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제작 = 김나영 기자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저가전이 격화된 가운데 휴젤이 단가 방어 전략을 고수하며 3분기 실적이 주춤했다.
내수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 속 회사는 글로벌 시장 확장과 '합리적 가격의 신뢰할 수 있는 K톡신' 이미지 구축에 나서며 반등을 도모하고 있다.
다만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관리가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내수 출혈전에 어닝쇼크, 반등 전략은 '프리미엄'
휴젤 2024~2025년 3분기 실적 추이 / 자료=휴젤 IR
5일 업계에 따르면 휴젤은 올 3분기 연결 매출액(잠정)이 10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오른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74억원으로 11.2%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전년 3분기 420억원보다 9.5% 떨어진 380억원이다.
이는 증권가 예상 실적(컨센서스)에 비해 12%, 23%, 25% 하회한 성적이다.
휴젤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최근 가격 출혈전으로 빠르게 재편된 것을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았다.
일부 후발 업체들이 병·의원 채널에서 1만원대 파격 가격으로 공급하며 단가가 급격히 무너졌고 시장 전반에 판촉 비용 확대와 가격 인하 압박이 번졌다는 설명이다.
휴젤은 이에 무리하게 대응하기 보다는 일정 가격대를 유지하며 브랜드 가치와 수익성을 방어하는 쪽을 택했다.
이 같은 내수 변화에도 회사는 저가 경쟁에 직접 참여하기 보다 품질 중심 프리미엄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자체 학술 포럼인 'H.E.L.F.'를 지속 운영해 국내 의료진 대상으로 제품 효능과 시술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배우 이나영을 내세운 광고 마케팅를 늘려 브랜드 신뢰도와 소비자 접점을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휴젤 관계자는 "최근 국내 시장 경쟁이 심화돼 단가 압박이 있었으나 주력 제품 판매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단가 방어·브랜드 고도화로 중장기적 시장 지위는 오히려 공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 의료진 대상 학술 포럼을 개최하는 방식으로 스킨십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합리적 K톡신' 마케팅 투트랙
캐리 스트롬 휴젤 글로벌 CEO / 사진 = 휴젤 제공
결국 휴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글로벌 진출 확대다.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양대 축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로 2023년 기준 47억4000만달러(한화 약 6조8500억원)으로 추산되며 연평균 11.7% 성장해 오는 2030년엔 66억8000만달러(9조65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중국 역시 2조원 안팎에서 빠르게 확대 중으로 2029년까지 연평균 약 20%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두 시장의 파이를 점하는 업체가 글로벌 주도권을 가져가는 구도다.
내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휴젤이 두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 강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휴젤의 글로벌 전략 핵심은 프리미엄 지향의 국내와 달리 미국 등 해외에서는 '합리적 가격의 K톡신'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다.
휴젤은 지난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레티보' 승인 후 현지 4800여개 판매 채널을 보유한 의료미용 전문 기업 '베네브'와 손잡고 이같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실적도 이런 방향성을 반영했다.
올 3분기 내수 매출이 전년 대비 39.3% 감소한 반면 해외는 아시아·태평양(17.1%), 북남미(17.4%) 등 주요 권역이 모두 성장하며 전체 국제 매출이 11.2% 증가했다.
국내 출혈경쟁을 피하며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는 사이,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 기반 글로벌 확장이 실적 하방을 방어한 셈이다.
휴젤 측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품력이 좋은 K톡신으로 포지셔닝을 잡고 있다"면서 "해외에서도 학술 마케팅을 통해 의료진 네트워크를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무대 대응력 강화를 위해 조직 변화도 추진했다.
휴젤은 지난달 글로벌 사업을 전담할 캐리 스트롬 CEO를 장두현 한국 CEO에 이어 추가 선임했다.
휴젤은 이번 영입으로 미국 사업 성과를 본격화하고 북미 지역을 필두로 한 세계 시장 확장 전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판관비 관리는 과제
다만 마케팅 강화가 판관비 증가로 이어져 실적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피할 수 없다.
회사의 올 3분기 판관비율은 34.3%로 전년 동기(29.3%) 대비 16.2% 상승했다.
지난해까지 29%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처음 30% 선을 돌파한 뒤 내림세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휴젤 측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마케팅 강화는 지속할 거란 입장이다.
휴젤은 관계자는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3분기 일시적 비용 증가(지급수수료, 마케팅 비용)가 있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지속적으로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해외 매출 확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연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실적 갱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사 리포트] 내수 출혈전 버티는 휴젤, 글로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