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에서 반려로, 반려 다음 우리는 함께 사는 존재를 무어라 부르게 될까요. 우리는 모두 ‘임시적’ 존재입니다.
나 아닌 존재를, 존재가 존재를 보듬는 순간들을 모았습니다.
2019년만 해도 사육 곰 600여 마리가 농장에서 합법적으로 길러지고 있었고, 환경부는 사육 곰 문제를 이미 끝난 얘기라고 주장하며 관여하기를 거부했다.
전국의 모든 사육 곰을 중성화했으니 마지막에 태어난 새끼가 합법적 도살 연령인 열 살이 되면 곰이 모두 도살될 것이라고 정부는 믿었다.
그러면 사육 곰 산업이 알아서 끝날 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었다.
이미 반 이상은 열 살이 넘은 곰이었으나 도살되지 않고 있었다.
웅담 거래가 줄었다는 것을 모르는지 모른 척하는 것인지, 농장에 남은 곰들을 그냥 두겠다고 했다.
시민사회는 가만있지 않았다.
정부에서 장려하고 합법화한 산업이니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정부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1년 환경부는 ‘사육 곰 및 반달가슴곰 보호시설’을 전남 구례군에 만들기로 결정하고, 2022년에는 충남 서천군에 보호시설 하나를 더 짓기로 했다.
각각 100억원, 260억원을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2023년에는 법을 개정해서 2026년부터 웅담 채취는 물론이고 개인 사육과 거래도 금지된다.
그러나 정부는 합법적으로 곰을 기르던 사람들에게 불법화로 인한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시민단체들이 알아서 농가와 곰 매입을 협상하고 곰을 사오면, 정부가 지은 시설에서 보호해주겠다고 한다.
시민 후원으로 운영되는 단체가 곰 농가에서 원하는 금액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협상은 난항이고 어떤 곰을 보호시설에 수용할지, 수용되지 못하는 곰을 어떻게 할지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단찮은 예산인데 왜 정부가 ‘보상 없음’을 고집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경기 연천군에 위치한 한 곰 농장의 사육 곰이 보호시설로 이송되고 있다.
©최태규 제공
그나마 수익을 포기한 한 농가가 곰을 넘기는 바람에 네 개 시민단체가 돈을 모아 12마리를 매입할 수 있었다.
늙고 병들어 이송하기 힘든 곰들이었다.
지리산에 곰을 복원 중인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이 총출동했지만 이송 과정에서 두 마리가 죽었다.
마취와 이송을 견디기 어려운 곰을 미리 분류할 수 있었다면 괜한 고생을 시킬 필요 없이 안락사시키는 편이 곰에게 나았을 것이다.
구조한 곰을 죽여야 하는 사람만 무거운 마음을 감당하면, 곰은 지옥 같은 곳에서 더 이상 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지금은 농가와 협상에 성공해야 곰을 보호시설로 옮길 수 있기 때문에, 곰의 상태가 어떤지 따질 겨를도 없이 돈 문제로만 실랑이 중이다.
개정된 법대로 하자면 내년에는 웅담 채취 농장이 없어져야 한다.
농장에 있는 곰은 몰수 대상이다.
그러나 지금 보호시설은 구례군에 새로 만든 서른 칸짜리와 화천군에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가 운영하는 열다섯 칸짜리 단 두 개다.
농장에 남은 곰 260여 마리 중 200마리는 갈 곳이 없다.
몰수해도 곰을 넣을 곳이 없다.
당분간 불법인 상태가 유지될 것이다.
내년 중순에 완공될 예정이던 서천 보호시설은 며칠 전 수해를 입어 완공 시기를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9월30일 열린 전남 구례군 사육 곰 보호시설 개소식. 현재 사육 곰 보호시설의 규모는 모든 곰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태규 제공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몇 마리라도 더 살려보겠다며 강원도 화천에서 13마리를 돌보고 있고, 7년째 보호시설을 더 지을 돈을 모으는 중이다.
아직 턱도 없다.
그러면서도 농장에는 곰을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장에 방치해서 도살되거나 늙어 죽게 하는 것보다 모두 매입해서 안락사라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6년 정부예산안 편성이 끝났지만 환경부는 곰 사육 종식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고,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꼬인 매듭의 실마리가 보이기를 기대한다.
준비되지 않은 정책, 곰은 갈 곳이 없다 [임보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