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출생 생식권 운동가·신예 정치인·인플루언서
청년·노동계층 대변…AOC 닮은꼴로도 주목
미국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신예 정치인 데자 폭스. 그는 정치인이자 동시에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십만 팔로워를 보유한 젠지(Gen Z) 세대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데자 폭스 페이스북
최근 미국에서 조용히 눈길을 끄는 25세 여성이 있다.
그의 이름은 데자 폭스(Deja Foxx). 미국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신예 정치인이다.
폭스는 단순한 정치 신인이 아니다.
그는 정치인이자 동시에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십만 팔로워를 보유한 젠지(Gen Z) 세대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정치 철학과 유세하는 모습을 10초~1분가량의 짧고 임팩트 있는 영상으로 편집해 SNS에 게시하며 MZ세대(1980년대 초~2010년대 초 출생자)와 적극 소통한다.
국내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문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정치인인 셈이다.
폭스는 지난 3월 별세한 라울 그리할바 하원의원(민주당·애리조나)의 자리를 두고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만약 폭스가 7월 민주당 예비선거(경선)를 거쳐 오는 9월 본선에서 당선되면 미국에서 역대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이 탄생하게 된다.
역대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 기록은 2018년 29세의 나이로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가 보유하고 있다.
폭스는 SNS에 올린 영상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정치인이 아닌 진짜 싸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데자 폭스 틱톡 계정 갈무리.
16세 때 상원의원과 논쟁으로 전국구 스타로
신예 정치인, 인플루언서, 생식권 운동가 등으로 알려진 폭스는 2000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태어났다.
2020년과 2024년 대선 때는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선거 운동에 참여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당시 16살이었던 폭스는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이었던 제프 플레이크(공화당)와 벌인 논쟁으로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임신중지 지원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을 삭감하는 법안을 지지한 플레이크 의원을 향해 다음과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젊은 유색인종 여성이고, 당신은 중년의 백인 남성이죠. 저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고, 인생을 제대로 인도해 줄 부모가 늘 제 곁에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특권층 출신이죠. 저는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과 타이틀 엑스(Title X)에 의존하지만, 당신은 분명 그런 처지가 아니죠. 그런 당신이 무슨 권리로 가족계획연맹과 무상피임약을 이용할 권리를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2017년 4월 데자 폭스가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제프 플레이크 전 상원의원과 논쟁을 벌이는 모습. ⓒ애리조나주 가족계획연맹 영상 갈무리.
가족계획연맹은 미국의 대표적인 임신중지권 옹호 단체로, 전국 각지에 의료 기관을 두고 임신중지와 성병치료, 피임 등을 지원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가족계획연맹 등 임신중지 시술을 지원하는 의료시설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여성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법안을 지지한 플레이크 의원을 향해 폭스가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플레이크 의원이 "다른 사람이 누리지 못했던 많은 것을 누렸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라 하자 폭스는 바로 "무상피임약과 가족계획연맹은 학업을 이어가고 성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왜 나의 아메리칸 드림을 가로막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플레이크 의원과 폭스의 논쟁을 담은 영상은 온라인에서 확산되며 폭스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16세의 폭스는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의 현지 유력 언론으로부터도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WP는 그를 두고 "가족계획연맹의 새로운 얼굴"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8년 뒤 25세가 된 그는 미국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 캠페인을 하는 데자 폭스(가운데)의 모습. ⓒ데자 폭스 페이스북
청년·노동계층 대변…AOC 닮은꼴로도 주목
폭스가 젊은 세대로부터 공감을 받는 이유는 노동계층을 대변하는 그의 배경 때문이다.
싱글맘 밑에서 자란 폭스는 취약계층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보충영양지원프로그램(SNAP·일명 푸드스탬프)과 섹션8(저소득층 대상 주택임대 보조 프로그램),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등의 수혜자였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또한 그는 약물남용 문제를 겪던 어머니로 인해 10대 시절 노숙을 하기도 했으며, 어머니를 지원하기 위해 주요소에서 2년간 일해야 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2018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컬럼비아대학에 합격했는데, 가족 구성원 중 대학에 진학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폭스는 뉴욕타임스(NYT)에 자신이 보다 강력하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기 원하는 청년층과 노동계층을 대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에게 조용히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라며 "우리에게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면모 때문에 그는 현지에서 차세대 AOC라는 반응도 얻고 있다.
AOC 역시 바텐더로 일한 경력을 보유한 노동계급 출신이자 젊은 유색인종 여성이다.
뉴스위크는 "폭스의 선거 캠페인은 그의 정치적 영감인 AOC를 떠올리게 한다"며 "둘은 젊고, 진보적이며, 노동계층으로의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닮아있다"고 분석했다.
선거 캠페인을 하는 데자 폭스(가운데)의 모습. ⓒ데자 폭스 페이스북
아쉽게도 조 크롤리라는 민주당 거물을 꺾었던 AOC와 달리 폭스의 당선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아버지 라울 그리할바의 자리를 이어가기 원하는 아델리타 그리할바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 역시 스스로를 '아웃사이더 후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에도 폭스는 굴하지 않는다.
단순히 의회에 입성하기 위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아닌 여성과 청년, 노동자 계층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불어넣기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폭스는 패션잡지 글래머와의 인터뷰에서 "어쩌면 하원의원이 될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제가 지금 맞서는 사람은 아버지가 하원의원이었던 사람으로, 이 도전 자체가 쉽지 않다"며 "이 선거를 끝까지 치를 수 있는 자금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공동체와 가족, 친구들을 위해 싸워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현장에서 '우리 편이 없다'는 목소리를 가장 많이 듣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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