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이상직 전 의원 무죄
재판부 "직원 채용, 대표 이사 권한"
"위력 행사 단정 어려워"
자격 미달 지원자들을 대거 채용하도록 실무진에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62) 전 의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채용 과정에 대한 윤리적·도덕적 비판과는 별개로 임원진이 인사담당자에게 직접적이거나 명백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스타항공. 연합뉴스
전주지법 제1형사부(부장 김상곤)는 5일 업무방해 및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선 김유상(58) 전 이스타항공 대표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최종구(61) 전 이스타항공 대표에게는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또 자녀 채용을 청탁하고 운영 편의를 봐준 국토교통부 전 직원 A(64)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다.
이 전 의원 등은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이스타항공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점수가 미달한 지원자 147명을 합격시키도록 인사 담당자에게 외압을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중 최종 합격한 인원은 76명으로, 검찰은 서류 심사와 1·2차 면접 과정에 이들이 부정 개입한 횟수만 총 184번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서류를 제대로 구비하지 않았거나 어학 성적을 갖추지 못하는 등 합격 기준에 미달한 응시자들이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응시하지 않은 지원자가 서류 전형을 통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검찰은 이 전 의원 등이 특정 응시자들을 무조건 합격시키도록 채용 절차마다 인사팀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봤다.
이런 방식으로 정규직에 뽑힌 지원자 중에는 국토부 소속 모 공항출장소 항공정보실장 A씨의 딸도 있었다.
A씨의 딸은 이스타항공 정규직 지원 요건 중 하나인 공인 외국어 시험 성적을 갖추지 못해 서류에서 두 차례나 탈락했지만, 재심사 끝에 해당 항공사에 최종 합격했다.
이상직 이스타항공 창업주. 연합뉴스
1심 재판부는 "경영진의 지시가 인사 담당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위력'에 해당한다"며 이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최종구 전 대표는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 김유상 전 대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자녀의 채용을 청탁한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당시 이스타항공은 사내 추천제도가 있었고 채용과 관련한 최종 권한은 대표이사에게 있었다"며 "인사담당자들은 피고인들의 추천과 채용 지시로 상당한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하나 이러한 지시를 적극적으로 거부하거나 항의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추천·지시가 인사담당자의 자유로운 업무 결정을 실제로 제약하거나 방해한 위력행사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 사건의 윤리·도덕적인 비판과 별개로 원심에서 판단한 피고인들의 유죄 부분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사유를 밝혔다.
자격 미달 직원 76명 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