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외식업계 쇄신 불씨 당긴 김우석 한국외식업중앙회장
● ‘동업자’인 아내에게서 얻은 4년간의 휴가
● 중앙회장 임기 단임제로 변경해 권한 남용 방지
● “‘소통’, ‘신뢰’, ‘진심’이 나의 음식점 경영 철학”
● 배달수수료 횡포 해결, 음식점 주차 단속 완화 시급
김우석 신임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중앙회장의 제왕적 권한 구조를 종식해 민주적이고 투명한 중앙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홍태식 객원기자
한국외식업중앙회(이하 중앙회) 부회장·도봉구지회장·서울시협의회장, 서울상공회의소 도봉구상공회 이사, 노원체육회 수석부회장, 노원구 축구협회 회장 역임…. 동네에서 어깨에 힘깨나 주고 다닐 것 같다 싶은 이력이지만 김우석(65) 신임 중앙회장의 본업은 친절하고, 맛 좋고, 가격 착하기로 소문난, 줄 서서 먹는 갈빗집 사장님이다.
테이블은 고작 일곱 개. 그가 운영하는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삼성숯불갈비’는 2009년 5월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성업 중이다.
중앙회 명예 회복 위해 ‘제왕적 권한’ 종식
지난 4월 제28대 중앙회장 선거 출마를 결심하면서 그는 ‘동업자’인 아내에게서 4년간의 휴가를 얻었다.
그 어렵다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도 이겨냈고, 아들까지 가업을 물려받겠다고 나선 마당에 괜한 일을 벌인다 말릴 법도 하건만, 아내는 선거비용을 대주겠으니 낙선하면 집에 들어올 생각도 말라며 등을 떠밀었다고 한다.
긴 세월 외식업에 함께 종사하며 김 중앙회장의 진심 어린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게다.
중앙회장 임기는 4년이다.
선거에 임하면서 그는 ‘중앙회의 명예 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중앙회장의 제왕적 권한을 종식하겠다”는 과감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5월 2일 제60회 중앙회 정기총회에서 총 461명의 대의원 투표 중 320표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당선했다.
정견 발표에서 “공정과 상식을 바탕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이고 깨끗한 새로운 중앙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우리는 늘 ‘열심히 일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외쳐왔지만 사각지대는 분명히 존재하고, 외식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1965년 창립 이후 지난 60년간 중앙회가 회원 권익 증진과 단체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일부 인사와 중앙회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는 현상으로 조직이 분열되고 단체가 퇴보하는 아쉬운 일도 있었다.
그래서 가장 민주적이고 투명한 중앙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중앙회장 임기를 단임제로 변경해 제왕적 권한 구조를 반드시 종식하고 소통을 바탕으로 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려 한다.
”
구체적 청사진이 있는가.
“리더의 역할은 일관성 있는 원칙 아래, 열심히 일하려는 직원들의 의욕을 북돋우는 것이다.
조직의 리더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반대 의견이나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국 독선과 권위주의라는 악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선거 당시 중앙회장 임기를 단임제로 변경해 권한 남용과 장기 집권을 방지하고, 민주적인 리더십 교체가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이유도 권력의 사유화와 독단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
음식점 경영 철학이 있다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랐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고추 방앗간, 어머님께서 작은 국수 가게를 하셨는데, 그 덕에 손님 대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
손님들은 가게에 들어설 때부터 ‘나를 맞이하는 주인의 마음이 건성인지 진심인지’ 안다.
의외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내가 운영하는 식당이 지금까지 잘 된 비법도 이런 사실을 늘 염두에 둬왔기 때문이다.
손님 한 분 한 분과 눈 마주치며 반갑게 맞이하고, 테이블에 반찬이며 물이며 부족하지는 않은지 살피다 손님이 요구하기 전에 미리 갖다드린다.
아무리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제공해도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손님들은 큰 맘 먹고 하는 외식이니 허투루 할 순 없다.
‘소통’, ‘신뢰’, ‘진심’ 이 세 가지는 내가 손님들뿐만 아니라 중앙회 직원들을 대할 때에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인드다.
”
중앙회 내부적으로 직원 복지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안다.
“현재 중앙회가 운영 중인 복지제도가 실질적으로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꼼꼼히 살피는 중이다.
이를 위해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복지는 단순한 혜택이 아닌 동료에 대한 존중이다.
회원들과 마찬가지로, 직원들 또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중앙회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 믿는다.
”
외식업주 결집력 확보 위해 중앙회 사업 영역 확장
국내 외식업계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푸드테크가 적극 도입되면서 키오스크나 테이블오더가 일반화됐다.
하지만 첨단 시스템이 마냥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
일단 이런 기기에 익숙지 않은 손님들은 접근 자체를 불편해하고 꺼린다.
외식업주 처지에서도 부담스러운 일이 많다.
내가 운영하는 식당만 해도 테이블오더 도입 초기에 소위 ‘먹튀’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문제점 때문인지 신용카드로 선결제가 가능한 기기들이 새로 등장했는데, 이젠 손님들 간에 결제금액을 나눠 내는 문제로 다투는 걸 곧잘 목격하곤 한다.
운영비용도 부담이다.
도입 초기엔 기기당 사용료만 내면 된다더니 기기 업체에서 이게 점점 돈이 된다 싶었던지 결제금액당 수수료까지 추가로 떼어가는 구조가 됐다.
카드수수료 외에 기기 업체에 또 다른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게 된 거다.
”
회원 이탈 문제로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
“젊은 세대가 창업에 대거 뛰어들면서 세대교체와 함께 회원업소 감소 현상도 두드러졌다.
중앙회가 과감한 경영 쇄신을 단행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외식업주들 스스로 하나의 결집된 힘이 필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속 가능한 사업 영역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
구체적 예로, 소규모 사업장 중심인 외식업계의 경우 4대 보험 사업주 부담률이 경영 문제와 직결되는 수준이다.
일용직과 단시간 근로자가 많아 가입 대상자를 판단하는 것조차 복잡하다.
이런 문제는 근로복지공단 등 유관 기관과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인데 개별 업소가 해낼 수 없는 일이므로 중앙회가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유관기관과 소통을 통해 해결해나가려 한다.
”
중앙회, 대선 직전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
지난 5월 8일 중소기업중앙회 여의도회관 KBIZ홀에서 열린 ‘민생정책 협약식’에 참석한 김우석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제21대 대선 직전 중앙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김 중앙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가 지난 5월 8일 중소기업중앙회 여의도회관 KBIZ홀에서 개최한 ‘민생정책 협약식’에 국내 최대 직능단체 대표로 참석했다.
중앙회 회원은 35만여 명에 달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재명 후보와 외식업계 발전 방향과 현실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중앙회가 이재명 정부에 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거론한 것은 배달수수료 문제다.
대외적으로는 배달비가 무료인 것처럼 광고하지만, 실상은 대형 배달앱 업체들이 배달비 부담을 외식업주들에게 모두 떠넘기는 구조다.
고객들에게 배달비를 받지 않는데도 배달앱 업체 수익은 늘어나는 거다.
그 문제로 최근 국회 앞에서 사흘간 시위를 한 적도 있다.
또 한 가지는 외식업소의 주차 문제다.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주차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데, 주차 단속 때문에 손님들이 방문을 꺼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가뜩이나 고객 유치가 쉽지 않은 업소들이 큰 곤란을 겪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점심‧저녁 시간대만이라도 식당 주변 주차 단속을 완화해줄 것을 건의했다.
사실 이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에도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인데, 세수 확보 등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정부 차원의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
“독단과 독선은 악덕…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시킬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