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한국인처럼’ 피부를 관리하고 주름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었을까? 냉소와 비판이 어째서 선망과 모방으로 바뀐 걸까. K팝 유행과 기술혁신 외에 다른 배경도 있다.
6월18일 서울 중구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품을 보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K뷰티를 직역하면 한국의 미(美)다.
전통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한국의 미는 통이 넓은 한복이나 산속 고찰의 기둥, 배경을 비워둔 수묵화에 깃든 어떤 가치였다.
하지만 K팝이나 K드라마처럼 K뷰티도 민족 전통을 뜻하지 않는다.
K는 해외가 주목하는 최신 흐름에 붙는 접두사이다.
좁게 보아 K뷰티는 불티나게 팔리는 한국산 화장품이다.
넓게 보면 현대 한국에서 통용되는 미적 기준이다.
화장법과 미용성형으로 구현되는 한국식 미감이 해외에서 열풍을 부르고 있다.
유행의 파급력을 즉각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유튜브다.
‘Korean Makeup(한국식 화장)’을 검색하면 전 세계 여성이 화장하는 영상이 쏟아져 나온다.
조회수 최상위권 영상 가운데 정작 한국인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인도·미국·캐나다·타이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뷰티 유튜버의 영상이 수천만에서 1억 조회수를 넘나들고 있다.
각국 화장 스타일을 두루 올리는 유튜버도 있지만 한국식 화장에 몰입하는 ‘K뷰티 전문 유튜버’도 보인다.
화장품 시연뿐만 아니라 K팝 콘서트 후기, 서울 여행기, K드라마에 대한 감상 등을 채널에 함께 올린다.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이 높은 ‘구독자’들이 “○○사 제품이 한국에서는 더 잘 팔린다고 한다” “서울 특정 거리에 가면 물건이 많은 화장품 가게가 있다” 따위 영문 댓글을 남겨놓았다.
화장품 종합 매장 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성지로 통한다.
내부에는 영어와 중국어가 한글보다 많이 적혀 있다.
이곳의 명성은 단순한 소매점을 넘어선다.
명승지를 방문한 양 간판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거나 유튜브 생방송을 하는 외국인이 밤낮 늘어서 있다.
구글 맵에 적힌 이들의 리뷰 역시 볼거리다.
영어·중국어·일본어 외에도 이탈리아어·포르투갈어·터키어·아랍어 등 각종 언어 사용자가 자국인들을 위해 매장에 대한 찬탄이나 불만을 적어놓았다.
통계는 막연한 예상 이상을 보여준다.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약 102억 달러(14조원)로, 1위 프랑스(233억 달러)와 2위 미국(112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전년보다 수출액이 20.3% 올랐고 수출국도 165개국에서 172개국으로 늘었다.
시장 규모가 큰 미국과 일본,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화장품이 한국 제품이다.
9월7일을 ‘화장품의 날’로 지정하는 화장품법 개정안이 지난 3월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와 지자체가 취지에 맞는 행사를 홍보하고 단체 활동을 지원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한국 문화가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라며 취임사에서 K뷰티를 따로 언급했다.
한국 화장품은 어떻게 인기를 얻었을까? 해외 언론과 유튜버, 화장 전문가들은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둔 상태다.
우선 K팝의 인기가 관심을 이끌었다.
BTS와 블랙핑크 등 한국 아이돌이 뜨면서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이 늘었다.
‘아이돌 멤버 스타일 메이크업’이라며 한국인 스타처럼 꾸미는 외국인 유튜브·틱톡 영상이 큰 화제가 된다.
서구권 스타들이 꾸미는 방식과 달리 색조 화장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얼굴 윤곽을 강조하지 않는 방식이다.
K팝의 유행이 미의 기준에 변화를 가했다고 볼 법하다.
한국식 피부관리 입소문 타고 수출액 폭증
아이돌 팬 이외의 사람까지 끌어들인 K뷰티의 또 다른 덕목도 있다.
노화 방지다.
적지 않은 서구인은, 특히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의 나이에 대해 놀라운 감정을 드러낸다.
은퇴한 축구선수 박지성이 그보다 몇 살 어린 영국인 선수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최근의 사진도 곧잘 거론된다.
미국판 ‘지식in’인 웹사이트 쿼라(Quora)에는 “한국인은 왜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나요?”라는 게시글이 종종 올라온다.
적잖은 사람은 “모든 한국인이 그렇진 않아요” “아이돌이나 배우의 모습에 속지 마세요”라고 답한다.
나머지가 거론하는 ‘비결’이 바로 화장품이다.
이런 답변이 공감을 많이 얻는다.
“(젊어 보이는 한국인에게)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피부관리 루틴을 따르고 미백 성분이 함유된 선크림을 바르며 햇빛을 최대한 피합니다.
이 규칙을 따르지 않는 한국인은 남자든 여자든 실제 나이보다 그렇게 젊어 보이지 않아요.”
해외에서 보기에 한국 화장품의 핵심은 분을 칠해 노화를 가리는 게 아니다.
미리 관리해 손상을 방지하거나, 최소한 지연시킨다.
K뷰티의 핵심으로 꼽히는 절차는 10단계에서 12단계에 이르는 피부관리 루틴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세안부터 자외선 차단제까지 매일 꼼꼼하게 해야 한다는 새로운 지침을 두고 이들은 술렁인다.
지난 3월2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 어느 때보다 큰 K뷰티의 다음 물결이 왔다’라는 기사를 냈다.
한국 화장품에 주로 들어가는 주요 성분, 인기 브랜드, 화장 과정을 나열하고 이렇게 썼다.
“이 모든 게 너무 많다고 느껴진다면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화적 표준은 스킨케어를 최대한 빨리 끝낸 뒤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한 결과를 얻는 것이었다.
반면 K뷰티에는 충분한 시간과 의식 같은(ritualistic) 접근이 필요하다.
” 젊은 한국인, 특히 여성에게는 익숙한 과정이 그들에게는 패러다임 전환이었다.
캐나다 출신 뷰티 유튜버 미스달시가 한국식 화장법을 시연하고 있다.
©유튜브 미스달시 갈무리
‘평소 피부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곧장 ‘한국 화장품을 쓰자’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몸에 직접 뿌리는 제품이고 브랜드 이미지 영향이 큰 품목 특성상 잘 알려지지 않은 후발 주자 제품은 소비자가 선뜻 집어 들기 어렵다.
화장품 업종 분석 전문으로 최근 〈화장품은 한국이 1등입니다〉를 펴낸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진입장벽을 뚫은 비결이 일순간 유행이 아니라 기술혁신이었다고 말했다.
“K컬처, SNS 등, K뷰티의 글로벌 성장 원인 몇 가지는 사실 굉장한 행운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한류 때문에 지속되는 건 아니다.
중국부터 일본, 미국까지 현지에서 평가하는 한국 화장품의 강점은 혁신적 카테고리다.
” 에어쿠션, BB크림, 마스크팩 등은 한국 업체가 처음 고안하거나 세계에 알려 범주를 개척한 제품이다.
반신반의하던 글로벌 브랜드들도 그 인기를 보고 뒤늦게 따라 만들기 시작했다.
달팽이 점액이나 벌꿀 등 파격적 성분 역시 외신이 주목하는 한국 화장품의 특질이다.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혁신이 경쟁에서 나왔다고 본다.
휴대전화나 자동차와 달리 국내 화장품 산업은 수많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각축하는 장이다.
해외에 입소문이 나고 판매량도 높은 제품 가운데에는 국내 소비자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회사 것이 꽤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2000년대 초부터 브랜드와 생산이 분리된 게 한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자본이 많이 필요한 제조 시설 없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만으로 업계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었다.
“한국 ODM(제조업자 개발 생산) 업체의 기술력은 글로벌 1위 수준이다.
브랜드와 ODM이 각자 아이디어를 쏟아내면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신제품이 많이 나오는 시장이 되었다.
수천 개 카테고리와 수백 개의 히트 상품을 갖게 됐다.
” 올리브영은 K뷰티의 규모를 보여주는 장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이 현상의 원인이기도 하다.
신생 브랜드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등용문 역할을 했다.
올리브영이 소매점 중 홀로 살아남아 사실상 오프라인을 독점하다시피 한 지금은 입점 비용이 몹시 늘어났다.
그럼에도 업계 본연의 기술력과 혁신은 치명타를 입지 않았다.
때마침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판로가 생겨났다.
미스달시(MissDarcei)라는 캐나다 출신 흑인 뷰티 유튜버는 지난해 4월 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파운데이션을 바르며 “이게 가장 어두운 색인데도 나한테 맞지는 않는다”라고 투덜댔다.
불과 한 달이 지난 뒤 이 브랜드는 새로운 어두운색 제품을 만들어 해당 유튜버에게 보내주었다.
그가 새 화장품을 바르며 환호하는 이 영상은 조회수가 6300만에 이른다.
생산 역량과 온라인 마케팅이 더해진 대표 사례였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아는 사람은 안다.
‘한국의 비밀’이 화장품을 통한 평상시 피부 관리만은 아니라는 것을. 2017년 한국 출신 재미 저널리스트 유니 홍은 〈뉴욕타임스〉에 ‘저는 한국 화장품에 둘러싸여 자랐습니다.
미국인 여러분은 속았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업계 마케팅에 너무 빠지지 말라는 취지의 글이다.
사드 배치 발표 후 대중 수출이 삐걱이자 한국 화장품 업계는 사활을 걸고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것. 그는 “(한국 화장품의 성분으로 이름 높은) 인삼과 제주도 화산수는 완벽한 피부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성형수술과 보톡스, 필러 시술이야말로 비결이라고 언급했다.
‘화장품 신화’를 경계하며, 한국 미용성형과 피부과 시술의 성행을 언급하는 글은 이 밖에도 다수 있다.
그런데 저자들의 의도와 전혀 달리 행동하는 이들이 도리어 늘었다.
화장품만 비결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한국에 직접 가서 한국인이 받는 의료서비스를 따라 받기로 한 것이다.
의료관광은 K뷰티의 한 축이다.
지난 4월2일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202개국에서 외국인 환자 117만여 명이 한국에 왔다.
‘2027년 70만 명 달성’이라는 전년도 정부 목표를 3년 앞당겼다.
국적은 일본(44만명), 중국(26만명), 미국(10만명) 순서였다.
전체 68%가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갔다.
의료관광의 큰 부분이 미용 목적인 셈이다.
의료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도 외국인 환자가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동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대변인은 기술과 가격을 들었다.
“자화자찬일 수 있지만 한국 성형외과나 피부과는 명실상부 세계적 수준이라고 본다.
국제적 학회에서도 한국은 따로 섹션이 있을 정도로 학문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 비해 인구당 의사의 수가 많고 값도 저렴하다.
비용이 어느 정도 나오는 수술을 할 때 특히 이익이다.
인접국 출신 환자라면 수술비에 왕복 항공료를 더해도 자국 병원에 가는 것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다.
” 기술과 가격 모두 수요와 맞물려 있다.
한국은 인구당 미용수술·시술을 하는 이가 많은 나라이기에 경험이 늘고, 역량도 쌓인다.
거의 매일 외국인을 본다는 서울의 다른 성형외과 원장은 “최근 2~3년 사이 미국, 유럽, 러시아, 서남아시아 등 환자 국적이 부쩍 다양해졌다.
선진국이라도 미용성형이 발달하지 않은 곳이 많다.
여러 정보를 찾다 보니 한국에 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의 숨은 의미들
<미백>을 펴낸 박소정 한양대 교수는 소셜미디어 문화가 추구하는 미감을 주목한다.
©시사IN 이명익
규모가 큰 성형외과와 피부과 다수는 외국인을 적극 유치한다.
다국어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통역도 따로 둔다.
다만 이렇게 산업으로 확장된 K뷰티 현장에서 좋은 모습만 일어나진 않는다.
서울 한 피부과에서 통역 업무를 담당한 전직 코디네이터 A씨에게서, “우리 병원만의 일일 수 있다”라는 전제로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표(원장)가 상담사들에게 매출을 내라고 다그치는 스타일이었다.
상담사는 환자가 쓰는 돈에 따라 성과급을 받았다.
그래서 최대한 비싸고, 당초 방문 목적과 거리가 있는 시술을 권할 때가 있었다.
” A씨는 이 모습을 지켜보며 받은 스트레스가 컸다고 말했다.
“모공이 있고 피부가 늘어지는 게 병은 아니지 않나. 사람으로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건데, 모두 폐렴이나 다리가 부러진 양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니 일에 회의감이 들었다.
”
K뷰티 열풍에는 제품 및 인력의 질과 공격적 영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중요한 지점이 있다.
한국인이 외양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는 인식은 이전에도 세계에 퍼져 있었다.
12단계 스킨케어 같은 구체적 프로세스는 알지 못하더라도, 무언가 기이한 화장품을 바르고 미용을 위해 시술과 수술을 감행한다는 사실이 낯설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 ‘특이한’ 기질의 근원을 찾으려고 멀게는 유교문화에서까지 더듬는 분석도 종종 나왔다.
왜 사람들은 ‘한국인처럼’ 피부를 관리하고 주름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었을까? 냉소와 비판이 어째서 선망과 모방으로 바뀐 걸까.
이 흐름이 소셜미디어 문화와 맞물려 있다고 박소정 한양대 교수(문화콘텐츠학과)는 말했다.
한류와 K뷰티에 대해 연구해온 박 교수는 2022년 책 〈미백〉을 펴냈다.
소셜미디어 문화는 ‘K팝 아이돌의 인기’가 ‘K뷰티 유행’으로 나아가게 된 연결고리다.
박 교수의 말이다.
“아이돌은 맨얼굴로 유통되지 않는다.
화장이 붙고, 방송 카메라 보정을 거친다.
사진과 영상이 소셜미디어로 돌면서 팬들은 또다시 필터를 덧입힌다.
이렇게 층층이 형성된 이미지가 K뷰티의 모습을 구성한다.
” 이미지 가공의 주된 방향은 이른바 ‘뽀샤시’하게 만드는 미백이다.
동남아시아권이나 흑인 누리꾼들은 이것이 식민주의적 ‘화이트 워싱’이라고 비판하고, 국내에서는 전통적으로 백색 피부를 선망한 우리 역사를 말하며, 비판이야말로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맞받는다.
그런데 근래 사람들이 떠올리는 미백의 의미는 ‘살갗을 아름답고 희게 함’이라는 사전적 의미와 조금 다르다.
박 교수는 ‘가꾸어진, 광채, 깨끗한, 도자기, 맑은, 매끈한…’ 등이 미백 제품 광고에서 추려낸 의미라고 적었다.
도자기 피부(porcelain skin)는 해외에서 선망하는 K뷰티의 특질이기도 하다.
백색에 가까운 걸 넘어 건강하고 맑고 자연스러운 어떤 것을 뜻한다.
그런데 기술 발전은 과연 어떤 모습이 ‘자연스러운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누구나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 본인이 굳이 원하지 않으면 미디어에 사람의 맨얼굴이 전시되는 일은 몹시 드물다.
하드코어 K팝 팬이나 포토샵 전문가가 아니라도 휴대전화 카메라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제 사진을 보정하기 무척 쉽다.
대부분 소셜미디어 역시 사진 게시 전 자체 필터 기능을 제공한다.
화상회의나 실시간 영상 송출 앱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몰리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의 피부과와 성형외과들. ©시사IN 이명익
그러나 사람은 스크린 속 아름다운 얼굴만 보고 살 수 없다.
소셜미디어에 비친 화려한 타인의 모습을 보고 자괴에 빠진다고 흔히 말한다.
최근에는 그와 별개로 ‘보정된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며 부정적 감정에 시달린다는 연구가 여럿 나온다.
2023년 미국에서 나온 한 연구에는 “안면성형외과학회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의사 42%가 ‘셀카를 개선하기 위해 미용 시술을 하려 하는 환자가 있다’라고 답했다”라고 적혔다.
“줌, 페이스타임, 스카이프처럼 사용자가 제 모습을 끊임없이 볼 수 있는 디지털 회의 플랫폼에 노출되었다.
자기 외모를 계속 확인하면서 가상 이미지 때문에 자신의 결함을 발견하는 경향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취약한 건 청소년과 여성이다(〈미학의 심리학:아름다움, 소셜미디어, 신체형태이상증〉, 멜리사 래프터 뉴욕 대학 의과대학 박사 등 공저).
간단하게 본다면 K뷰티는 질 좋은 기술이자 혁신적인 제품이다.
해외 시장에서 탄탄대로가 펼쳐진 유망한 업종이다.
그 탁월함이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외양이 곧 자기관리라 여기는 기형적 사회 분위기에서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적으로 퍼진 미디어의 영향으로 ‘한국산 수단’이 주목받을 뿐, K뷰티 자체가 어떤 왜곡된 사상이나 관념을 보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 현상을 단순히 ‘대한민국 산업의 수출액 폭증’ 이상의 의미로 확장해 관찰할 여지는 있다.
보정된 이미지와 실제 자신을 비교하며 자괴에 빠지는 사람들의 행렬은 “당신 자신이 되기로 마음먹을 때 아름다움이 시작된다”라는, 샤넬 창립자 코코 샤넬의 말을 떠오르게 한다.
이제 어딘가 탁하고, 어두우며, 부자연스러운 거울 속 모습을 사람들은 ‘자신’으로 여길 수 없게 되었다.
맑고 밝으며 자연스러운 디지털 자아와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
이 숙제를 해결할 최적의 방법이 바로 한국에 있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그렇게 어떤 아름다움이, 여기서 묘한 모양의 꽃을 피우고 있다.
SNS로 비상하는 K뷰티의 명과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