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자산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기업인 서클이 성공적으로 미국증시에 상장한 이후 기업공개(IPO) 시장이 다시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5일 서클의 IPO 당일 환호하는 서클의 제러미 알레어 최고경영자(CEO) /사진 제공=NYSE
4일(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 CNBC는 CB인사이츠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기술기업 상장이 5건 진행돼서 올해 월평균 2건에서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중에서도 지난달 5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서클이 가장 주목받았다.
서클 주가는 상장 첫날 두 배 이상 뛰었고 현재는 IPO 공모가 대비 여섯 배 상승해서 시가총액이 420억달러에 달한다.
특헤 지난달 중순 미국 상원이 미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GENIUS 법안'을 통과시키자 주가가 폭등했다.
또 다른 성공 사례로 인공지능(AI) 인프라 제공업체 코어위브가 있다.
코어위브는 3월 말 상장한 이후 첫 한 달간 주가가 정체됐지만 5월에 170%, 6월에는 47% 더 상승했다.
미국 기술업계의 IPO는 2022년 초 인플레이션 급등과 이후 기준금리 인상으로 침체기를 겪었다.
플로리다대 재무학과 제이 리터 교수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캐피털벤처(VC) 지원을 받는 기업 155개가 상장해 총 604억달러를 조달했지만 이후 2022년에는 13건, 2023년 18건, 지난해 30건으로 줄어들었고 조달 규모는 133억달러에 그쳤다.
또한 미국과 유럽에서 규제가 강화되면서 다수의 대형 인수합병(M&A)도 무산됐다.
미국 벤처캐피탈협회(NVCA)에 따르면 미국 VC 엑시트(투자금 회수) 가치는 지난해 980억달러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지만 2021년 정점 대비로는 87% 낮고 2017~2020년 평균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NVCA는 "현금화가 지연되면서 수익은 나지만 엑시트 가능성이 없는 '좀비 기업'들이 속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스페이스X, 스트라이프, 데이터브릭스와 같이 높은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기술기업들은 상장을 미루고 있다.
오픈AI와 앤스로픽 같은 AI 유망 기업들도 대규모의 투자를 유치하지만 상장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
또한 서클 등 소수를 제외하고 최근 상장된 기업 대부분은 규모가 작고 인지도가 낮다.
헬스테크 기업 힌지헬스와 오마다헬스는 각각 약 35억달러, 1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온라인 트레이딩 플랫폼 이토로는 시총이 약 50억달러, 온라인 은행 차임파이낸셜은 시총이 약 115억달러다.
이들 기업의 주가도 크게 오르지 않았고 하락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VC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침체기를 고려하면 지금의 변화가 매우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레러히포의 에릭 히포 상무이사는 "오랜만에 상장 환경에 숨통이 트인 느낌"이라며 "지속 가능한 흐름이라고 확신하긴 이르지만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VC 업계에 따르면 여러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PwC의 마이크 벨린 미국 IPO 부문 대표는 올해 하반기 다양한 분야에서 상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IPO 후보로는 디자인 소프트웨어업체 피그마가 꼽힌다.
지난 2023년 말 어도비가 피그마를 200억달러에 인수하려 했으나 이 계약이 무산된 이후 피그마는 상장을 추진했다.
퍼스트마크의 릭 하이츠만 파트너는 "IPO 시장이 서서히 열리고 있고 VC 업계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는 다음 IPO 물결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상장 외에도 세컨더리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어서 초기 임직원 및 투자자들이 일부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현재로서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지만 금리를 인하하면 IPO 환경에 유리해질 전망이다.
또한 IPO 관련 규제 완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 금융 당국은 IPO 절차 간소화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부 장애물도 있다.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지난 4월 클라르나와 스텁허브가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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