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에서는 늘 진지하기만 한 〈시사IN〉 기자들, 기사 바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친한 친구의 수다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4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한 윤석열.©사진공동취재단
많은 기자가 그랬듯, 윤석열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그를 진심으로 취재했다.
궁금했다.
정치 경험도 없고 여의도에 신세 진 일도 없는 그가 어떤 사람을 쓰는지,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나갈지 알고 싶었다.
기자로서 기대와 다짐, 환상, 욕심이 가득했음을 고백한다.
이 정부에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고 전에 시도되지 않았던 정책들이 나오면 그걸 가장 먼저 확인하고 보도하고 싶었다.
능력 부족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확인이 안 됐다.
분명 그가 무언가를 하려는 것 같긴 한데, 도무지 그 의도와 의미를 알 수 없었고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윤곽이 드러나면 어김없이 과거에 봤던 사람들, 이미 오래전 제시되었던 정책 아이디어들만 튀어나왔다.
제목에 ‘단독’을 붙이고 보도를 하면서도 옛날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기분이었다.
오기가 생겼다.
5년 임기에 이대로 ‘대특종’ 하나 없이 포기하기엔 지금까지 그를 취재하겠다고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온갖 생각을 했다.
뭐라도 있겠지. 이러다 여의도 문법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정계 개편이 이뤄지는 건 아닐까? 조금만 기다리면 모두를 놀라게 할 새로운 시도가 나오는 건 아닐까? 어디를 어떻게 더 알아봐야 하지?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 임기를 마치진 않을 거야. 그래도 대통령이니까. 예상이 맞았다.
윤석열은 그대로 임기를 마치지 않았다.
대통령만 누를 수 있지만 아무도 누르지 않았던 그 버튼을 눌러버렸다.
비상계엄이라는 헌정 질서 리셋 버튼이었다.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려 놀라게 만드는 시도를 했고, 이로 인해 기존 ‘여의도 문법’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정치권을 움직이도록 했다.
반국가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자신이 책임지던 나라를 두 동강 냈다.
이번 정부가 아무리 과거로 회귀해왔다고 해도 시간을 45년 전으로, 이런 방식을 통해 돌려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비참하고 참담하게도 예상이 맞았다.
‘(취재)해봐서 아는데’ 윤석열의 3년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윤석열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도 곧 알게 될지 모른다.
제가 해봐서 아는데요 [프리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