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경영진이 인공지능(AI) 사업 마진이 낮다고 언급해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주가가 10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급락했다.
오라클에 이어 브로드컴까지 양호한 실적을 내놓은 이후에도 주가가 하락해 AI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 제공=브로드컴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브로드컴 주가는 11% 이상 급락했다.
전날 브로드컴은 회계연도 4분기(8~10월) 실적을 발표하며 "마진이 낮은 맞춤형 AI 프로세서" 판매 증가로 인해 수익성이 압박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호크 탄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6개 분기에 걸쳐 출하될 AI 제품 주문 잔고가 730억달러라고 밝혔는데 이 또한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탄은 이 수치가 "최소치"라며 "다음 6개 분기 내 출하에 대해 추가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 실제로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제품 종류에 따라 리드타임은 6개월에서 1년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브로드컴은 지난 분기에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으로부터 110억달러 규모의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탄은 동시에 AI 제품 판매로 인해 전체 마진이 축소되고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브로드컴은 올해 연간 AI 매출 전망도 제시하지 않았다.
탄은 이 수치가 "계속 움직이는 표적"이라며 "2026년이 정확히 어떻게 될지 특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고는 이미 커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오라클은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하며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며 부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전날 주가가 10.8% 급락했다.
또 이날 오라클이 오픈AI를 위한 데이터센터 완공 일정을 당초 계획한 2027년에서 2028년으로 미룬다고 밝히자 주가가 추락 하락했다.
올해 기술주가 급등해 밸류에이션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최근 몇 달 동안 AI 투자를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또 기술 기업들이 고객사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고객사 지출을 매출로 반영하는 순환적 거래도 AI 거품 우려를 키우고 있다.
수익성에 대한 탄의 발언은 브로드컴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공개한 직후 나왔다.
지난 분기 매출은 180억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95달러를 기록해 모두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웃돌았다.
브로드컴은 내년 2월1일 종료되는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은 약 191억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또한 시장 예상치인 185억달러를 웃돈다.
또 탄은 AI 반도체 매출은 82억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브로드컴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기업들이 대규모의 인프라 증설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낙관했다.
브로드컴은 특히 주요 AI 모델 개발사들과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주목받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자체 AI 칩 설계를 위해 브로드컴과 협력하고 있다.
또 앤트로픽은 구글 클라우드 텐서처리장치(TPU)의 컴퓨팅 서비스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TPU 역시 브로드컴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멜리우스리서치의 벤 리츠스 애널리스트는 "현재 많은 기업들이 계획 중인 지출 규모를 보면 패닉 버튼을 누르기엔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다.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들은 "AI 칩으로 인한 총마진 희석 우려가 주가 급락의 원인"이라면서도 "이 칩들이 영업이익률에는 오히려 기여한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브로드컴 주가는 이날 급락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약 57% 상승한 상태다.
브로드컴, 호실적 내고도 마진 경고…AI 수익성 우려 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