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판매 부진에 시달리며 연간 기준 전기차 인도량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가 수년간 새로운 모델을 내놓지 않고 있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둘러싼 정치적 리스크가 지속되며 실적 부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사진 제공=테슬라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가 노후화된 자동차 라인업을 되살릴 수 있는 저가 모델 출시를 미루면서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경쟁사들의 공세에 취약해졌다고 진단했다.
테슬라는 올해 인기 차종인 모델Y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했지만 아직까지 저가 전기차는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테슬라의 1분기 인도량은 약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테슬라가 모델Y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조립공장 생산라인 재정비를 위해 생산을 일시 중단하면서 인도 실적도 일부 타격을 입었다.
2분기에는 신형 모델Y가 판매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전체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지난 5월 중순 "판매가 이미 회복되고 있다"는 머스크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주요 시장 중 유럽에서의 판매 부진이 두드러졌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EAMA)에 따르면 올 1~5월 유럽 내 신규 테슬라 등록 대수는 37%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 전체 배터리 전기차 시장은 28% 성장했다.
앞서 머스크도 유럽이 가장 취약한 지역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테슬라가 고전하는 동안 중국 경쟁업체인 BYD가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BYD는 4월 유럽에서 처음으로 테슬라의 배터리 전기차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BYD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올해 연간 글로벌 판매량이 테슬라를 앞지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테슬라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미국 내 테슬라의 차량 판매는 15% 감소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전기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75% 이상에서 지난해 50% 이하로 떨어졌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에서 출하된 차량 수는 전년 대비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6월 들어서야 반등했다.
이미 포화된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들이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는 샤오미가 두 번째 전기차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YU7를 출시하면서 주목받았다.
이 모델은 한 시간 만에 약 30만대의 사전 주문을 확보했다.
이 차량 가격도 약 3만5000달러로 경쟁 모델인 테슬라 모델Y보다 저렴하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판매를 확대하는 데 있어서 3만달러 이하의 저가 전기차가 핵심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테슬라는 4월 투자자들에게 올해 상반기에 보다 저렴한 신차를 포함해 여러 모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출시 조짐은 보이지 않아서 일각에서는 일정 지연 가능성이 제기된다.
단기적으로 테슬라가 기존 모델의 사양을 낮춘 저가 버전을 출시할 수 있지만 이는 신차를 앞세운 경쟁사들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는 정치적 리스크에도 직면해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대규모의 후원금을 기부했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보인 정치적 행보가 논란을 일으키자 많은 소비자들이 테슬라에 등을 돌렸다.
미국에서는 특히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캘리포니아에서 테슬라 차량 등록 건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5월 DOGE 수장직을 내려놓으며 정치 활동을 중단했지만 이후 트럼프의 핵심 공약이 담긴 감세법안을 비판하며 트럼프와 충돌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테슬라를 포함해 머스크가 운영하는 기업의 연방정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의 감세안에는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9월30일 이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있어서 테슬라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해당 법안은 전날 연방의회를 통과해 이날 트럼프가 최종 서명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연비 및 배출가스 기준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서 테슬라가 다른 자동차 회사에 판매하는 규제 크레딧을 통해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얻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올해 테슬라의 연간 판매량이 작년의 179만대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이 나온다.
반면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전체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의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머스크는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미래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현재 판매되는 전기차보다 미래 기술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월 실적 발표에서 머스크가 직접 언급했듯이 이 분야들은 아직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줄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테슬라는 약 10년에 걸쳐 자율주행차 출시를 예고한 끝에 지난달 말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텍사스 오스틴 일부 지역에서만 테슬라 지지자를 포함한 소수를 대상으로만 시범 운행이 이뤄졌다.
일부 주행 영상에서는 로보택시가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장면이 포착돼서 연방 교통 당국이 이를 들여다보고 있다.
앞으로는 테슬라가 로보택시 서비스를 대규모로 확대해서 회사가 전기차 생산이 아닌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미래에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딥워터애셋매니지먼트의 진 먼스터 상무이사는 "미래의 자동차가 자율주행이며 전기차일지가 핵심 질문"이라며 "그것이 맞다면 테슬라는 결국 살아남고 좋은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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