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제작한 AI이미지와 KT로고 /이미지 제작=강준혁 기자
KT 이사회가 규정 개정을 통해 사외이사의 권한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사회 규정에 따라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의 심의 참여가 원천 차단되고 사외이사들의 회사 기밀정보 접근권이 강화됐다.
외부 법률·회계 등 전문 자문이 필요할 때 사외이사 회의에서 이를 의결하도록 명문화했다.
신설된 조직·인사 승인권 규정과 맞물려 이사회의 80%를 차지하는 사외이사들에게 정보·조사·인사 권한을 집중하는 구조가 완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EO 등 이해관계 이사, 회의장서 퇴장 13일 KT 이사회 규정을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여러 차례 개정 작업이 이뤄지면서 사외이사의 정보 접근권과 의사결정 권한이 제도적으로 확대됐다.
11월 4일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제9조 '의사 및 결의' 제4항은 기존에 "의안에 관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는 의결권을 가지지 아니한다"고만 규정했으나 개정안에서는 "의안 출석 및 심의 참여를 하지 못하고"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이는 단순히 투표권만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를 토론 과정에서 아예 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는 CEO가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의안을 논의할 때 자리에 앉아 해명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회의장 밖으로 나가야 한다.
CEO 인사와 같은 안건을 논의할 때 경영진을 내보내고 이사들끼리만 논의·표결하는 관행 자체는 미국 등 거버넌스를 중시하는 국가에서는 일반적인 관행이지만 최대 이해당사자인 CEO에게 사전 소명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결정이 기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KT 이사회의 개정된 규정에 따라 대표이사 해임 건의처럼 민감한 안건에 대해 본인도 제척 대상이 되고 동일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다른 사내이사도 논의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12조 '사외이사 지원 등'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 규정은 사외이사가 회사의 정보를 요청할 때 "중요한 기밀사항은 사외이사 과반수의 요청에 의하여 제공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이 문구가 삭제됐다.
사외이사 과반수 요청이라는 절차적 장벽이 제거되면서 사외이사 개인의 정보 접근권이 대폭 강화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이 올해 KT와 마이크로소프트(MS) 간 클라우드 계약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KT와 MS 간 계약의 불공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일부 이사들은 계약의 적정성 검증을 위해 외부 법무법인 감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계약서 등 기밀 정보에 접근하려 했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성이 제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외부 전문가 활용, 사외이사 회의서 독자 결정 /표=이진솔 기자 같은 조항 2항에서는 외부 전문가 활용에 관한 규정도 신설됐다.
"사외이사가 외부 전문가 지원을 제청하는 경우 그 추진과 절차를 사외이사 회의에서 의결한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외부 전문가 활용이 이사회 전체 결의 사항이었으나 이제는 사외이사 회의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사외이사들이 법무법인, 컨설팅사, 회계법인 등을 통해 경영진에 대한 감사나 조사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외부 전문가 활용이 관습적으로 이뤄져 왔던 만큼 이번 명문화가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사외이사 회의에서 독자 결정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은 경영진의 개입 없이 사외이사들이 필요한 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규정 개정은 조직·인사권 승인 규정과 함께 사외이사진의 권한이 제도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이사회 규정 제8조 3항을 신설해 "부문장급 경영임원, 법무실장에 대한 임명 및 면직"과 "주요 조직의 설치, 변경 및 폐지 등 조직개편"을 이사회 사전 심의 및 의결 사항으로 규정했다.
기존에는 보고 사항이었던 것이 승인 사항으로 격상된 것이다.
현재 KT 이사회는 사외이사 8명과 사내이사 2명으로 구성된다.
사외이사들은 조직·인사·정보·조사 권한을 집중하는 구조 속에서, 신임 CEO 선임 절차를 주도하고 있다.
KT는 건전한 거버넌스 관행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개정은 국내에서도 KT 이사회가 처음이 아니며 미국에서도 주요 상장사가 최고 경영진 임명 시 이사회와 협의 후 승인하는 바와 같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주주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KT 참호 이사회]⑥ CEO 통제 무기 확대...외부 감사 확대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