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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 <뉴스토마토> 기자. ©시사IN 신선영
2024년 12월3일 밤,
유지웅
〈뉴스토마토〉 기자(32)는 국회에서 야간 당직을 서고 있었다.
갑작스레 윤석열의 긴급 담화 발표가 잡혔다.
예산 정국이었기에 으레 야당을 비난하는 내용이라 짐작하며, 유튜브를 켜고 기사 쓸 준비를 했다.
윤석열의 입에서 기괴한 단어가 나왔다.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이었다.
타사 기자들과 함께 쓰는 기자실에 앉아 있었지만 절로 욕이 나왔다.
잠시 충격에 멍해 있다가 국회 정문이 봉쇄됐다는 속보를 보고 냅다 정문으로 뛰어갔다.
출입을 막는 경찰을 휴대전화로 찍으며 취재를 시작했다.
그때 헬기 3대가 연이어 국회 상공을 지나갔다.
계엄군이 국회 본청에 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 본청 정문으로 갔다.
국회 보좌진과 기자들이 이미 집결해 있었다.
본청의 다른 출입문을 확인할 요량으로 운동장 쪽으로 코너를 돌았다.
그곳에서 계엄군 10여 명을 마주했다.
다시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에 나섰다.
계엄군은 어떤 경고도 없이 그의 양팔을 제지하고 둘러쌌다.
그런 다음 몸을 꺾고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반항을 하자 다리를 걷어찼다.
극도의 무력감을 느꼈다.
그런 와중에 ‘케이블타이를 가져오라’는 소리를 들었다.
결박 시도에 순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 가셨다.
온몸으로 저항했고, 잘 묶이지 않은 케이블타이를 계엄군이 버리는 장면까지 봤다.
추가 결박 시도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정도로 큰 트라우마였다.
실랑이 중 사복 차림의 남성 2명이 뒷짐을 쥐고 걸어와서는 신호를 보냈다.
그제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계엄군은 그가 촬영한 영상을 갤러리와 휴지통에서까지 완전 지워버린 후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유 기자는 로텐더홀로 돌아가 다시 취재를 했고, 2024년 12월4일 새벽 4시가 되어서야 퇴근했다.
그날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된 건 김현태 전 707특임단장 때문이었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온 김 전 단장은 거짓말을 했다.
케이블타이는 문 봉쇄 목적이었지, 사람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거 같은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4월4일 윤석열 탄핵 선고 이틀 전 ‘계엄군에 결박당한 기자’의 CCTV 영상이 세상에 공개된 배경이다.
국회가 계엄군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영상을 주지 않자, 결국 유 기자는 그들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증거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윤석열의 궤변은 또 한번 반박당했다.
드디어 일상을 회복한 그는 요즘 여느 기자가 그렇듯 발제 고민으로 아침마다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다만 관련 고소 사건은 계속 진행 중이다.
기록하는 자로서 내란을 끝까지 쫓겠다는 마음과 함께 말이다.
※〈시사IN〉 유튜브 채널
‘12·3 계엄의 밤, 당신의 목소리’ 시리즈 영상
에서 유지웅 기자 등 12·3 계엄날의 기억을 꺼내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계엄군에 결박당한 기자의 ‘12·3 계엄의 밤’ [사람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