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현미경으로 ‘단맛 수용체’ 구조 처음으로 밝혀, 3년 만에 지도화 성공
설탕은 콜라 등 탄산음료에도 많이 들어 있다.
콜라 500ml 한 병에 각설탕 17개에 해당하는 설탕(자당)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콜라 제로 제품'엔 설탕이 들어 있지 않다.
그 대신 단맛을 강하게 내는 인공감미료가 들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설탕은 달콤한 유혹이다.
단맛 중독을 일으킨다.
두뇌 활동을 방해하고,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
특히 설탕의 과다 섭취는 비만, 당뇨병, 심혈관병, 우울증, 혈관성치매, 면역력 저하, 치아 건강 훼손, 골다공증 등 숱한 문제를 일으킨다.
설탕(자당, Sucrose)의 단맛을 느끼는 센서인 '단맛 수용체'의 구조를 밝혀내 지도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혀와 구강 내에서 달콤한 맛을 감지하는 '단맛 수용체'(TAS1R2+3)의 3차원 구조를 발견해, 3년 만에 지도로 작성해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The structure of human sweetness)는 국제학술지 ≪셀(Cell)≫에 실렸다.
연구의 공동 제1 저자인 주엔 장 박사(신경과학)는 "설탕이 비만 등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설탕을 대체하기 위해 사카린·아스파팜 등 인공감미료를 개발했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단맛 수용체의 구조를 파악했으니, 더 나은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설탕에 대한 강한 욕구를 잠재울 수 있는 물질이나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에 의하면 미국인의 평균 설탕 섭취량은 1800년에 비해 약 5.6배나 늘어났다.
10여 년전 콜라를 냄비에 붓고 가열하면 탄산과 수분은 증발하고, 끈적끈적하고 까만 설탕 덩어리만 흉하게 남는 사진이 공개됐다.
많은 사람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당시엔 콜라 한 병에 각설탕 약 28개(27.5개)에 해당하는 설탕(자당)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설탕의 폐해를 줄이고 값싸게 단맛을 즐기기 위해 사카린과 아스파탐·수크랄로스 등 인공감미료가 개발됐다.
설탕에 비해 사카린은 당도가 약 300배, 아스파탐은 약 200배, 수크랄로스는 약 600배 더 높다.
단맛만 있고 열량(칼로리)이 없는 인공감미료 중 사카린은 우연히 개발돼 약 60년 전부터 각종 제품에 쓰였다.
"단맛 수용체 구조를 그린 지도, 당뇨병 등 연구에도 큰 도움 기대" 연구팀은 사람의 혀와 입 안에 있는 '단맛 수용체'의 구조를 밝혀내 지도로 작성했다.
사진에는 이와 관련된 정보가 담겨 있다.
[사진=미국 컬럼비아대(J. Zhang et al.)] 단맛 수용체는 두 부분(TAS1R2, TAS1R3)으로 이뤄져 있다.
연구팀은 단맛 수용체가 아스파탐·수크랄로스와 결합된 구조를 발견했다.
우리 혀의 단맛 수용체는 일반적인 식탁용 인공감미료(사카린)부터 계란의 항균효소에 이르기까지 각종 단맛을 내는 화학물질을 감지할 수 있다.
쓴맛, 신맛 등을 감지하는 수용체와 달리, 단맛 수용체는 너무 민감하지 않게 진화했다.
이 때문에 에너지 공급원으로 설탕이 풍부한 음식을 집중적으로 섭취하고 있다.
특히 단맛에 대한 참기 힘든 욕구를 채우기 위해 단 음식을 많이 먹는다.
연구팀은 약 20년 전, 포유류 단맛 수용체의 유전자를 발견했다.
당시 화학식을 밝혀냈지만, 정확한 모양을 그려내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단맛 수용체의 구조를 찾아 상세하게 지도화했다.
연구의 공동 제1 저자인 정위안 루 연구원(박사 과정)은 "이 단백질(단맛 수용체)을 실험실 접시에서 세포에 배양하는 것이 어려워 지도화에 약 3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단맛 수용체 분석에는 냉동전자현미경(cryo-EM)을 썼다.
장 박사는 "특히 중요한 점은 단맛 수용체의 '결합 포켓'을 밝혀냈다는 것"이라며 "이 결합 포켓은 단 물질이 결합해 단맛에 대한 강한 욕구 반응을 촉발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단맛 수용체의 새로운 조절 인자를 발견해내면, 설탕에 대한 끌림과 식욕을 많이 억누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맛 수용체는 주로 입의 미각세포에 있지만, 인체의 다른 곳에도 분포한다.
췌장 등 각종 장기 기능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단맛 수용체의 구조 지도는 당뇨병과 대사질환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설탕 욕구 부르는...혀 입안 ‘단맛 수용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