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서울 계동사옥 전경 /사진=현대건설
건설 업계의 '맏형'인 현대건설이 자금조달 전략을 전면 수정하며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최상위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한 가운데서도 공사 미수금을 유동화하는 등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는 상황이다.
올해 7월 현대캐피탈 출신 '재무통'인 이형석 전무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한 것 역시 이러한 보수적 리스크 관리 기조와 맞닿아 있다.
회사채→자산 유동화 선회, 이자 비용 '핀셋 관리' 현대건설은 올 들어 처음으로 사업장 공사 미수금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했다.
올 6월26일 '환호근린공원 공동주택 1BL 신축사업'의 대주단인 디벨롭환호제일차와 공사 미수금 3300억원을 기초자산으로 한 대출 약정을 체결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현재 대출 잔액은 2941억원이며, 내년 1월9일 만기를 맞으면 현대건설은 이 채권을 공정가치로 재매입하게 된다.
9월26일에도 '힐스테이트 더 운정 신축사업' 미수금 1500억원을 기초자산으로 유사한 구조의 유동화를 진행했다.
이 역시 만기 시 대주인 디벨롭밸류제일차로부터 채권을 다시 사들이는 조건이다.
공사 미수금 유동화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회사채 시장의 금리 부담이 자리한다.
그동안 현대건설은 주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으나 최근 잇따른 중대재해 이슈와 건설원가 상승 등으로 업계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조달 루트를 다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회사채 발행금리는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2020년 초 연 2.14%였던 이자율은 2023년 연 4.6%까지 치솟으며 재무 부담을 가중시켰다.
올 들어 연 3%대로 다소 진정됐지만 과거에 발행한 고금리 채권의 이자 부담은 만기 전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필=구글 제미나이 금리상승의 여파로 연간 이자비용은 2년 연속 1000억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2022년 437억원이었던 이자비용은 2023년 641억원, 2024년 1005억원으로 매년 급증해왔다.
올 3분기 누적 이자비용도 901억원으로 전년동기(811억원) 대비 약 11.1% 늘어났다.
누적 매출 23조28억원, 영업이익 5342억원의 견조한 실적을 고려하면 현재의 이자비용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다만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조2251억원으로 전년(5조1304억원)보다 2조원가량 줄어든 것은 부담스럽다.
줄어든 곳간을 채우고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자금조달 경로를 다각화하는 전략적 선택을 한 셈이다.
이형석표 '리스크 방어', 지식산업센터 파고 넘을까 현대캐피탈 재경본부장 출신인 이 전무는 그룹 내에서도 손꼽히는 재무·리스크 관리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현대건설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유동성 흐름을 보다 정교하게 통제해 견고한 재무방어선을 구축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포석이다.
당면한 과제는 지식산업센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의 연착륙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공급과잉으로 지식산업센터 분양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책임준공이나 신용보강을 제공한 시공사가 시행사의 부실을 떠안을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대건설은 우량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리스크 통제가 가능한 상황이다.
대표 사례는 올해 착공한 가양동 CJ부지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이 사업의 PF 약정 만기 시 상환 재원이 부족할 경우 지식산업센터 미분양 물량을 분양가의 85%인 8000억원 한도에서 매입하겠다는 확약을 대주단에 제공했다.
수치로 확인되는 재무지표 역시 안정적이다.
올 3분기 기준 현대건설의 유동비율은 152.35%, 부채비율은 170.93%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시장이 우려하는 지식산업센터 관련 PF 우발부채 규모는 약 2조6320억원이지만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조원을 상회해 유동성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터널 지나는 건설업계] 현대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