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에서는 늘 진지하기만 한 〈시사IN〉 기자들, 기사 바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친한 친구의 수다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6월14일 제26회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언론노조 부스에서 적은 ‘언론에 바라는 점’. ©언론노조 제공
비 예보가 무색하게 햇살이 내리쬐던 6월14일, 몇 년 만에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찾았다.
제26회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렸다.
을지로입구역에 내리자마자 다양한 나라에서 온 퀴어와 앨라이(Ally·성소수자 인권 지지자)들로 가득했다.
그 가운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중년 여성 몇몇도 눈에 띄었다.
등 뒤에 ‘동성애 out’이라고 쓰인 천을 두른 채였다.
흔한 풍경이다.
대한민국에선 퀴어퍼레이드가 열리는 어디든 혐오의 목소리도 함께 따라붙는다.
뜨거운 날씨와 혐오의 말들이 흘러나오는 스피커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은 밝았다.
을지로입구역부터 종각역에 걸쳐 다양한 단체에서 만든 부스들이 줄을 이었다.
인기 만점이었던 ‘성소수자 불교 모임 불반’ 부스에서 스님들이 직접 채워주는 오방색 팔찌를 착용한 뒤 내가 찾던 부스로 향했다.
바로 ‘전국언론노조’ 부스다.
제26회 서울퀴어퍼레이드 현장에 처음으로 전국언론노조 부스가 차려졌다.
언론노조가 탄생한 지 25년 만이다.
언론노조 부스에서는 ‘최악의 성소수자 보도 헤드라인 뽑기’ ‘언론에 바라는 점 쓰기’ 등의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미 방문객들이 쓴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 있었다.
열띤 참여를 목격한 김지경 언론노조 성평등위원장은 “날씨가 엄청 더운데도 줄지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평소에 언론에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셨구나. 분노도 많이 하셨구나. 언론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최근 언론인이 지켜야 할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을 발표했다.
“성소수자를 특정 질병이나 범죄 행위와 연결 짓지 않는다”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이나 댓글 등 혐오 표현을 그대로 인용, 유포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입사 직후 언론진흥재단에서 받은 신입 언론인 교육 과정에 ‘자살예방 보도 준칙’이나 ‘재난 보도 준칙’은 포함됐지만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은 없었다.
언론노조가 앞으로 매년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그래서 반갑다.
언론노조가 함께했던 제26회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유튜브 PD로 일하며 언제나 시선을 사로잡는 섬네일 카피를 고민하는 나에게도 의미 있는 현장이었다.
‘언론에 바라는 한마디’ 메모 중 몇 개를 그대로 옮겨본다.
“조회수에 양심을 팔지 말자” “혐오 정치에 힘을 실어주지 마라” “여성을 주어로” “인권 앞에 ‘기계적 중립’은 없다” “소외된 곳을 더 많이 비춰주세요” “혐오 표현 2차 가해 그만” “자극적인 문구로 이목 끌고 끝!이 아닌,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사를 써주세요.”
“인권 앞에 ‘기계적 중립’은 없다” 그 부스에서 찾은 말 [프리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