부 소유의 민간 운영 재처리 및 재활용 시설로 효율적으로 이송한다.
이 4개의 행정명령을 통해 트럼프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에 소요되는 시간, 비용을 줄이고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 용량을 현재의 4배로 늘리기 위해 2030년까지 대형 원전을 10기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원자력 관련 에너지 정책은 취임 이전부터 그가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다.
누가, 어느 국가기구가 이러한 행정명령을 준비했을까. 트럼프 정부는 2월 14일 행정명령으로 국가에너지지배위원회(National Energy Dominance Council)를 설치했다.
4개의 행정명령은 국가에너지지배위원회가 준비한 것으로 판단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23일 워싱턴 백악관 사무실에서 원자력규제위원회 개혁과 관련된 행정명령서를 들고 있다.
뉴시스 국가에너지지배위원회 움직이는 내무장관 국가에너지지배위원회는 2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설치됐다.
행정명령은 정책, 설립, 구성, 임무 등 4개 분야로 구성과 운영이 규정돼 있다.
국가에너지지배위원회의 정책목표는 미국 에너지산업을 글로벌 차원에서 지배적 에너지로 만드는 데 있다.
국가에너지지배위원회를 구성하는 이사회 의장은 내무장관이, 부의장은 에너지 장관이 맡는다.
이사회는 국무·재무·국방·법무·농무장관을 포함해 국정 운영 핵심 기관장 16명 내외로 구성돼 있다.
  미국을 움직이는 키플레이어가 모두 에너지 분야에서는 내무장관의 지휘를 받도록 설계돼 있다.
내무장관의 지위가 참으로 막강하다.
핵심 기능은 에너지와 관련해 대통령이 권한을 가장 잘 행사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정책 건의를 직접 하게 돼 있다.
국가에너지지배위원회 설치 명령이 시행된 이후 100일 이내에 국가 차원의 에너지정책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도록 타임라인(Time Line)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원전정책을 발표한 날이 5월 23일이다.
새로운 국가에너지지배위원회가 설치된 2월 14일부터 약 100일이 되는 날이다.
에너지정책 건의 기한 100일을 지킨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대외정책 타임라인을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설정하고, 계획적으로 진행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트럼프 정부의 공직자 내부에서 엄수되는 미국식 공직 기강에 조금은 소름이 돋는다.
  내무장관을 맡으면서 동시에 에너지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더그 버검(Douglas James Burgum)을 2024년 10월 15일 전쟁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만나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미국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에너지정책의 설계사인 그와 대화한 내용을 복기해 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원자력정책이 보였다.
그의 통찰력에 기반한 새로운 원전정책이 곧 미국의 국가경쟁력을 이끄는 엔진이 된 것이다.
  CEO 출신 정치가 더그 버검과의 대화  전쟁기념사업회를 방문할 당시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미국 노스다코타(North Dakota) 주지사 신분이었다.
마이크로 소프트 부사장, 부동산개발회사인 킬번그룹(Kilbourne Group) 대표, 벤처캐피털 회사 아서 벤처스(Arthur Ventures) 대표 등을 역임한 CEO 출신 정치가였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정책으로 전환하는 바람에 두산을 비롯한 한국의 관련 기업이 상당히 고전했다.
그 기업이 새로운 기대 속에 원전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전망이 있는가. 또 노스다코타의 1인당 국민소득이 약 9만8000달러로 미국 평균치보다 상당히 높은데, 이유는 무엇인가. 한미 군사협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노스다코타 그랜드폭스 공군기지(위)와 마이놋 공군기지. 미 공군 홈페이지 “글로벌 차원에서 ‘에너지 전환보다 다시 원자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매우 현명하다.
왜냐하면 AI산업을 비롯한 신산업은 에너지, 특히 전력 수요가 매우 크다.
노스다코타에 많은 데이터센터가 있다.
노스다코타의 추운 기후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더 큰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고 한다.
노스다코타는 AI산업을 통해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 바쁜 일정에도 전쟁기념사업회를 찾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한국전쟁은 지금 한미 관계의 기반이 된 중요한 모멘텀이다.
한미 군사협력관계는 노스다코타 군사시설과 직접 관련돼 있다.
현재 노스다코타에는 두 개의 공군기지가 있다.
그랜드폭스 공군기지(Grand Forks Air Force Base), 마이놋 공군기지(Minot Air Force Base)다.
두 공군기지가 한국을 포함한 태평양 동맹국 안보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
평화를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힘에 기반한 전쟁 억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원자력 관련 대기업, 두산이 노스다코타의 가장 큰 중소건설장비 업체인 밥캣(Bobcat)을 인수, 운영했다.
제 아내가 거기에서 근무해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
”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미국이 중국과 벌이는 대결의 본질이 AI 산업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조건은 중국보다 더 값싸고 질 좋은 전력을 생산해야 하고, 새로운 방법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느껴졌다.
우리 국민, 우리 국가가 미국에 대해 기대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정치지도자의 국정 운영 기준은 국가경쟁력이어야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2024년 초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조기에 경선을 포기하고 트럼프를 지지한 경력을 갖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내무장관 겸 에너지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필자가 만났을 당시 그는 미국이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자신만의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
미국에 원전 건설 르네상스를 만드는 것이 그의 통찰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통찰력을 미국의 국가경쟁력 재건 정책으로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 모든 과정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키워드는 국가지도자들이 ‘국가경쟁력 제고’를 최우선 가치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원전 비전문가로서 원전 건설, 탈원전,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 등의 찬반 담론에 끼어들 능력도 제한되고 관여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원전정책과 관련해 미국 지도자들이 집착하는 ‘국가경쟁력’이라는 가치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국가지도자는 국가경쟁력을 머리에 이고,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한다.
그것은 모든 국가지도자의 숙명이고 천명이다.
  6월 4일 새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에 기대하는 최고의 가치는 대한민국 국가경쟁력 업그레이드다.
더그 버검 내무장관의 아버지는 더그(Duoglas)라는 이름을 지으면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희망을 담았다고 한다.
이래저래 한국과 관련한 이름이다.
그의 에너지정책을 주시하며, 우리 지도자들이 국가경쟁력 제고에 힘을 보탤 때다.
  백승주 ‌● 1961년 출생 ● 부산대 정외과 졸업, 경북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 국방부 차관, 20대 국회의원 ● 現 전쟁기념사업회 회장, 국민대 석좌교수, 한중안보평화포럼 회장 ● 저서 : ‘백승주 박사의 외교이야기’ 外
트럼프의 원전 관련 4대 행정명령=美 경쟁력 회복 길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