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다시 최고경영자(CEO) 선임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거버넌스 향방을 추적합니다.
챗GPT로 제작한 AI이미지와 KT로고 /이미지 제작=강준혁 기자
KT가 최고경영자(CEO) 교체 국면에 들어가면서 김영섭 대표가 영입한 'LG 라인' 중심의 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AICT) 체제가 유지될지 주목된다.
지난 2년간 김 대표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방향과 사람을 함께 바꾸는 방식으로 KT의 체질을 개선했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 AICT 전략을 내놓고 그 전략을 실제로 굴릴 수 있는 외부 인재들을 전무·상무급에 대거 배치했다.
이 인사들 중 상당수는 김 대표의 구상과 인맥에 따라 영입된 LG 출신이다.
대표가 교체될 경우 이 라인이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계적 교체 끝에 자리 잡은 LG 라인
5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구현모 전 대표 체제의 임원들을 단계적으로 교체했다.
2023년 3분기에는 당시 사장단을 경영에서 배제했고 그해 4분기에는 부사장단을 대폭 손봤다.
2024년 4분기에는 SK 출신으로 KT의 전략·신사업 부문을 이끌던 신수정 부사장이 물러났다.
2년에 걸친 교체 과정을 거치며 자신이 구상한 인공지능(AI)·클라우드·인공지능전환(AX) 조직을 돌릴 수 있는 사람들로 위를 채운 셈이다.
이때 눈에 띄게 늘어난 이들이 김 대표와 같은 LG CNS 출신 인사들이다.
정우진 전략·사업컨설팅부문장(전무)은 마이크로소프트(MS) 협력 기반으로 추진되는 AX 컨설팅의 핵심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강성권 클라우드리드장(상무)은 클라우드 조직을 총괄하고, 유서봉 AX사업본부장(상무)은 AX 사업을 전면에서 이끌고 있다.
LG전자 출신도 포함됐다.
신동훈 GenAI랩장(상무)은 생성형AI 연구개발(R&D)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모두 김 대표가 내세운 'AICT 전환'을 실제 과제로 구현해야 하는 핵심 인물들이다.
KT 내 LG 및 해외 출신 인사 목록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강준혁 기자
여기에 그치지 않고 MS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기업 출신 인재 수혈도 이어졌다.
야후·MS 출신 오승필 기술혁신부문장(부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KT의 기술 전략과 서비스 고도화를 총괄하며 AI·클라우드 전환의 실행 축을 맡고 있다.
전무급으로는 김원태 전략고객사업본부장(구글클라우드·MS 출신)이 있다.
상무급으로는 전승록 GTM본부장(MS·삼성SDS 출신), 박철우 금융사업본부장(팔란티어·AWS 출신), 송승호 SPA본부장(MS·AWS 출신), 박민우 모던IT리드장(MS·오라클 출신) 등이 있다.
이들은 신사업 전면에서 AICT 전환을 추진하며 김 대표 체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AICT 동맹 지속 가능할까
이 인선들의 공통점은 김 대표의 네트워크와 구상에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LG CNS 출신을 중심으로 한 컨설팅·AX 라인은 MS와의 협업을 전제로 사업을 설계해 왔다.
MS와 AWS 등을 경험한 인사들을 신사업 전면에 앉힌 것도 해외 빅테크 레퍼런스를 KT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이 컸다.
다시 말해 사람을 통해 협력의 문을 열어 놓은 구조다.
이런 구조는 빠르게 사업을 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들을 영입한 CEO가 물러날 경우 협력 채널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약점도 갖는다.
KT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차기 CEO가 누구냐에 따라 김 대표가 구축한 외부 라인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일부만 남기고 대폭 교체할 수도 있다.
만약 후자를 선택한다면 LG CNS 출신을 중심으로 한 AICT 전환 속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해외 기업 출신들이 주도해 온 MS·팔란티어와의 협력 역시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김 대표 이후에도 MS·팔란티어와의 협력이 계속될 수 있을지라는 질문이 나온다.
다만 이러한 협력이 당장 끊긴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이미 KT 내부에서는 AX를 미래 핵심 먹거리로 삼아야 한다는 데 일정 수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이 그 지름길이라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처럼 외부 출신 임원들이 전면에서 협상하고 내부 조직이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김 대표가 KT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은 'AICT'라는 비전과 그 비전을 이끌 수 있는 사람들을 배치해 뒀다는 사실이다.
다만 이 유산은 조직도에 이름이 적혀 있는 동안에만 유산이다.
이번 거버넌스 시험대에서 KT의 선택에 따라 김 대표가 심어 놓은 LG 사단과 글로벌 협력축이 '새 체질'로 자리 잡을지, 또 한 번의 인적 청산으로 끝날지가 갈릴 전망이다.
[KT 거버넌스 시험대]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