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캠퍼스 등 시공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기업 '태일씨앤티'
탑다운으로 짓고, 바텀업으로 키운다
10여년간 140배 성장 이끈 기술 경쟁력
성과 공유와 인센티브, 사람 중심의 경영
TK홀딩스, 그룹 시너지·스타트업 상생 꿈꿔
"포기하지 않고 견뎠더니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기업 태일씨앤티를 이끄는 김경수 대표는 지난달 26일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 주관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고성장의 과정을 이렇게 회고했다.
다니던 회사를 나와 2013년 무명의 건설사를 인수하며 시작한 그의 도전은 순탄치 않았다.
자금 부족, 핵심 인력 이탈 등 잇단 위기를 겪었지만, 버티고 견디며 길을 찾았다.
김 대표는 위기를 넘긴 데에는 주변의 도움과 직원들 덕분이라며 "기술력과 사람 중심의 경영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술은 '탑다운(Top-down)'…고난도 시공 특화기업 태일씨앤티는 1994년 설립된 '지인개발'을 모태로 한다.
무명에 가까웠던 이 회사는 김 대표가 2013년에 인수, 사명을 변경하면서 새롭게 출발했다.
당시 연 매출 5억원에 불과했지만, 기술 개발과 혁신을 거듭하며 지난해 기준 7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10여년 만에 140배의 매출 성장을 이룬 것이다.
이런 성장이 가능했던 건 고난도 시공 기술력에 있다.
태일씨앤티는 특히 도심지 공사에 적합한 '탑다운' 공법에 특화돼 있다.
탑다운 공법은 지하 구조물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구축하는 방식으로, 지상과 지하 공사가 동시에 가능해 공기 단축과 구조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시공 난도는 높지만, 좁은 부지와 깊은 굴착이 필요한 도심지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꼽힌다.
태일씨앤티는 이 공법에 KY 테이블(Table)을 접목했고, 원가·공기·품질·안전이라는 '건설의 4필(必)'을 충족하며 실적을 쌓았다.
김경수 태일씨앤티 대표가 공사 현장에서 고위험작업에 대한 개선사항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메인비즈협회 대표적인 실적으로는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캠퍼스(1~5기), 엔씨소프트 글로벌 RDI센터, 수원 광교 이마트, CJ 논산 쿡킷공장 등이 있으며, 반도체 FAB 및 변전소와 지식산업센터 등 정밀 시공이 요구되는 현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덕분에 삼성물산, SK에코플랜트, GS건설 등과의 협력도 지속하고 있다.
문화는 '바텀업(Bottom-up)'…사람 중심의 기업 기술이 위에서 아래라면, 태일씨앤티의 기업문화는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바텀업' 구조다.
이는 직원을 존중하고 아끼는 김 대표의 경영 철학에서 비롯됐다.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그의 다짐은 '공정한 성과 분배'라는 원칙으로 구현됐다.
이에 개인 성과에 따라 연봉에 버금가는 성과급을 받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최대 7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은 사례도 나왔다.
김 대표는 "단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이런 사례를 꾸준히 만들고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방침은 그의 현장 경험에서 비롯됐다.
과거 다른 회사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던 김 대표는 "회사가 무언가 줄 것처럼 말하더니,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뭘까, 많이 고민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성과를 직원과 나누고, 그들이 성장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수 태일씨앤티 대표가 지난달 26일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가 주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메인비즈협회 이러한 '바텀업' 문화는 ESG 경영으로도 확장됐다.
대표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신문고', 직원 의견을 수렴하는 '아이디어 게시판'을 통해 참여 기반 경영이 실현되고 있다.
김 대표가 지은 책의 제목을 정할 때,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 일화는 이러한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노사협의회에서는 주요 경영 및 안전 이슈를 함께 논의하고, 그 결과를 매월 그룹웨어를 통해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다.
'M&A 전문 기업' 꿈꾸는 태일씨앤티 흥미로운 점은 태일씨앤티가 전문건설업을 넘어 인수합병(M&A) 전문 중견기업으로의 도약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3000억원 규모의 'TK홀딩스'를 설립했다.
TK홀딩스는 태일씨앤티(2000억원), 태진이노베이션(800억원), 태경이노베이션(200억원), 세르파벤처스(20억원) 등 4개 계열사로 구성되며, M&A 추진과 함께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그룹 차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 목표다.
이 가운데 세르파벤처스는 스타트업 투자를 전담하는 전략 법인이다.
현재 10개의 투자조합을 운영하고 있고, 일부 조합에는 임직원과 협력사도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 사례는 화재예방 솔루션 기업 '로제타텍'이다.
이 기업은 태일씨앤티가 2017년 국내외 최초로 초기 투자를 단행한 곳이다.
로제타텍은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화재예보 기술을 앞세워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제가 했던 기업 경험을 스타트업들과 나누고 싶다.
그들이 잘 되는 걸 보고 싶다"며 단순한 투자가 아닌 상생의 의미를 강조했다.
탑다운으로 짓고, 바텀업으로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