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활어 운송차 '무단 방류'…교통사고 위험까지
도로 부식 2∼3배 빨라…일반 차량 피해 '속출'
전남 완도 어시장 일대를 오가는 활어 운송차량들이 주행 중 해수를 도로에 무단 방류하면서 도로 훼손과 차량 부식,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단속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아 주민 불만이 높다.
5일 오전 8시께 완도군 한 활어직판장 앞. 활어를 실은 트럭 여러 대가 도로에 정차해 있었다.
일부 차량은 활어 탱크의 배수 밸브를 연 채 출발했고, 차량이 움직이자 해수가 트럭 밑으로 흘러나와 도로를 따라 퍼졌다.
운전자 A씨는 "활어차를 뒤따르던 중 앞차 밑에서 물이 갑자기 쏟아져 앞 당황했다"며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피하려다 뒤차와 부딪칠 뻔했다"고 말했다.
완도 일대를 오가는 활어차들이 해수를 도로에 무단 방류하면서 도로 훼손과 차량 부식 등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준경 기자 이 같은 주행 중 해수 방류는 완도 어시장 주변 도로에서 거의 매일 목격된다.
활어 운송 차량 한 대가 1회 이동할 때 배출하는 해수는 수십ℓ에서 많게는 100ℓ 이상으로 추정된다.
도로 위에 쏟아진 해수가 마른 뒤에는 염분이 남아 도로 표면이 하얗게 변색하고, 차선이 희미해져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해수가 얼어붙어 '블랙아이스'로 변하면서 미끄럼 사고가 잦다.
완도읍 주민 B씨는 "활어차가 해수를 버리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단속 현수막만 내걸었을 뿐 실제 단속은 전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역 차량 정비업소 직원은 "염분이 아스팔트 결합력을 약화해 도로 수명을 단축한다"며 "반복적으로 해수가 닿으면 일반 도로보다 2~3배 빨리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활어 운송기사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운송기사 C씨는 "활어는 산소 공급과 수온 유지가 중요해 주기적으로 물을 교체해야 한다"며 "하수구에 버리려면 시간이 걸려 주행 중에 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수를 계속 싣고 다니면 무게가 늘어 연비가 떨어지고, 대부분 고속도로 진입 전 해수를 빼고 간다"며 "수산물이 폐사하게 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과속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39조는 운행 중 도로에 오염물질을 무단 방류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행 중 단속이 어렵고 처벌 수위가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어시장 인근에 '해수 무단 방류 금지'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실질적인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완도뿐 아니라 부산 자갈치시장, 인천 연안부두, 속초 동명항 등 전국 주요 어항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도로법이나 도로교통법에 해수 무단 방류 금지 조항을 명확히 신설해야 한다"며 "지자체 조례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실질적인 제재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사들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배출 시설이 마땅치 않다"며 "해수 배출 전용시설이 마련되면 자발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완도경찰서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경찰차를 보면 방류를 멈추기 때문에 현장 적발이 쉽지 않다"며 "사복 단속이나 상시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
앞으로는 방류 금지 홍보와 장기적으로 단속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르포] 활어차 도로에 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