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파견 나갔다가 근무 전날 취식이 불가한 숙소에서 술을 마신 경찰관 중 1명이 '압수물 도난 사건'으로 감찰을 받는 경찰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남 창원서부경찰서 소속 경찰 30대 A 씨 등 5명은 지난 10월 27일 APEC 정상회의 파견 근무를 위해 회의가 열리는 경주로 향했다.
다음 날인 28일부터 경호, 경비 업무에 투입될 예정이었던 이들은 배정된 숙소 내 식사가 준비되지 않아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소주를 사서 숙소에 들어갔다.
이날 숙소에서 1시간 넘게 소주 4병을 나눠마셨고 그중 1명은 숙소 내부에 구토까지 했다.
해당 숙소는 한 기업체 연수원으로 주류를 포함해 음식물 반입이 일절 금지된 곳이었다.
이들은 다음날 토사물을 치우지 않은 채 지원 근무에 나섰고 숙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구토 흔적을 발견한 숙소 관계자가 경북경찰청에 알리면서 이 사실이 드러났다.
사안을 확인한 경남경찰청은 이들 5명 모두에게 귀소 명령을 내리고 대체 파견 근무자를 보냈다.
연합뉴스
당시 서부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래 포항에 있는 숙소에 머물기로 했으나 갑자기 경주의 숙소로 이동하라는 통보를 받았고, 배정된 숙소가 음주와 취식이 안 된다는 걸 안내받지 못했다"며 "다른 관서 경찰관들처럼 미리 안내받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출발 전에 청문감사관을 통해 무리한 음주를 자제하라고 지시를 내렸고 음주운전 등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고자 개인 차량 대신 관광버스로 함께 이동시켰다"라며 "다른 관서 경찰관들처럼 미리 안내받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들이 소속된 창원서부서는 지난 9월 3일 오토바이 절도 혐의를 받는 10대 고등학생 B 군으로부터 압수한 오토바이를 보관 공간 부족을 이유로 잠금장치 없이 바깥에 뒀다가 B 군에게 두 번이나 도둑맞고도 2주 넘게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기강해이 지적을 받기도 했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음주 물의로 귀소 조처된 A 씨가 압수물 부실 관리가 적발된 창원서부서 수사과 압수물 관리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파견 당시 다른 경찰 5명과 함께 이 사건 관련 감찰 조사를 받고 있었으나 창원서부서는 A 씨가 징계 또는 처분 중인 상황이 아니라 파견에 결격사유가 없다고 보고 예정대로 A 씨를 경주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경찰청은 현재 압수물 부실 관리에 대한 감찰과 함께 APEC 정상회의 음주 물의에 대해서도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남청은 이들이 근무 시간이 아닌 휴게시간에 술을 마셨으나 중대한 국가 행사 지원 업무에 투입된 상황에서 술을 마신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달 안에 감찰을 마무리하고 A 씨 등에 대한 징계 처분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APEC 파견 가서 술 먹고 구토 … 압수물 두 번 털린 그 경찰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