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 합작
‘악귀로부터 세상 지키는 걸그룹’ 서사
여성 감독 기획·제작 ‘K팝 퇴마 액션’
K팝 요소 가득 OST 전 세계적 인기
한국 무속·일상 문화 등 디테일 빛나
매기 강 감독 “한국 문화의 힘 강력하단 증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 ⓒ넷플릭스 제공
무당과 저승사자가 각각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 한판 승부를 펼친다.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 먹혔다.
화제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국계 여성 제작자가 만든,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 문화를 다루는 첫 애니메이션 영화다.
K팝과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 새로운 여성 서사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흥미로운 수작이다.
인기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가 사실 악귀들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영웅이라는 내용의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어느 날 마성의 매력을 지닌 저승사자들로 구성된 5인조 보이그룹 '사자보이즈'가 나타나고, 이들은 무대 안팎에서 흥미진진한 대결을 펼친다.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몬스터 호텔' 등 애니메이션 명가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과 넷플릭스의 합작품이다.
탄탄한 세계관, 인기 K팝 음악 못지않은 세련되고 감각적인 음악, 짜릿한 '퇴마 액션'의 성공적 만남이다.
한국 문화와 전통을 살린 디테일도 인상적이다.
주인공이 무기로 사용하는 조선시대에 악귀를 쫓고자 만든 칼 사인검(四寅劍)부터 전통 민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호랑이와 까치, 식당에서 수저 밑에 냅킨을 까는 관습, 아이돌 팬들의 '덕질' 풍경까지 제대로 재현했다.
주인공들의 운명적인 만남부터 코믹하거나 로맨틱한 순간들까지,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 이들이라면 킬킬대며 즐길 만한 요소가 많다.
이병헌, 김윤진, 안효섭 등 한국 배우들의 더빙도 화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Maggie Kang) 감독. ⓒ넷플릭스 제공 공동 연출을 맡은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Maggie Kang) 감독,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 등 제작진은 "모든 장면과 디자인에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매기 강 감독 본인도 직접 서울 곳곳을 돌며 리서치를 벌였다.
북촌의 가파른 골목길부터 명동 거리의 벽돌 디자인까지 세밀하게 관찰하고 사진으로 기록했다고 한다.
5세 때 캐나다로 이주했지만 여름방학마다 한국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매기 강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한국 문화에 대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온다면 너무 멋있겠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K팝 영화를 만들려던 건 아니었다.
"저승사자, 도깨비, 물귀신 등은 해외에서 만드는 프로젝트에서는 나올 수 없는 이미지"라는 생각에 악귀를 소재로 삼으려다가, 악귀를 잡는 사냥꾼이라면 정체를 숨겨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K팝과 연결했다.
한국 무속 문화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시대를 풍미한 걸그룹들이 알고 보면 악귀를 쫓는 무당이자 세계의 수호자'였다는, 여성 중심 서사와의 자연스러운 연결고리가 됐다.
매기 강 감독은 "음악과 춤으로 요괴들을 물리치는 굿이 영화 컨셉과 딱 맞을 것 같았다"며 "우리나라 무당은 거의 다 여성이기 때문에 좀 더 잘 연결되는 부분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굿이 최초의 콘서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 ⓒ넷플릭스 제공 주인공인 가상의 아이돌 '헌트릭스', '사자보이즈'는 K팝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음원 공개 약 일주일 만에 스포티파이·유튜브 등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스트리밍·조회 1000만 회를 돌파했다.
30일 기준 '빌보드 200' 차트 8위에 오르면서 올해 발매 OST 앨범 중 가장 높은 데뷔 성적을 기록했다.
더블랙레이블의 테디, 안무가 리정, 그룹 트와이스 멤버 정연·지효·채영 등 K팝 대표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한 결실이다.
매기 강 감독은 "진정한 케이팝 음악"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원타임' 시절 테디의 팬이었고, 더블랙레이블의 음악이 '헌트릭스'와 잘 맞는다고 봤다.
또 "트와이스는 전 세계적으로 정말 사랑받는 그룹이고,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고 기운을 얻을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더없이 완벽한 파트너였다"고 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 ⓒ넷플릭스 제공 자기관리에 열중하는 슈퍼스타지만, 동시에 맛있는 음식과 매력적인 이성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행동하고 마는 여성 캐릭터들도 친근한 매력을 자랑한다.
매기 강 감독은 "섹시하고 터프하고 멋있는 여자 슈퍼히어로 캐릭터는 요즘 많이 등장하는데, 저는 조금 더 리얼한 여자 캐릭터를 보고 싶었다"고 했다.
"웃기고, 약간은 바보 같고, 이상한 표정도 짓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저 같은 캐릭터를 보고 싶어서 그런 캐릭터를 구상했죠." 액션과 로맨스의 외피를 입은 '자아 찾기' 서사가 작품의 핵심이다.
"우리가 가진 불안, 두려움 같은 부분들을 완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이를 이겨내고 극복하려는 노력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나'가 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도 마음을 터놓고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속편은 물론 시리즈 제작을 요구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높다.
매기 강 감독은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특히 한국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반응이 너무 좋은 것 같아서 긴장이 좀 풀렸다"고 했다.
  "이렇게 문화적으로 온전히 한국적인 영화가 미국 회사에 의해서 제작이 된다는 사실은 한국 문화가 가진 강력한 힘을 나타내주는 증거와도 같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
‘1000만뷰’ 아이돌 된 무당·저승사자...‘케이팝 데몬 헌터스’ 인기 비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