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덤벙대는 줄 알았는데…” 20대에 희귀 치매 진단 받은 英 여성
28세에 희귀 치매 진단을 받고 31세에 세상을 떠난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가운데 여성이 사연 속 젬마 [사진=SNS] 28세에 희귀 치매 진단을 받고 31세에 세상을 떠난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영국 매체 더선에 의하면, 맨체스터 출신의 젬마 일링워스는 28세였던 2021년에 후두피질위축증(posterior cortical atrophy, PCA) 진단을 받았다.
진단 전까지 그는 런던과 뉴욕에서 경력을 쌓으며 독립적인 삶을 살았다.
그의 가족은 어린 시절부터 그가 시각 처리, 협응력, 방향 감각, 시간 파악과 같은 간단한 일에 종종 혼란을 겪으며 덤벙대는 모습을 보였지만 건강에 대해 특별히 우려할 만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증상은 코로나19 봉쇄 기간 중 급격히 악화됐다.
당시 재택근무를 하던 일링워스는 화면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일을 그만두어야 했고, 이후 일상적인 일에서도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안과 우울로 병가를 내기도 했지만, 결국 이 모든 문제가 악화되며 일을 그만둬야 했다.
진단 무렵 가족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고 있던 그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점점 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됐다.
그의 룸메이트는 샤워기와 주방기기가 꺼져 있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했고, 어머니는 하루에도 20번 가까이 전화하는 딸을 도와주어야 했다.
나중에는 일상적인 생활 자체가 어려워져 결국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 살았다.
시각 정보 처리하는 뇌 영역 손상되는 질환 2021년 4월, 뇌 스캔 검사를 받은 후 뇌에 문제가 있음이 확인됐고, 의사는 뇌종양을 의심했다.
하지만 추가 검사 결과 그는 후두피질위축증 진단을 받게 됐다.
이 질환은 시각 및 공간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뇌 영역이 점진적으로 위축되는 질환이다.
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Alzheimer's Association)에 따르면, 후두피질위축증이 독립적인 질병인지, 알츠하이머병의 변형된 형태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많은 환자가 뇌에서 아밀로이드반과 신경섬유엉킴이 발견된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뇌 변화와 유사하지만, 다른 영역에서 일어난다.
일부 환자의 경우에는 루이소체 치매나 크로이츠펠트-야콥병과 같은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과 유사한 뇌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대개 65세 이상에서 발병하는 반면, 후두피질위축증은 일반적으로 50~65세 사이에 발병한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뇌의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 피질 손상으로 인한 증상이다.
이러한 신경학적 손상과 관련해 문장을 읽기 어렵거나, 거리 감각이 저하되거나, 움직이는 물체와 정지된 물체를 구별하지 못하거나, 방향 감각이 상실되거나, 도구나 일상적인 물건을 알아보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시각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증상들이 서서히 나타난다.
일부 환자는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환자 중 상당수는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불안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후두 피질 위축 초기 단계에서는 기억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병이 진행되면서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
후두피질위축증은 비교적 드문 질환이고, 다양한 양상을 보여 오진이 흔하다.
시각에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는 안과전문의의 소견을 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인 안과 검사에서는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약 5%가 후두피질위축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대로 진단되지 않거나 오진되는 사례를 고려하면 실제 비율은 최대 15%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빠르게 무너진 일상… 결국 가족 품에서 세상 떠나 진단 이후 일링워스는 점차 상태가 악화되어 말하기, 걷기, 삼키기, 먹기 등 기본적인 기능까지 상실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그의 동생인 제스는 "우린 그저 언니가 손이 조금 더 많이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병에 걸렸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그렇게 끔찍한 병에 걸렸다고 생각할 만한 징후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빠인 벤은 "우리 모든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젬마 덕에 웃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사망 후 가족과 친구들은 런던 마라톤 참가와 걷기 행사 등의 자선 모금 활동을 통해 희귀치매 지원단체를 위해 2만 8000천 파운드(약 5200만원)를 모금했다.
벤은 "젬마는 완치하지 못했지만, 다른 가족들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덤벙대는 성격인 줄"...28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