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빈씨는 ‘춘봉·첨지 아빠’로 통한다.
그가 아내 박지연씨와 운영하는 ‘고양이 상황극’ 유튜브 채널 ‘언더월드’는 구독자 수가 127만명에 이른다.
5월에는 스탠드업 코미디 전국 투어에 나선다.
코미디언 송하빈씨(32)가 아내 박지연씨와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언더월드’는 4월21일을 기준으로 구독자 수 127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고양이 상황극’ 채널이다.
송씨와 반려 고양이 춘봉·첨지가 주연을 맡고. 연출·편집은 박씨가 담당한다.
박씨의 거침없고 호탕한 웃음소리는 ‘감초’ 역할을 한다.
이들은 2024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길에서 송씨를 ‘춘봉·첨지 아빠’로 알아보는 이가 많아졌다.
유튜브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그는 최근 JTBC 축구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 4〉(이하 ‘뭉찬 4’)에도 합류했다.
‘뭉찬 4’ 출연을 계기로 집 근처 축구장에서 골키퍼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예능이 아니라 거의 다큐멘터리다.
다들 진지한데 나 혼자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축구와 오랜 인연이 있다.
초중고 시절 꿈은 프로 골키퍼였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이운재 선수의 선방을 보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고, 대학 1학년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대학 경기를 해보니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스카우터가 와도 나를 스카우트 안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다음 날, 바로 축구를 그만두었다.
”
코미디언 송하빈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언더월드의 한 장면. 왼쪽에 고양이 춘봉이와 첨지가 있다.
진로를 코미디언으로 바꾼 건 군대에서였다.
축구부 시절에 ‘너는 분위기 메이커야, 축구 하지 말고 개그를 해’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축구부 다음으로 좋아한 건 남들을 웃기는 일이었다.
2016년 제대할 즈음, 한국민속촌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민속촌을 배경으로 사또, 이방, 거지 등의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콘텐츠였다.
송씨는 1년에 한 번 뽑는 민속촌 캐릭터 공채에 응시해 합격했고, 공채 3기로 활동했다.
공채 4기였던 아내 박지연씨도 그곳에서 만났다.
고등학교까지 조정 선수였던 박씨 역시 코믹 연기에 관심이 많았다.
송씨에게 맡겨진 캐릭터는 ‘벨튀 체대생’이었다.
1970∼1980년대 풍경을 배경으로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관람객을 잡는 하숙집 체대생 역할이었다.
6년 전 유튜브에 올라온, 그가 출연한 한 에피소드 영상은 현재 조회수가 1225만 회에 이른다.
방송인 유병재씨가 출연하는 영상을 통해 스탠드업 코미디 장르를 처음 접했다.
2018년, 유튜브로 잘 알려진 ‘피식대학’ 멤버들의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 전 아마추어 코미디언 지망생들을 위한 무대가 열렸다.
‘지인 한 명 동행’이 원칙이었다.
함께 온 지인들을 관객으로 두고 지망생이 5분씩 스탠드업 코미디를 했다.
송씨는 6개월 동안 그 무대에 섰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꾸준히 해왔다.
2023년부터는 코미디 클럽에서 한 시간짜리 단독 공연을 펼치고 있다.
‘고양이 상황극’ 유튜브 채널 준비는 2023년 말부터 시작했다.
이전에 민속촌 동료들과 ‘촌놈들’ ‘촌놈 스튜디오’ 채널을 운영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송하빈씨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수영 강사 하빈샘’ ‘스키 강사 하빈샘’ 같은 캐릭터 에피소드를 올렸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후에는 아내 박지연씨와 커플 유튜브를 계획했다.
박씨가 분장 학원을 1년 넘게 다녔던 터라, 각설이 분장을 하고 서로 웃기는 콘텐츠를 기획했다.
두 사람의 이름 가운데 글자인 ‘지’와 ‘하’를 따 ‘지하세계’로 할까 했지만, 이름이 예쁘지 않아 영어로 ‘언더월드’라고 채널명을 정했다.
송씨는 “내가 고양이와 ‘대충’ 놀아주는 모습을 (박지연씨가) 기록용으로 촬영해두었고, 그 영상을 올렸다.
구독자도 별로 없었는데, 1주일 만에 조회수가 1만을 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양이 영상은 한계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박씨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번 믿어달라”고 설득했다.
“아내는 나보다 감이 더 좋고, 훨씬 재미있는 사람이다.
”
성악가 조수미·소녀시대 유리 ‘등판’
언더월드는 이렇게 탄생했다.
2024년 1월부터 유튜브·인스타그램에 ‘1일 1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구독자 수가 가파르게 늘어 11개월 만에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언더월드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4월21일 현재 64.7만명이다). 첨지가 ‘고양이 성악가 묘수미’로 등장한 인스타그램 영상에는 성악가 조수미씨가 ‘절대음감 대단하네요! 듀엣 준비할게요! ㅋㅋ’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개그맨 조혜련씨, 소녀시대 유리씨, 가수 황치열씨가 이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각각 고양이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비현실적’ 에피소드였다.
“유리 누나가 ‘좋아요’를 자주 눌러 우리 채널을 즐겨 보는 거는 알고 있었다.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에 와서 ‘팬이다, 집에 초대해달라’고 하길래,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로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왔다.
초대했더니 소녀시대 유리 누나가 정말 왔다(웃음).”
춘봉이와 첨지 덕분에 올해 들어 활동 영역도 넓어졌다.
‘뭉찬 4’뿐만 아니라 KBS 유튜브 토크쇼 ‘이웃집 남편들’에 나가고, SBS 라디오 프로그램 ‘아름다운 이 아침, 봉태규입니다’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4월15일에는 프로야구 SSG 랜더스 경기에서 시구도 맡았다.
“지난해에 언더월드 구독자가 꽤 많을 때도 엄마가 ‘취업해야 하지 않니’ 하셨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계신데, ‘지연아, 너도 자격증 따는 게 어떻겠니’ 하고. 요즘은 돈 벌어 안마 의자도 사드리고, 효도를 하고 있다.
축구 뒷바라지를 많이 해준 아버지가 3년 전 돌아가셨는데, 뭉찬 4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정말 좋아하셨을 텐데··· 그걸 못 보여드린 게 너무 아쉽고 마음 아프다.
”
송하빈씨는 5월10일부터 대전, 광주, 부산, 대구, 서울 순으로 스탠드업 코미디 ‘파이팅’ 전국 투어에 나선다.
©메타코미디 제공
송하빈씨는 5월10일 대전에서 시작해 광주(5월11일)·부산(17일)·대구(18일)·서울(24일) 순으로 스탠드업 코미디 ‘파이팅’ 전국 투어를 진행한다.
일부 공연은 벌써 매진됐다.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무대를 혼자 책임진다.
연출자도 없다.
웃음이 터지든 안 터지든 내가 모두 감당한다는 게 매력이다.
한 공연에 15~20개 에피소드가 들어간다.
해외에서는 이런 솔로 공연을 ‘코미디 앨범’이라고 부르는데, 이번이 나의 첫 정규앨범이다.
에너지 넘치는 공연이라는 뜻에서 ‘파이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라고 말했다.
공연 전반부는 언더월드 팬들을 위한 콘텐츠로, 후반부는 조금 더 센 수위의 스탠드업 코미디로 구성할 예정이다.
춘봉이와 첨지가 영역 동물인 고양이 특성상 공연장에 직접 오진 못하지만, 공연장 앞에 춘봉·첨지 포토존을 마련할 계획이다.
송하빈씨는 “온라인(유튜브 ‘언더월드’)과 오프라인(스탠드업 코미디) 모두에서 잘하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라고 말한다.
월·화요일에는 고양이 콘텐츠(숏폼 2개, 롱폼 1개)를 제작하고, 목·금·토·일요일에는 주로 공연 무대에 선다.
올해 목표는 “고양이 없이도 웃기는 친구”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 것이다.
‘춘봉·첨지 아빠’, 고양이 없어도 웃길 준비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