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김홍준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벨기에펀드' 손실을 계기로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논란을 재차 겨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펀드 손실을 넘어 은행권의 판매 윤리와 내부통제 역량이 당국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의 불완전판매 감독 잣대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따른다.
이 원장은 5일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한국투자증권에서 벨기에펀드에 가입했다가 전액 손실을 본 투자자를 직접 만난 가운데 이 같은 당국의 뜻을 강조했다.
해당 민원인은 "직원이 '벨기에 정부 기관이 장기 임차한 오피스 건물에 투자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전액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 원장은 "불완전판매가 확인되면 기존에 처리된 민원도 포함해 배상 기준을 재조정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문제의 펀드는 2019년 6월 설정돼 약 900억원 규모로 자금이 모집됐다.
운용사는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판매사는 한국투자증권(약 589억원), KB국민은행(약 200억원), 우리은행(약 120억원)이다.
벨기에 정부 산하기관이 장기 임차한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구조로 홍보됐지만, 운용 성과가 악화하면서 사실상 전액 손실로 귀결됐다.
금감원은 세 판매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핵심 쟁점은 △상품 구조에 대한 사전 검증 절차 △고객 대상 설명의무 이행 여부 △내부통제 보고 체계다.
특히 은행권 두 곳은 증권사가 아님에도 복잡한 구조 상품을 판매한 만큼, 상품심사위원회가 어떤 기준으로 해당 상품을 통과시켰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조직 핵심 축으로 세우고 있다.
'소비자보호 총괄 전담조직' 신설을 추진하는 한편, 고위험 투자상품·보험·핀테크 등 영역별 민원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 민원을 직접 듣는 '경영진 민원 DAY'가 신설돼 이 원장을 포함한 간부들이 매주 현장 상담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은 판매사별 불완전판매 실태를 정기 점검하는 시스템도 확대 중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융상품의 사전 심사 절차를 강화하고, 분쟁조정위원회의 배상 기준을 현실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이 보유한 모든 기능이 금융소비자보호 목표를 실현하는데 온전히 활용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조직을 전면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이번 '벨기에펀드' 사태를 두고 신중한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불완전판매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운용사에서의 현지 운용 문제 등 구조적 요인이 손실의 주된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며 "판매사로서 고의로 손실 위험을 숨기고 판매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상품은 원칙적으로 투자자의 책임 아래 운용되는 구조"라면서도 "다만 일부 고객의 투자 경험, 녹취, 설명 자료 등을 개별적으로 점검한 뒤 불완전판매로 확인되면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벨기에펀드 정조준한 금감원장…은행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