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방한 첫날 APEC 개최지인 경주 도심에선 트럼프 방한을 반대하거나 환영하는 집회가 열렸다.
트럼프 측근이 ‘트럼프 환영’ 행진을 우연히 마주친 모습이 〈시사IN〉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가운데 회색 코트 입은 여성)과 마고 마틴 커뮤니케이션 담당 특별보좌관(왼쪽 븕은 코트 여성) 등 트럼프 미국 대통령 참모 일행이 10월29일 오후 경주 대릉원 주변(황리단길)에서 자유대학이 개최한 트럼프 환영 집회를 구경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10월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에 방문했다.
트럼프가 한국을 찾은 건 2019년 6월 이후 6년4개월 만이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일본 일정을 마친 뒤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타고 오전 11시32분경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1박2일 방한 일정의 첫날, 트럼프는 APEC 개최지인 경북 경주로 이동해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같은 날 오후,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탄핵 반대를 주장해온 극우 청년단체 자유대학이 경주 노동동 봉황대 인근 잔디밭에서 트럼프 방한을 환영하는 취지의 버스킹과 행진을 벌였다.
‘윤 어게인(Yoon Again)’ ‘천멸중공’이라고 프린팅된 옷을 입거나, 성조기를 몸에 두른 참가자들이 모여들었다.
국가유산인 고분들 앞으로 성조기와 태극기가 바람에 흩날렸다.
버스킹을 마친 후 자유대학 측은 황리단길 일대의 이면도로에서 행진했다.
시위대는 북소리에 맞춰 “윤 어게인” “스톱 더 스틸” 등 구호를 외치고, “한국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KOREA&USA GREAT AGAIN)”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평소 중국 혐오 표현을 서슴지 않았던 자유대학은 이날 시위에서 경찰을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찰은 10월14일 ‘허위 정보 유포 등 단속 TF’를 발족해 혐오 시위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혐오 표현을 금지했다.
이날 자유대학은 애초 중국을 비하하는 단어가 포함된 노래의 가사를 “삐삐, 삐삐··· 이 노래는 노래 가사가 검열당했습니다”라고 바꿔 불렀다.
비공식 일정으로 황리단길을 찾은 트럼프의 핵심 참모들이 자유대학 측 시위를 우연히 마주치고 구경하는 모습이 〈시사IN〉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올리브영 경주황남점 매장 앞에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과 마고 마틴 커뮤니케이션 담당 특별보좌관이 성조기를 든 거리 행진을 보고 신기한 듯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이날 레빗 대변인의 SNS 계정에는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한국 화장품 구매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10월29일 오전 경북 경주시 동천동 구황교 인근에서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가 반(反)트럼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10월29일 오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국립경주박물관 인근에서 ‘반트럼프’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시사IN 조남진 한편 트럼프의 방한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도 경주 도심 곳곳에서 결집했다.
10월29일 오전 11시경,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이하 국제민중행동)’는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 보문단지 경찰 통제선 인근 공터에서 ‘트럼프 방한 규탄 투쟁’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APEC 회의가 연결·혁신·번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아니다.
트럼프는 아시아 곳곳을 순방하면서 다른 나라의 노동·자원·인권을 수탈하고 있다.
트럼프에 맞서 평범한 사회 목소리를 외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사진을 얼굴에 부착한 사람을 포승줄로 묶고, 레드카드를 붙이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국립경주박물관 인근에서는 트럼프 방한을 반대하는 청년들의 기습 시위도 벌어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던 오후 2시20분 무렵, 자주독립대학생시국농성단 등 소속 60여 명이 동궁과 월지 주차장 앞에 배치된 경찰 저지선을 뚫고 정상회담장이 위치한 국립경주박물관 인근 100여m까지 내달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노 트럼프(No Trump)’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서 박물관 앞 4차선 포장도로 위에 누워 “트럼프를 거부한다” “대미투자 철회하라”라고 외쳤다.
경찰은 4인 1조로 조를 짜 이들을 한 사람씩 연행했다.
경주시 성동동 구 경주역 광장에서도 ‘트럼프 방한 반대’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나라 경제 거덜 난다, 대미 투자 철회하라”고 외쳤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저승사자 캐릭터 의상을 입은 일부 참가자는 ‘트럼프는 이 땅에서 나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방한 이튿날인 10월30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해공항 공군기지 내 나래마루에서 마지막 일정인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10월29일 오후 자유대학 회원들이 트럼프 방한을 환영하고 중국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경주 대릉원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10월29일 오후 경주문화관(옛 경주역)에서 열린 ‘대미 투자 강요·안보 위협 트럼프 규탄 NO TRUMP 시국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케데헌’ 저승사자 의상을 입고 대미 투자를 강요하는 트럼프 방한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며 경주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왼쪽 회색 코트 입은 여성) 등 미국 트럼프 대통령 참모 일행이 10월29일 오후 경주 대릉원 주변(황리단길)에서 자유대학이 개최한 트럼프 환영집회를 구경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화장품 쇼핑’ 트럼프 참모진 발걸음 잡은 경주의 ‘윤 어게인’ [포토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