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가 12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제2회 게임이용자 소통토론회'를 열고 AI 게임 광고에 대한 자율규제와 공적규제의 역할을 논의했다.
/사진=최이담 기자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게임 광고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이를 걸러낼 집행 체계는 광고유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가짜 전문가가 등장해 "게임을 하면 치매가 예방된다"고 홍보하거나 유명 유튜버의 얼굴과 목소리를 무단도용한 광고가 유통되는 상황에서도 해외 게임사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무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제2회 게임이용자 소통토론회'를 열고 AI 게임 광고에 대한 자율규제와 공적규제의 역할을 논의했다.
AI가 만든 허위 의사, 유튜버 도용까지
이날 첫 발제를 맡은 엄주희 건국대 공법학 교수는 AI 딥페이크를 활용한 게임 광고의 구체적인 사례를 공개했다.
광고 영상에는 자신을 신경과 의사라고 소개하는 인물이 등장해 "이 게임을 매일 30분씩 자기 전에 플레이하면 수면장애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AI 생성 캐릭터였다.
엄 교수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마치 신경과 의사인 것처럼 광고를 하고 있다"며 "전문가의 권위를 이용해 효과가 있을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허위·과장광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광고가 노인층을 겨냥해 '게임을 하면 잠도 잘 오고 치매도 예방된다'는 식으로 홍보되고 있어 피해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유명 유튜버의 초상권을 침해한 사례도 소개됐다.
게임 스트리머 '침착맨'의 얼굴과 음성이 본인 동의 없이 딥페이크로 제작돼 특정 모바일게임 광고에 활용된 것이다.
엄 교수는 "본인이 직접 나서 '내 얼굴이 나왔더라도 속지 말라.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광고'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고 전했다.
엄 교수는 이러한 광고가 개인정보보호법, 성폭력처벌특례법, 형법상 사기죄,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유포 등 여러 법률에 저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미 딥페이크를 AI가 생성하고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사실을 일어난 것처럼 묘사해 해악을 끼치는 콘텐츠로 정의한다"며 해외의 규제 흐름을 소개했다.
해외사는 '치고 빠지기', 제재는 국내사만
토론에서는 자율규제의 실효성과 함께 해외 게임사 광고에 대한 집행 공백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허위·과장광고에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를 보면 대부분 국내 게임사에 국한돼 있다"며 역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최승우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도 "문제가 되는 광고를 내보내는 업체들은 국내보다 해외, 특히 특정 국가의 게임사"라며 "차단하더라도 광고 게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특정 국가 게임사의 특징은 '치고 빠지기'"라며 "문제가 되면 돈을 벌 만큼 벌고 빠져나간다"고 지적했다.
다만 규제 강화가 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최 전문위원은 "AI 기술은 더 이상 선택적 마케팅 도구가 아니라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국내 게임 개발자의 생존수단"이라며 "규제의 초점을 AI의 대량생산 능력이 아니라 광고 내용의 진실성 위반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원수 디지털광고협회 부회장도 "AI가 만들어내는 현상에는 결국 AI를 활용해 대응해야 한다"면서 "산업을 지켜야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
국내 산업을 잃으면 규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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