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마트의 '라부부' 인형이 전 세계적으로 돌풍울 일으키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블라인드 박스' 장난감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이에 팝마트의 핵심 사업 모델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에 커지며 주가가 급락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가 과장됐고 라부부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 제공=팝마트 4일(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 CNBC는 최근 중국 당국이 블라인드 박스 장난감이 대한 규제를 촉구했지만 팝마트가 해외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주요 소비자가 어린이가 아닌 성인이어서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타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는 지난달 20일자 사설에서 8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박스 장난감과 트레이딩 카드 판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품 결제 시 구매자의 나이를 확인하고 온라인 거래 시 부모의 승인을 요구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블라인드 박스는 포장을 뜯기 전까지 어떤 제품이 나올지 알 수 없어서 소비자들의 도박 심리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해당 사설에서 특정 기업명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팝마트를 겨냥해 핵심 사업 모델을 비판해서 니 회사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사설이 나오고 일주일 동안 팝마트 주가는 12% 급락해 2023년 말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해 지난 12개월 동안 600% 넘게 올랐던 주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다만 이후 주가가 일부 회복돼서 6월 중순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근처에 유지되고 있다.
  이번 블라인드 박스에 대한 규제 당국의 입장은 몇 년 전 비디오게임에 규제를 부과한 상황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미성년자의 게임 중독과 무분별한 게임 내 구매를 억제하기 위해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또한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한 단속이 시행되며 주요 게임사들의 시장가치에서 수십억달러가 증발했다.
싱크탱크 컨퍼런스보드 중국센터의 알프레도 몬투파르-헬루 수석고문은 "중국 정책 입안자들이 기업에 대해 갖는 영향력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라부부의 주요 소비자가 구매력이 충분한 MZ세대인 만큼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타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모닝스타의 제프 장 애널리스트은 미성년자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중국 내 경쟁사들이 오히려 강화된 규제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팝마트의 해외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점도 규제로 인한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장은 향후 10년 안에 중국 내 매출 비중이 약 30%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팝마트의 해외 매출은 2021년 전체 매출을 넘어섰다.
작년 매출의 약 61%가 중국 본토에서 발생했고 나머지는 주로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 홍콩, 마카오, 대만에서 나왔다.
북미에서의 매출은 1년 전 대비 550% 이상 성장했다.
팝마트는 미국 전역에 90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자판기를 보유하고 있다.
HSBC는 지난 4월 출시된 라부부3.0의 인기 덕분에 올해 팝마트의 해외 매출이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140억위안(약 2조6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전체 예상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로 지난해의 39%에서 크게 늘어나게 된다.
  팝마트는 특히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매출은 2배 이상 늘어난 130억위안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제 성장 둔화로 소비자들이 소비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가운데 라부부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현상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팝마트의 블라인드 박스 가격은 59위안에서 5999위안 사이이며 수집가들은 수백에서 수천위안을 지출하기도 한다.
몬투파르-헬루는 라부부의 인기 원인에 대해 젊은 중국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한정판을 뽑을 수 있는 행운"을 통해 "저렴한 희소성의 만족감"을 느끼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라부부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앞으로 팝마트의 성장세를 둔화시킬 수 있는 이슈도 있다고 지적한다.
모닝스타의 장은 "라부부를 포함해 팝마트의 주요 지식재산권(IP)이 지난 2년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5~10년 뒤에도 여전히 영향력이 있을 거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HSBC는 수요 변화에 대한 팝마트의 대응 능력과 리셀러 문제를 리스크로 꼽았다.
리셀러들이 시장을 왜곡해서 실제 소비자들이 구매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소비자들은 몇 주가 지나도록 제품을 받지 못한다며 온라인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팝마트는 지난달 주문 폭주로 인한 배송 지연 문제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중국 및 해외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짜 제품도 팝마트의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수출 통관 단계에서의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주요 항구인 닝보항에서는 100만개가 넘는 가짜 라부부 인형이 압수됐다.
팝마트는 IP 포트폴리오 확대, 팝업스토어, 영화 스튜디오, 테마파크까지 다양한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팝마트 창업자 왕닝은 한때 회사를 '중국의 디즈니'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는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중국 소매업 컨설턴트인 에코 공은 "애니메이션 제작은 매력적인 이야기를 꾸준히 만들어낼 수 있는 강력한 스토리텔링 팀이 필요하다"며 테마파크 운영은 단순히 장난감을 판매와 완전히 다른 역량과 더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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